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출근을 하다가 넓은 사무실에 사람들이 앉아서 일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모두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장표를 보며 숫자를 맞춰보거나. 그래프에 점을 찍기도 하면서 무의미해 보이는 비트 더미 속에서 규칙과 경향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몹시 이상한 기분이었다.
회사에 처음 입사를 했을 때, 사무실 근처를 오가는 트럭들을 보면서 처음 내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재료들은 끝없이 들어오고, 공장은 돌아가고. 팔릴만한 물건이 되어서 또 다른 트럭을 타고 나간다. 직관적이고 생산적인 일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연구소에서의 일도 공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정보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나는 지식을 가공하는 숙련공이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잘 모아서, 의미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의사 결정을 하고 새로운 실험 방향을 정한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정보가 나온다. 그걸 다시 잘 엮어서 정리한다. 계속해서 장표며 문서며 자료들을 꾸역꾸역 벹어낸다. 데이터가 들어오고, 나를 통해서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문득 내가 컴퓨터가 된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고 생각을 써봅니다. 퇴고도 없고, 미리 정해둔 주제도 없습니다. 그날그날 생각나는 주제로 생각나는 순서대로 정제되지 않은 포스트를 올려볼까 합니다. 10분 땡 하면 쓰다 만 글이더라도 마감을 합니다. 목표는 매일인데, 일주일에 한 번쯤 쓰면 다행입니다.
머릿속의 구상이 구체화되는 게 너무 느린 것 같아 해 보는 연습입니다. 1년쯤 지나 그동안 썼던 글들을 보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