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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Oct 06. 2023

식물이 아픈 건 어떻게 알게 될까요?

슬픔을 다루는 솜씨 – 백신환





©JeonghyunLee




외국에 살던 친구가 일 년 동안 한국에 들어와 있다 얼마 전 돌아갔습니다. 우린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으른들이니까 어렸을 때처럼 잉잉 울지 않고 쿨하게 헤어졌지만 마음이 영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친구가 살던 집, 그 안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아이들, 하나둘씩 사모은 작은 다육이들이나 우리 집 앞에서 주워 간 코알라 모양 테이블처럼 친구가 알뜰살뜰 마련해서 벌려 놓고 살았던 일 년 동안의 살림살이가 이제는 더 이상 거기 없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더 슬퍼집니다. 




©JeonghyunLee




오래전 연달아 엄마의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모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를 보며 이 슬픔을 도대체 어떻게 견디고 살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생각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리고도 삶은 계속되었고 그런 채로 계속 사는 게 어른인가 보다 하고 어렴풋이 느꼈지요. 그리고 저도 나이가 들어 가까운 친구들이 그런 슬픔을 겪어내는 것을 가까이에서 더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님을 좋든 싫든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슬픔이 덜 해지는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기술만 늘게 될 뿐인 듯합니다. 슬픔을 다루는 방법을 조금 더 알게 될 뿐이지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오히려 슬픔을 잘 다루는 방법을 잃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JeonghyunLee




선인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몸속에 수분을 가득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한참 동안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색깔이 변하며 후두둑 떨어지는 잎이나 금세 메말라버리는 줄기처럼 식물에 문제가 생겼다는 기색을 잘 나타내지 않죠. 나이를 더 많이 먹은 선인장일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선인장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아주 조금씩 말라가는 것을 눈치챘을 때에는 선인장은 이미 오래전에 우리 곁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였을까 뒤늦게 가늠만 해볼 뿐이지요.




©JeonghyunLee




길게 뻗은 흰 가시를 자랑하는 백신환은 원래 다른 기둥 선인장의 꼭대기에 접목되어 있던 선인장입니다. 기둥 선인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따로 화분에 심겨 있던 것을 집어왔지요. 과연 뿌리를 잘 내려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채로 꽤 오래 저의 곁에 있었고, 역시나 어느 순간부터는 통통했던 줄기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변해갔습니다. 좀 더 빨리 눈치를 챘다면 이렇게 해줬을 텐테, 저렇게 해줄걸 후회해 보지만, 사실 그때로 돌아간들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저는 충분히 마음을 쓰고 있었고 그 순간은 그 나름 충분했었습니다. 백신환도 매 순간도 최선을 다했겠지요. 




©JeonghyunLee





처음에 비해 형편없이 조그마해진 백신환은 여전히 제 곁에 있습니다. 좀처럼 티를 내지 않는 그 무언가가 여전히 그 안에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서툰 솜씨로 슬픔을 다루며 살아가겠지요.




©JeonghyunLee







<백신환 Mammillaria geminispina 키우기>


빛 : 되도록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햇빛을 많이 받아야 가시가 촘촘하고 단단하게 자라요. 빛이 부족하면 물을 준 후에 썩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물 : 겨울에는 거의 물을 안 주는 게 좋고 3월부터 5월 말 정도까지는 서서히 물의 양을 늘려줍니다. 여름에는 흙상태를 보면서 물을 충분히 주세요.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 9월 말부터는 다시 물을 줄여줍니다.


온도 : 추위도 잘 견디지만 0도 이상은 유지해 줘야 이쁘게 자란다고 합니다. 여름철 더위는 잘 견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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