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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Jan 07. 2020

식물 이름 찾기의 여정

혼돈의 에케베리아 - 라밀레트 또는 Echeveria sp. 




어떤 식물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이름을 찾을 수 있지만 어떤 식물들은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름을 찾을 수 없어 포기하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처음 보는 신기한 식물들보다 더 이름을 찾기 어려운 것은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겼는데 이름이 다 다른 식물들입니다. 게다가 정식 국명 외에 원예 시장에서 통하는 유통명이라는 것도 있고 일본이나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 또는 서양 이름을 들여와 우리나라식으로 변형하기도 해서 한 식물을 부르는 이름이 여러 가지일 때도 많지요. 그러다 보니 이름을 잘못 알고 사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식물을 다루는 분들 사이에서 식물의 이름을 정확한 이름으로 정리하여 부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좋아지겠지요. 그때까지는 힘들지만 이름 찾는데 시간을 좀 들여야 합니다. 저 같은 초보들은 한 가지 자료만 보고 단정 짓지 않고 여러 군데 자료를 참고하는 게 좋고 혹시 지금 알고 있는 이름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두어야 합니다. 




©JeonghyunLee




완전히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거나 한 가지 식물의 이름이 너무 많은 경우는 다 함께 정확한 이름을 찾아 적절히 불러주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동일한 종 내에서 미세한 차이로 다른 이름이 붙는 식물들이나 고유한 특징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어린 개체들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 해당 식물의 전문가 또는 직접 번식이나 재배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힘듭니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그 식물을 직접 보고 계절에 따라 변하며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는 모습을 지켜봐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죠. 그래서 전문가들도 사진만 보고 식물의 이름을 확정 짓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데, 저 같은 초보가 짧은 시간 식물을 보고 작은 차이로 나뉘는 하위 종까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커다란 혼돈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여 가는 것과 같습니다. 간혹 식물 이름을 찾는 중에 학명의 종명 자리에 sp. 또는 spp. 가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종명을 특정하지 않고 학명을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sp. 는 species(종)의 약자이고, spp. 는 그 복수형으로, 어느 속의 종이다라고만 표시한 거죠. 어떤 속에 속하는 식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재배종이 너무 많아 어떤 종인지는 구분하기가 힘들거나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데, 장미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행히도 같은 종에 속하는 식물이라면 대부분은 키우는 방법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정확한 이름을 알고 싶어 근질근질한 마음이 남기는 하지만요. 




©JeonghyunLee





이름을 찾느라 가장 고생했던 식물을 꼽으라면 에케베리아 식구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진 속 식물은 이미 이 곳 저곳에서 식물 사진들을 구경하며 많이 봤던 식물이라 이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 이거인가 싶다가도 다른 자료를 보면 그거 같기도 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지요.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려고 정말 많은 사진과 책을 찾아봤지만 보면 볼수록 더 헷갈리기만 했습니다. 진짜 똑같이 생겼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면 잎 끝의 모양이 다르다거나 잎의 넓이나 색깔이 다르다거나 했지요. 


에케베리아나 그랍토베리아속인 것 같은데 문제는 그 안에 미묘한 차이들로 나누어지는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었죠. 제 능력이 닿는 범위 내의 모든 전문가들에게 고견을 물어 이름을 찾았지만 이 상태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하시거나 서로 다른 이름을 후보로 알려주셨습니다. 사실 사진만 보고, 특히 이렇게 물도 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을 때의 모습만 보고 정확한 이름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해요. 이 자리를 빌려 저와 함께 추리에 나서 준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라밀레트(Echeveria 'Ramillete')는 어릴 적 뒤바뀐 아이의 원래 부모를 찾듯 기나긴 여정 끝에 찾은 이름이지만 백 퍼센트 확실한 이름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JeonghyunLee





