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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wa Lee Feb 12. 2019

03. 이게 베이킹이라고? (상)

토스터로 만드는 오트밀 쿠키 도전기


한동안 야식으로 오트밀을 먹던 때가 있었다. 밤에 배가고프면 슬그머니 냉장고에서 우유 한팩을 꺼내들고 오트밀을 꼭꼭 씹어먹으면서, '역시 씹는 욕구가 충족 되어야 배가 덜 고프구나' 라고 생각했었더랬다. 게다가 왠지 건강에도 죄책감이 덜한기분, 나는 견과류와 건과일이 잔뜩 든 뮤즐리를 사먹으면서 오트밀을 좋아한다고 착각했었다.


내가 주로 사먹던 뮤즐리.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귀리 외에도 몇가지의 압착 곡물과 건포도, 대추야자 등의 견과류가 들어있다.


하지만 착각은 얼마 안가 깨지고 말았다. 카투사 시절, 동생은 종종 미군부대에서 나눠준 간식들을 들고 돌아왔는데, 이 중 100% 오트밀이 있던 것이다. 여느때처럼 우유에 오트밀을 불려서 한술 뜨던 나는 깨달았다. 아 이렇게 끈끈하고 물컹거리는 죽이 진짜 오트밀이구나. 시나몬 슈가나 사과, 요거트 등을 더해가며 오트밀을 꾸역꾸역 먹던 나는 급기야  질려버리고 말았다. 내게 그것은 아무리 잘 쳐줘도 불린 신문지 맛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오트밀들은 한동안 방치되어있었다. 우연히 '노밀가루' '노오븐' 베이킹 레시피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맨 첫편에서 밝혔듯이 일을 쉬고 종일 열심히 먹어온 덕에 나는 몇달 새 몸무게가 5-6kg 가량 찌고 말았다. 십년 가까이 체중의 변화 없이 살아온 터라, 처음에는 살이 쪘을때도 대수롭지 않아했다. 이번에도 곧 돌아오겠지 뭐. 하지만 저울속 눈금은 눈을 씻고 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금 야금 증가했다. 내 모습이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한정 없이 살이 찔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활동량은 줄어들고,먹는양은 늘었으니 살이 찌는 게 당연한데 말이다.


무언가 악착같이 해내는 건 성미에도 맞지않고 지속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나는 식단을 조금 신경쓰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요즘 떠오르는 '저탄고지' 식단이었다.(식단에서 질 좋은 지방의 비율을 높여 포만감을 오래 지속하고, 동시에 탄수화물의 비중을 줄임으로써 당이 지방으로 몸에 축적되는 것을 줄이는 게 기본 원리이다. 엄격한 탄수화물 통제와 식이요법을 통해 신체가 몸에 저장된 당이나 글리코겐 대신 체지방을 연소하여 얻는 '케톤'을 주요 연료로 삼는 모드로 변경되는 것을 '케토시스'상태라 한다. 케토시스 모드에서는 신체가 지방을 태워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점차 살이 빠지게 된다.) 이거다, 싶었던 것은 사실 저탄고지 식단이야 말로 내 평소 식생활과 별다를 바 없어, 무리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서 먹은 양고기 스테이크 사진. 3박 4일의 여행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곳에서 고기로 저녁식사를 마무리했다.

나는 애초에 과일을 제외하고는 탄수화물과 거리가 먼 편이다. 늘 반찬 위주의 식사를 하며, 국물과 건더기 위주로 면요리를 먹고, 빵이나 떡도 그다지 즐겨먹지 않는다. 이에 비해 모든 종류의 고기와 야채는 좋아하고 잘 먹는데, 이 식습관이 조금만 교정하면 식이요법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니,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엄격한 '저탄고지'식단 대신, 이 식이요법이 가진 이점을 취하고 좋은 습관을 늘리는 선에서 내게 적용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요즘 신경쓰는 것이 배가 고플 때만 먹기, 과일 줄이기, '좋은 지방'과 '좋은 탄수화물' 먹기다. 앞에 두 가지야 어려울 게 없지만, 문제는 좋은 지방과 좋은 탄수화물이었다. 가공식품을 그다지 먹지 않는 내게 ‘좋은 지방’은 기존에 쓰던 버터(ㅇ마트의 자체브랜드 버터를 사용했었다. 성분표를 보기 전까지 나는 이것이 식물성 유지가 혼합된 가공버터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좀 더 질 좋은 버터로 대체 하는 것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좋은 탄수화물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일까.   


잘 보면 색이 흰 버터와 노란 버터가 있다. 이는 사료를 먹은 소의 우유 성분과 풀을 먹은 소의 우유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후자가 노란 색이다)

물론 개개인의 몸 상태, 식재료의 조리 방식 등 이것저것 복합적으로 고려 해야할게 많을테지만 흡수되자마자 혈당을 확 올려서 인슐린 분비를 급격히 높히는 식품 보다 어느정도 소화와 분해의 과정을 거치며, 몸에 흡수될 때 급격한 인슐린 상승폭을 보이지 않는 식품군이 보편적으로 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결론은 내게 섭취할만한 '탄수화물'의 일환으로 오트밀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버터 섭취량이 늘다 보니, 자연스레 손쉽게 함께 먹을 베이커리류에 관심이 생겼는데, 흰 밀가루 대신 떠오른 게 오트밀이었던 것이다. (저탄수화물 베이킹을하는 사람들은 주로 밀 대신 아몬드가루를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야매식단을 실천 중이니, 집에 남는 귀리를 선택하였다.)


베이킹전용 오븐 대신 십년도 더 된 오븐 토스터기(그리고 후라이팬)

밀가루 대신 시판용 오트밀 시리얼,

그외 집에 남아있는 견과류 및 기타 등등을 모두 섞어 만든 야매 오트밀 쿠키 도전기는 다음편에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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