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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든 Mar 02. 2017

오늘도 배운다

며칠 전에 런던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역시나 새로운 집을 찾는데 조금 우여곡절이 있었고 원하지 않았던 약간의 금전적인 손해가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은 방 한쪽 전체가 옷장이라 수납 공간이 많고 오랜만에 만난 따뜻한 방이라서 방구경을 끝내고 집주인에게 바로 입주 의사를 밝혔다. 사실 이 방으로 결정안했으면 길거리에 나앉아야 했을지도 몰라 급한 마음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은 늘 설렌다. 뭔가 자꾸 채워넣고 싶고 꾸미고 싶다. 새로운 시작이므로 그에 맞는 각오도 필요하다. 당분간 건강하게 먹고 살기를 가장 큰 목표로 정하고 아침으로 담백한 오트밀과 과일을 먹고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방에 개인 전기 주전자가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저렴한 전기 주전자를 검색하려고 하는데 가만보자, 전기 주전자가 영어로 뭐지? 정말 간단한 단어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단 한국에서 커피 포트라고 불러왔던 것 같아 coffee pot로 검색했더니 온갖 커피 만드는 기계들이 검색 결과에 등장하였다. 이렇게 저렇게 검색어를 바꾸어 가면서 이미지를 찾아보고 드디어 내가 찾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kettle. 또 어제는 방안에 있는 빨래건조대가 좀 작고 부실한 것 같아 큰 것을 하나 구입하려고 검색해보려는데 이 나라에서 빨래건조대를 뭐라고 부르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온갖 빨래 관련 검색어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다가 빨래건조대는 airer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추측하고 있었던 명칭은 laundry hanger였는데 보기 좋게 틀렸다.) 이런 기본적인 단어를 모르고도 잘 살아왔어! 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 이런 수준에 그동안 영어 좀 한다고 으스댔던건가하는 생각에 사실은 조금 부끄러웠다.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인데 배움의 끝은 없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닐 때 얻은 지식과 기술가지고 한평생 밥벌이 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그건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정말이지 끊임없이 배워야 내가 맡은 일을 그나마 무리없이 해낼 수 있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그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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