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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Mar 27. 2017

14. 평범의 용기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에게 '넌 꿈이 뭐니?'하고 물었을 때

'저는 그냥 평범하게 저한테 맞는 회사 가서 돈 벌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



'대통령'부터 시작해 '판사' '검사' '의사' '연예인'까지 참으로 다양한 직업들이 쏟아진다.

일반적으로 모두들 화려하다고 칭하는 특별한 직업들.

그렇게 어렸을 적의 나도 '내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어쩌면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어렴풋이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도.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나는 평범함'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람을 홀리는 글을 쓸 줄 아는 '작가'도 아니오, 사람을 살리는 똑똑한 '의사'도 아니오,

나쁜 사람을 잡는 '검사'도 아니오, 비선 실세 없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도 아니오.

그냥 아주 평범한 사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에세이 책에서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어른의 사춘기'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정말 격하게 공감했다. <보통의 존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같은 베스트셀러 에세이에 계속 그렇게 '평범'이라는 키워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수많은 사람이 겪는 진통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 주위의 수많은 사람은 나와 같이 평범하고, 이렇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는 것임을.


그렇다고 '평범함'이 누구나 날 대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다른 이들'처럼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멈춰 서고, 때로는 돌아서며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고, 실망하며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도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이다.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게 어른이 되는 시작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나는 오늘도 '평범해지는 용기'를 얻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

힘겹지만 기꺼이 '어른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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