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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Mar 30. 2018

[여행] 오사카 - 3일차와 마지막 날

봄을 맞은 교토..그리고 오사카 현지인 체험해보기

봄바람 휘날리면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진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출처. 일본기상협회

봄이 오면 누구나 기다리는 이 순간,

벚꽃이 피는 3~4월이다.

파란 하늘 아래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벚꽃을 보면

언제 추었던 적이 있었는지

새까맣게 다 잊어버릴만큼

금세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일본보다 벚꽃 개화가 늦게 찾아오는데..

남들보다 봄을  벚꽃을 좀 더 빨리 만나보고 싶다면

고민 말고 일본으로 떠나보자! 나처럼!


내가 오사카에 도착했던 때는 3월 말

이미 현지 뉴스에선 아침마다

벚꽃이 활짝 핀 도쿄 한복판에서

기상 캐스터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도쿄는 이미 벚꽃이 만개해

전국에서부터 외국 관광객까지...

‘봄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사카는 밤이면 아직 쌀쌀했고

벚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다른 꽃들은 이미 피고 있었다.)

게다가 오사카는 ‘도시’라서

봄의 자연을 그대로 느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서 오사카에서 좀 떨어져있지만

벚꽃 풍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일본 ‘전통’도 만나볼 수 있는

교토로 떠났다.


교통편은 여행 전 미리 구입한 한큐패스권을 이용했다.

1일권을 샀는데 하루동안 오사카~고베~교토를

무제한으로 다녀볼 수 있다!

(단, 한큐라인 지하철로만!)

아무리 무제한이지만...

하루 안에 고베와 교토를 다니는 일정은 무리다.

게다가 전날 유니버셜까지 갔다 왔기에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났으며 무엇보다 지난 오사카 여행 때

고베는 가봤으니 교토만 가기로 했다.

구매처: 여행박사

우리가 향한 곳은 교토의 아라시야마

아라시야마 외에 관광객들이 꼭 필수로 가는 코스가

두 군데 정도 더 있지만 (거기가 더 유명하지만)

우리는 ‘한 놈만 패기로 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사계절의 변화가 선명하며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명소로써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대나무 숲이 가장 유명하다.
-출처 네이버-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방법은 조금 복잡하다.

우선 우메다역에서 한큐라인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리고 교토로 가는 노선은 중간에 두 갈래로 나뉘는데

아라시야마로 가려면 ‘가츠라’라는 역에서 갈아타야한다.

중간중간 승강장이 바껴서 길을 헤맬 수도 있지만

괜찮다!

그냥 사람들이 가는 곳을 무작정 따라가면 된다 ㅎ


가츠라역에서 아라시야마까진 총 네 정거장

짧은 거리를 지나가는 사이에도

봄과 꽃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도착하기 전부터 부푼 마음을 안고

아라시야마역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우리를 맞아주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찾아온 듯 했다.


자연을 담은 한 폭의 그림, 아라시야마

오사카의 바람은 쌀쌀했지만

교토는 제법 포근한 날씨였다.


규모가 작은 역이라 출구도 딱 하나다.

출구 그대로 나와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공원, 강, 작은 숲, 사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원 근처에는 당고, 녹차아이스크림 등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자그만한 상점들이 모여있다.


보아하니... 관광객은 좀 더 안 쪽에 있는

대나무 숲이나 상점가에서 쇼핑을 즐기는 반면

현지인들은 주로 피크닉을 목적으로 아라시야마를

찾은 거 같았다.

공원에 모여서 도시락을 먹거나

푸르른 산을 등진 채 시원한 강가를 바라보며...

낚시를 하거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현지인들을 목격할 수 있다.


아라시야마에는 ‘인연을 이어주는 다리’가 있는데

연인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평생 영원한 사랑을 하게되고

아직 연인이 없는 경우에는 이후에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좀 창피한 고백이지만

나도 다리를 건너면서 속으로

‘좋은 사람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걸었다.

이 다리를 건너게 되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다리 위를 걸으면서 바라보는 풍경도 참 아름다웠다.

강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다리는

단지 이동수단이 아닌

마치 강의 시작과 끝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맑은 물이라 그런지 두루미와 청둥오리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녀석들도 봄을 맞아 떼지어 소풍온 것 같았다.


'한 폭의 수채화'라는 말이 참 식상한 표현이긴 한데

말 그대로였다.

하늘, 산, 강, 나무, 꽃

이 모든 걸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정말 그림이 따로 없었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가다보면

온천과 사찰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보인다.

곳곳에는 오백년 된 소나무들과 전통 가옥들이

모여있고 마치 이곳, 아라시야마를 말해주는 듯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나무 숲이 있는 곳을 향한다.

