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푸드의 장점은 식어서 맛이 저하 되는 걸 걱정 할 필요 없는 것이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단독으로 빵 위에 올려 먹어도 되고 잘 구운 스테이크에 곁들여도 좋다. 푸실리 파스타 위에 치즈를 갈아 올려 토마토와 소스만 듬뿍 얹으면 간단한 냉 파스타로 손색없다. 이만큼 활용도가 좋으니 방울토마토를 두 팩 구매했다.
유리 볼에 잘게 썬 양파를 넣고 3:2:1 레시피를 준비한다. 올리브 오일 세 스푼, 발사믹 식초 두 스푼, 꿀 한 스푼, 레몬즙 한 스푼. 생바질을 넣어주면 좋지만 아쉬운 대로 바질 플레이크를 한 스푼 넣었다. 이제 방울토마토를 깨끗하게 씻어 꼭지 부분에 십자 모양 칼집을 내준다. 꼭지 반대편에 내면 칼집의 의미가 없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건 경험에서 나온 경고다. 칼집 낸 토마토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 샤워시켜주면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벗겨낸 토마토를 유리 볼에 준비된 소스와 잘 섞어주면 ‘초록, 하양, 빨강’ 맛의 공식 색깔이 나온다. 밀폐 용기에 담고 냉장 반나절만 냉장 보관해도 어우러진 맛이 난다.
숙성된 소스가 잘 배인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맛보는 시간. 직접 만든 통밀빵을 꺼냈다. 브리 치즈는 칼집 내 오븐에 구워 견과류를 올리고 꿀을 뿌려줬다. 소스가 스며든 고소한 통밀빵에 토마토와 치즈가 씹혔다. 새콤달콤한 맛이지만 결코 네 글자로 표현될 수 없는 맛. 그럼에도 굳이 맛을 표현해 내자면 ‘혼자만 먹을 수 없는 맛’이다.
콜드 푸드의 또 하나 장점은 온도에 타격이 없어서 음식 공유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멋진 곳을 가면 ‘같이 오고 싶다’ 생각이 드는 것, 맛있는 걸 먹으면 ‘맛보여 주고 싶다’ 생각이 드는 것. 애정의 시작은 좋은 걸 공유하고 싶어질 때가 아닐까?
미리 열탕 처리해 말려둔 밀폐 유리병에 마리네이드의 토마토와 소스를 번갈아 넣었다. 유리병엔 스티커를 붙여 생소할 수 있는 이름을 친절히 적어줬다. 직접 만든 통밀빵, 스콘, 블루베리 잼도 함께 했다. 홈메이드 꾸러미를 종이봉투에 차곡히 담았다.
특별한 기념일은 아니었지만, 만남에 의미를 둔 선물을 한다면 그날이 특별한 날이 되고 기념이 된다. 단지 선물이 좋은 게 아니다. 좋은 건, 고심하게도 고르는 진지한 미간과 어울리는 포장지를 고르는 신중함. 준비한 선물을 가방에 소중히 챙겨서 상대방 손에 들리기까지의 시간이다. 표현과 내색이 서툰 나에게 적절한 표현 수단은 글과 음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