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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l 14. 2024

30개사의 거절을 당하고,
마침내 만들어낸 첫 미팅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자리임을 알기에, 200% 집중할 수 밖에

3만명이 조금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공공기관의 유튜브 채널-
쌓아놓은 레퍼런스도, 참여하는 유명인도 없는 '매력 없는' 채널이

리뉴얼을 한다고해서

당신의 기업을 홍보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준다고해서-

번쩍 들고 참여해줄 이, 얼마나 있겠는가?


과거를 보고 미래를 판단하는 것이 '채널'이고 '콘텐츠'다. 
그런 맥락에서, 섭외를 받는 기업 입장도 우리 이상의 '도전'이 된다는 말이다.


당장 나같아도 다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촬영을 요청하면 '바쁘니까 다음에'라는 회신을 줬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하는 일 위에 또 새로운 일(더군다나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을

떠안는 것임을 아는 '같은 직장인' 입장이라 이해는 된다.


그러나 당장 촬영과 리뉴얼 오픈일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가 찾아왔고 나도 그때부터는

파트너사(기획과 촬영을 맡아주시는)에서 진행하던 섭외의 역할을

가져와서, 양쪽에서 열심히 섭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 현재까지의 커리어 히스토리와 유튜브 촬영 레퍼런스까지

모두 담아내며- 어떻게서든 '나'든 '내 채널'이든 알려야하는 입장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 유튜브의 얼굴이 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섭외'라는 난항을 겪게 된 총체적인 난국의 이야기-

https://brunch.co.kr/@alexkidd/131


그렇게 피가 말리는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파트너사에서도 매일 섭외 현황 리스트를 업데이트했고,

내 입장에서도 개인 인맥, 회사 인맥과 네트워크를 총 동원했다.


메일 하나를 보내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지, 내용을 어떻게 알릴지를 고민했고

철저히 받는 사람 입장에서 '하나라도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담기 위해서

회사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적고나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이 써내려갔다.


짧은 기간이지만 대기업 인사팀에 있었던 경험

대기업에서 스탭부서 → 현업부서로 부서를 이동한 경험

문과 중심의 회사에서 '현업 인력'이 되기 위해 이직한 경험

홍보팀에서 외부 채널 및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레퍼런스와 URL

그리고 섭외하는 기업과 내가 쌓아올린 스토리텔링에 대하여


짧지 않지만,

명확한 이야기들을 담아 어떻게든 설득하고자 노력했다.

세일즈가 싫어 인사팀,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일을 했는데

사회 생활 15년만에, 심지어 나를 파는 세일즈를 하게 될 줄이야


다른것이 필요 없다. 우선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미팅 자리가 만들어져야한다. 단지 쓴지 매운지 찍어보게 만들 수 있는, '작은 진정성'이라도 보이고 싶은 그 기회를.

절실했다.

앉아서 이야기할 시간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열심히 보낸 콜드메일에 회신이 오기 시작했다.


어릴때부터 우리의 노는 문화에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기업도 있었다.

몇 번의 메일을 보내고, 시간만 주시면 찾아가겠다는 회신과 통화까지 남긴 상태.

어떤 대화를 풀어내고, 어떻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지, 어떤 기획을 낼지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설계하고 있던 찰나에-


메일 회신이 왔다. 내용은 굉장히 심플했다.

원칙상 한번도 사무실 촬영을 한 적이 없어 부담스럽고

B2C 영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기에 개인 베이스의 홍보는 의미가 적고

결과적으로, 직접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홍보 효과가 측정이 안되어

제안은 감사하지만 촬영 제안에 응할 수 없다는 대답


메일을 보고, 아주 잠시간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답답하고 화가 나는게 아니라, '나라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게 비겁한 생각일 수 있는데, 정말 '나라도 그렇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니까. 나와 달리 적어도 이 담당자는 내부 보고라도 해줬구나.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해서 보내준 메일과 자료를 토대로 검토를 했고,

거기서 나온 최종 결과를 나에게 알려줬구나.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나를 일으키는, 힘을 장착시켰다.

그 힘은 자연스럽게 나를 우울함이 아닌 공감과 이해, 도전에 대한 길로 이끌었다.