길 양 옆에 있는 상점가들은

달콤한 냄새와 눈을 사로잡는 예쁜 소품들로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멈추게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자석처럼 이끌리듯

이리갔다 저리갔다

대나무 숲은 커녕 구경하고 요깃거리 하느라

길에서 시간을 거의 보낸 것 같다.

(이미 내 머리 속에 '대나무 숲'은 사라진지 오래...;;)


하지만, 이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일본 느낌의 소품을 두고 어딜 가느냐 말이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단체로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는 걸 보니

시간 여행에 온 듯 했다.

(기모노를 입은 친구들을 찍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까

소심해져 찍지 못했다 ^_^;)


걷기만 해도

사진이 되고 그림이 되는 아라시야마

이제 가장 유명한 곳인 대나무 숲으로 가보자.


그런데, 상점가가 긴 건지

대나무 숲이 멀리 있는 것인지

구경할만큼 하고 간식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대나무 숲은 보일 생각이 없었다.

그때, 친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 대나무 숲의 상황을 보게 됐는데...

이건...뭐....

대나무 보다 사람들이 더 득실득실거린다는 거이다.

입구에서 대충 인증샷만 찍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때마침 해는 이미 중천에 떠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아무리 간식으로 배를 채우긴 했어도..

배꼽시계는 점심시간을 가리키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대나무 숲은 깨끗히 포기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초밥 모양의 자석 >_<

돈가츠, 장어덮밥, 스시, 죽통밥 등등

선택의 폭은 넓었다.

하지만 블로그에 나오는 맛집은 한정적.


우리는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닌

현지인들이 찾는 곳에서 먹기로 했다.

블로그 후기가 아닌 현지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었다.


현지인 맛집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마침 식사시간대였기 때문에

식당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지나다니면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된다.

(이건 뭐 노하우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어떤 가게는 온통 한국말만 들리고

어떤 가게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가게 발견!

소바를 파는 곳 같았고,

외관만 봐도 소박하고 정갈한 가게인 것 같았다.

그리고 메뉴판도 일본어로만 되어 있었고

우리 앞 뒤로 서 있는 사람들 모두 일본사람이었다.


대기하는 동안 혹시 몰라

포털에 가게명을 검색해보니

후기글을 몇 개 볼 수 있었다.

후기 내용도 우리가 생각한 것과 비슷했다.

외국 관광객에겐 알려지진 않은 곳 같았으며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것..!

실제로 들어가보니 외국인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구운 청어가 올라간

따뜻한 소바이다.

우리에겐 낯선 음식이라..다른 것을 고르기로 했고

이 중 가장 익숙해보이는 냉소바와 새우튀김 세트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는 따뜻한 녹차로

입안을 헹구고

마침내 소바를 영접하였다.


소바는 방금 차가운 물로 헹궈져서 나온 것처럼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차가운 소바면을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짭짤하면서 고추냉이의 톡쏘는 맛이

입맛을 더욱 돋아주었다.

그다음,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새우 튀김을 먹을 차례!!

푸슬푸슬한 튀김옷 안에 숨겨진 통통한 새우..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간장이나 소금에 찍어먹지 않아도 됐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다른 사람들은 어찌 먹나 둘러보니

대부분 따뜻한 소바를 먹고 있어서 참고하진 못했다...

그냥 내 스타일대로 그냥 먹기도 하고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먹기도 했다.

다 먹고나니 점원 분이 빨간 주전자를 주셨다.

뭐 어떻게 하라고 줬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소바를 삶았던 면수였다.

면수인 건 알아냈는데....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가 고민되었다.

친구는 메밀이 소화를 도와주는 음식이니

메밀차 마시는 것처럼 그냥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나는...아무 간도 안 된 면수를 먹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

남은 간장소스에 넣어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의견이 서로 다른 채 실랑이를 하던 중...

이번에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옆 테이블 할머니가 우리랑 속도가 비슷했는데,

친구 말대로 차 마시듯 컵에 따라 마셨다.

아무 맛도 안 나고 그냥 뜨겁기만했지만

배고픈 나머지 차가운 소바를 허겁지겁 먹은 게

마음에 걸려 열심히 마셨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대나무 숲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아라시야마역으로 향했다.


현지인처럼 놀고 먹고 쇼핑하기

그리고 마지막날인만큼 오사카 시내에서

쇼핑하기로 했다.

대신! 난바라던가 한큐백화점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루쿠아, 그랜드프론트라는

쇼핑몰에 가기로 했다.

루쿠아는 20대가 자주 찾는 쇼핑몰이고

그랜드프론트는 뉴욕에 있는 베이커리인

시티 베이커리가 일본에서 유일하게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인양품이

입점해있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쇼핑하고자 하는 목록들은

굳이 저기를 가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아무리 똑같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오사카 현지인들은 주로 가는 곳에 가보면

느낌이 남다를 것 같고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관광객들이 이 곳을 가지 않는지 알겠더라.