이름을 콕 집어 부르고 싶은 욕심에 라밀레트로 일단은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 라밀레트 역시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였을 뿐이라, 학명은 Echeveria sp.로 표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롤라, 올리비아, 라임앤칠리, 마가렛, 벤바디스, 미니마, 세븐스타 등등 여전히 용의 선상에 있는 이름만도 한 바가지입니다. 라밀레트가 아닌 이 중 하나 또는 전혀 새로운 종이라 해도 놀랄 일이 아니지요. 저의 낙점을 받은 라밀레트는 에케베리아 티피와 세토사를 교배해서 만들어진 종이라고 합니다. 그나마도 라밀레떼, 라밀라떼, 라밀레테, 라미라떼 등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 자유롭게 불리고, Ramillete라는 품종명도 Ramillette로 표기하기도 해요. 라밀레트는 원래 모양대로 안 자라고 옆으로 길게 쭈굴쭈굴 자라는 철화가 잘 일어나고, 주황색 꽃이 핀다고 합니다.


에케베리아 말고도 이름이 헷갈리는 비슷한 모양의 식물은 무척 많습니다. 특히 어릴 때의 모습은 구분하기 더욱 힘들죠. 오십령옥은 피우는 꽃의 색깔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 꽃이 피지 않으면 정확한 이름을 끝내 알기 힘듭니다. 대신 꽃을 피우는 순간 정체를 드러내는 반전의 재미가 있지요. 무늬 몬스테라와 스킨답서스도 어렸을 때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스킨답서스는 크면서도 사이즈만 커질 뿐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반면 무늬 몬스테라는 자라면서 특유의 구멍 난 잎을 보여주지요. 이 외에도 식물 이름을 찾으며 유력한 용의자 둘, 셋을 두고 밤이 새도록 고뇌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JeonghyunLee





에케베리아도 정확한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단서들이 자라면서 조금씩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오래 키워도 서로를 구분할 만한 이렇다 할 특징이 안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에케베리아는 환경에 따라 색이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름을 찾기 더욱 힘들죠. 다른 종과의 교배종도 많아서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에케베리아 식구들의 종류는 늘어나고 있을 겁니다. 할 수만 있다면 유전자 검사라도 해보고 싶은 저 같은 초보는 정확한 이름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는 것이 정신 건강에 유익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에케베리아는 키우는 방법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름을 잘 못 알아 물을 너무 많이 또는 적게 주거나 빛의 양이 맞지 않는 엉뚱한 장소에 놓고 키우게 되는 일은 피할 수 있죠. 이는 곧 정확한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혼돈에 빠져 있어도 되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JeonghyunLee




에케베리아처럼 줄기가 길게 올라오지 않고 잎사귀들이 땅에 붙어서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자라는 형태를 로제트형이라고 하는데, 거의 완벽한 방사형으로 자라는 이 에케베리아의 모습을 보면 사실 이름이야 뭐가 됐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름을 알기 위해 비슷한 아이들과의 미세한 차이를 찾다 보니 ‘이건 잎끝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잎 위에는 하얀 점들이 박혀있구나’ 하고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특징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간이 붙여준 이름보다 사실은 더 중요한 식물의 특징들이지요. 이런 조그만 특징들 때문에 이 작은 식물은 너무나 비슷하지만 사실은 다른 에케베리아속 식물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비록 이름 찾기의 여정이 험난하기는 해도 저에게는 식물을 사랑하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혼돈의 에케베리아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미스터리 속 잎사귀들은 아랑곳 않고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하기만 합니다. 이름이 뭐가 됐든 사방으로 정갈하고 소복한 모양이 탐스러운 건 변함이 없습니다. 






<에케베리아 키우기>


빛 : 에케베리아 식구들은 모두 빛을 좋아해요. 빛을 충분히 받고 일교차가 커지면 붉은 물이 듭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놓고 키우시면 딱 좋아요. 하지만 한여름 직사광선은 피해 주세요.


물 : 흙이 말랐거나 화분이 가벼워졌을 때 물을 흠뻑 주시고 물이 잘 빠지도록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해요. 과습에 굉장히 약합니다. 봄, 가을에는 물을 충분히 주시고 추운 겨울이나 습한 여름에는 단수해도 좋습니다. 죽은 잎은 빨리빨리 떼어주셔야 해요.


온도 : 여름엔 18도에서 21도 정도, 겨울에는 10도 정도가 좋아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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