3가지 이유를 들어서 제안을 거절해줬다.
고맙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 3가지 이유를 가지고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찾아보겠다.
부인당한 입장인데 결코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져서,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가이드가 보이기까지 했다. 고맙다. 당신들의 거절 이유가 내게 큰 보탬이 되리라


예전에 좋아하던 어떤 노래 가사처럼, 나는 이를 발판으로 다시 섭외를 시작했다.

불탄 자리에서 보석을 줍듯이,
늦게나마 찾아낸 소중한 내 삶의 의미
....하지만 내 시작은 이미 반 이상의 진행을 의미


30개의 메일을 보내면, 10개 정도의 회신이 도착한다.

그 10개 정도의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면, 2개 정도의 담당자가 긍정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그 2개 기업의 담당자 중에서 1명 정도가 가부 여부를 연락을 준다.


자연스레 잊혀지고 지워지는 수많은 스팸 메일 중의 하나가 되는 것 쯤이야,

뭐 아무렴 어떤가. 인생은 결국 수없는 두드림을 통해 'Fit이 맞는 파트너'가 

단 한번만 문을 열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이 당시 회신을 줘서 2~3회 정도 연락하던 기업이 있었는데, 
마지막 연락이후 근 3주만에, 갑자기 회신이 온 기업도 있다.
최종 보고를 할 예정이고, 첫번째 업로드된 영상도 이미 팀원들과 봤다는데,
연락 자체도 너무 감사했지만 나를 '잊지 않았다는' 것에 감동했다.
그래. 결국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것이다. 
"시간만 주시면 언제든 달려가서 PT하겠다"는 적극적 너스레까지 드렸다.


그렇게 출퇴근 시간까지 쪼개가며 부지런히 메일을 보냈다.

입이 아프도록 통화를 했고, 사무실에서 누가 듣든 말든

안쓰럽게 보든 말든 나는 내 할바를 최선을 다했다. 

똑같은 이야기를 몇번이고 반복했고, 무성의한 목소리의 응대쯤이야

목마른 내가 우물을 파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달려 들었다.


그러면서도 SNS 채널의 디자인, 콘텐츠 기획, 연간 스케줄 등을 준비하며,

보고서도 썼다가, 행정 업무도 했다가,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의 부담감을

느낄 배부른 여유도 없이 분초를 아껴가며 하루종일 일하고 있었다.


이때부터였다. 워라밸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 퇴근을 늦게하고 자시고가 아니라, 시간만 나면 메일 보내고 읽고, 전화하고, 기획하고 검토하고, 톡으로 회의하고. 퇴근이 없어졌다.

그렇게 갈급한 하루하루가 지나다가,

파트너사의 본부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책임님, 참여하겠다는 기업을 2개 찾았습니다!

이것이 천상의 소리구나. 빠르게 촬영일자를 잡아두고, 미팅 날짜도 잡았다.

실장님과 팀장님께도 보고했고,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나도 스터디를 시작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부족한 우리 회사의 인지도와 채널을 믿어달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생이 만들어낸 기회 아닌가. 

이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부담을 안더라도 성공하자.

이 생각 하나로 다가오는 미팅 날짜를 기다리며 대표이사 보고를 준비했다.


그리고 대표이사 보고 당일,

2개사 중에 1개사가 확정된 촬영을 포기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라,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그렇군요."

라는 말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우리를 믿어주는 1개의 회사가 있지 않나.

첫 미팅을 향해 기업을 찾아갔고, 1시간에 걸친 미팅과 사전 답사를 마쳤다.


물러날 수 없다는 결의와 수없이 거부당하고 다시 링에 오르는 도전자의 마음이,

낙천적이고 위기일수록 여유있는 웃음을 띄는 내 캐릭터와 만나,

200%의 자신감과 겸손, 그리고 위트를 이끌어주었다. 


그래. 잘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다음주 촬영에 빛을 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빛을 통해 촬영에 응한 기업이, 우리의 채널이,
우리 파트너사와 스탭들 모두에게 성과가 가야만 한다.


나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지고. 

그렇게 촬영의 날이 밝았고, 나는 구두를 질끈 묶고 다시 한번 그 사무실을 찾았다.


이 모든 도전의 서막은 아래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합니다.
https://brunch.co.kr/@alexkidd/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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