첫째, 중심가와 꽤 멀어서 이 곳의 존재여부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고

둘째, 아까도 말했듯이

어차피 여기 있는 매장들은 어디를 가도 있는 거라서..

굳이 먼 길을 돌아돌아 찾아오진 않는 것이다.


오사카역에서 한참을 돌아 헤매도

구글 지도를 봐도

출구가 어디인지.. 신호등을 건너야 하는 건지

아니면 위의 다리를 건너야하는지 구별이 안 됐다.

하지만 이왕 온 김에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길은 헤매더라도 가는 길에

현지인들이 줄 서서 사 먹는 슈크림도 맛보고

잠깐 앉아서 거리 공연도 봤다.


그렇게 힘들게 찾은 두 곳!

일단 온 김에 스타벅스에서 잠시 목을 축이기로 했다.

한창 봄 신상메뉴가 나온 일본 스타벅스

한국과 다른 일본의 메뉴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일본 스타벅스 메뉴판

새로 나온 메뉴로는 ‘하얀 커피’로 불렸던

마카다미아프라푸치노와 거품 층이 두개로 나뉜

무스라떼 그리고 얼그레이티 프라푸치노였다.

白いコ-ヒ

나는 그냥 콜드블루를 주문하고

친구는 신메뉴 중 하나인 마카다미아프라푸치노를

선택했다.

맛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맛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호두마루를 녹여서 위에

슈크림을 얹은 맛이다.


스타벅스에서 잠깐의 휴식이 끝난 후

무인양품, 유니클로 등

지인들에게 선물할 거라던가

개인적으로 필요했던 물품들을 구매했다.

5000¥이상 구입하면 택스프리도 되니

한 번 살때 두둑히 쟁여뒀다!

양손이 무거워지니 슬슬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는

오사카에서 오코노미야끼가 가장 맛있기로 유명한

<어머니>라는 곳을 찾아갔다.

어머니 オモ二
위치: 그랜드프론트 서관 7층
*메뉴 중 김치볶음밥도 있음

일본 상호점 이름이 ‘어머니’라는 게

특이했다.

찾아보니 사장님이 재일교포라고 한다.


다행히 6시 좀 안 되어 도착해서

길게 웨이팅하지 않았는데

6시가 넘어서자마자 무섭게 사람들이 몰렸다.

웨이팅하면서 주문을 미리 받는다.

나는 이 가게의 시그니처인 어머니 오꼬나미야끼를

친구는 모던야끼를 주문했다.

자리에 착석하면 뜨겁게 데워진 철판이

미리 준비되어있다.

아까 주문해뒀던 오꼬노미야끼가

바로 나온다.

그냥 먹으면 맛이 밍밍하므로

옆에 있는 데리야끼 소스, 마요네즈, 고추가루,

가쓰오부시 등을 본인 취향에 맞게

뿌리면 된다!


‘어머니 오꼬노야끼’는 돼지고기, 새우, 오징어, 관자가

들어있어 식감도 좋고 해물과 돼지고기의 조합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

그리고 모던야끼는 면을 소바 또는 우동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우동보다 소바가 훨씬 오코노미야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은 푸짐한 오코노미야끼!

처음엔 1인당 하나는 부족할 거 같아

메뉴에 김치볶음밥이 있길래

추가로 주문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딱 한 조각 남았을 때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그래서 한 사람당 하나면 시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


라멘으로 여행 마무리

마지막 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에 도착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일찍 자려고 했으나

뭔가 아쉬웠다.

첫 날부터 봐뒀던...호텔 앞 라멘집이

눈에 아른거렸던 것이다...

호텔 앞 라멘가게
가게명 모름
위치: 에비스초역 4번 출구 근처

밖에서 봤을 때 손님도 적어보이고

또 늦은 시간이라 취객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고픈 배가 우선이었다.


나는 매운 미소라멘(매운단계 2단계)

친구는 소유라멘을 골랐다.

주문하자 마자 거의 10분도 안 되어서

라멘이 나왔다.

좌) 미소라멘 우) 소유라멘

일본 라멘도 이제 워낙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라

한국에서 먹은 거나 맛이 다르지 않았다.

특별하게 맛있는 라멘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마무리하기엔 무리 없었다.

라멘 한 그릇으로 오사카의 마지막 밤을 장식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떠났다.

이번 오사카 여행을 정리하자면

4년 전에 보지 못하고 가지 못하고 먹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봤다.

그동안 새로운 맛집도 생기고

그때는 안 보였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했지만

두 번째 여행인만큼 아쉬움이 덜 들도록

이왕 온 거 열심히 보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또 언제 오사카에 오게 될 진

모르겠지만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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