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동물과는 좀 달라야... (Feat. 루소, 칸트, 헤르더)
국내에서 아직 번역되지 않는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자유의 권리(Freedom's Right)"를 해설하는 글입니다. 현실을 들여다보는 철학을 위해 제가 가장 먼저 "자유의 권리"를 연재하는 이유는 이 작업 안에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담겨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꼭!! Chapter 1. 부터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Prologue도 있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
Chapter 5에서 소개한 것처럼, 호네트는 법적 자유로서 소극적 자유의 필수성을 받아들이지만, 이 모델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비판합니다.
첫째, 소극적 자유 속에서는 강력한 내적 본능이나 욕망에서 오는 행위가 행위자의 자유로운 의식적 의지의 산물로서 행위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칸트의 입장처럼, 초원의 사자는 자유롭다고 볼 수 없습니다. 본능과 욕망에 기인한 행위는 그 자체로 자유의 내용물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이성을 가진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란 인과적 힘 (본능이나 욕망)에서 독립적으로 행위자가 진실하게 자율적으로 승인한 [혹은 합리적 숙고를 통한] 행위 어야만 합니다).
둘째 소극적 자유는 좋은 삶에 관해 순수하게 자기 이익적으로 동기화된 사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상호 호혜성, 혹은 타자에 대한 비강제적 의무와 같은 미덕, 그리고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주장들과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소극적 자유 속 개개인은 오직 자신들에게 유익할 때 만이 사회적 협력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소극적 자유 개념에 내재된 문제들에 맞서, 그리고 자기 결정에 관한 근대적 이해의 도래와 함께, 자유에 관한 새로운 사고가 주목받게 되는데요.
호네트는 자유에 관한 이 새로운 사고를 반성적 자유 (Reflexive Freedom)라고 명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호네트는 Isaiah Berlin과 Raymond Geuss의 성취를 잊지 않습니다).
특정한 모든 개념 차이를 너머, 반성적 자유의 주요한 사고는, 앞서 호네트가 지적했던 것처럼, 소극적 자유 개념 속에 있는 여느 실재적 내용물의 결여를 비판하는 것과 함께 시작됩니다.
즉 반성적 자유 선상에 있는 모든 사상가들은 소극적 자유의 개념 속 개인의 행위 목적이나 목표가 의미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에 관한 의구심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호네트는 반성적 자유 모델을 옹호해 왔던 이들의 주요한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소극적 자유 개념이 근대의 도덕적 자기 이해에 있어 본원적이고 유기할 수 없는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이 개념은 순수하게 욕망과 같은 본능적으로 인도된 행위와 도덕적으로 자율적인, 또는 자기 결정적인 행위 사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Negative freedom... conveys the demand that all individuals be entitled to act in accordance with their own preferences, without external restrictions and without having to submit their motives to rational judgement, provided they do not violate the right of their fellow citizens to do the same. By contrast, the idea of reflexive freedom focuses solely on the subject's relationship-to-self; according to this notion, individuals are free if their actions are solely guided by their own intentions.
Axel Honneth, Freedom's Right, 29.
소극적 자유는... 모든 개개인이 다른 동료 구성원들의 동일한 행위를 할 권리를 위반하지 않는 한, 외적 제약 없이, 그리고 자신들의 동기를 합리적 판단에 맡기는 것 없이, 이들이 자신들의 선호도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한다. 반대로, 반성적 자유에 관한 사고는 오직 주체의 자기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개념에 따르면, 개개인은 이들의 행위가 전적으로 자신들의 의도에 의해 인도될 때 만이 자유롭다.
악셀 호네트, 자유의 권리, 29.
따라서, 호네트에 따르면, 반성적 자유 모델을 지지하는 이들은 단순한 행위의 자유와 실재적 자유 사이의 차이를 적절하게 평가하기 위해 자아를 향한 주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이들에 따르면, 개개인은 오직 이들의 행위가 전적으로 자기 진실적인 (self-authentic), 자율적인(autonomous), 혹은 자기실현적인 (self-actualised) 의지에 따라 자신의 의도에 의해 인도될 때만이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호네트는 이 발전이 다양한 사고들과 더해져, 그리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는 행위와 진정으로 자유로운 행위 사이를 구분하면서, 반성적 자유에 있어 두드러진 세 가지 모델을 이끌었다고 평가합니다.
그가 보기에, 루소의 자기 진실성을 기반으로 한 자유 (행위자의 의지), 칸트의 도덕적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자유 (자기 입법), 그리고 헤르더의 자기실현을 기반으로 한 자유 (의지의 정화) 모두 반성적 자유에 풍성한 개념들을 더하면서 구체화된 모델입니다.
특히 루소에서 영향을 받은 칸트와 헤르더의 자유 모델은 이후 반성적 행위의 산물과 좋은 삶의 관계에서 지속적인 공헌을 해 왔습니다.
한 편으로, 도덕적 자율성의 관점에서, 우리가 좋은 삶을 자유로운 개별 행위자들 간의 전체성 가운데 협력의 결과로 이해할 때, 칸트적 전통 속 자유의 개념에 빚지고 있습니다.
칸트에게 인간은 합리적 관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행위의 규칙을 스스로 부과하고 이 규칙을 행위의 진정한 동기로서 따를 때 만이 자유롭습니다.
이 전통을 따라 개인의 자유는 '보편 준칙의 원리'로 인도된 자기 결정을 의미하게 된 것이지요.
개인의 자유 실행을 위해 요구되는 반성적 행위들은 모든 주체들이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타당한 법칙들의 공동 저자로 여기는 법을 배우는 사회화 과정의 산물이 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자기실현의 관점에서, 우리가 좋은 삶을 내면의 나를 인지하는 반성적 과정으로 이해할 때, 헤르더에게 자유의 개념을 빚지고 있습니다.
헤르더는 자연이 각각의 개인들에게 씨앗처럼, 그 잠재력을 전개시키면서 성장과 번성을 위한 독특한 영혼을 부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개개인은 일단 자신들의 자유로운 행위를 자기 진실적 자유의 실행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범주까지, 모든 내면의 힘과 감각을 이용할 때 비로소 성숙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지요.
헤르더에게 자유는 "자기 표명에 있어 삶 전반의 과정"이 됩니다.
그리고 자유의 실현은 자기 발견의 "통시적인 과정 (diachronic process-언어와 사실을 역사적으로 종단하는 과정)"이 됩니다.
앞선 Chapter에서 저는 호네트가 설명한 소극적 자유 모델에 어울리는 정의의 원리를 소개했습니다.
소극적 자유에서 도출된 정의의 원리는 이 자유 모델에 몰두하고 있는 (순수하게 사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개개인을 가능한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방해받지 않을 주관적 권리를 확립하고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주관적 권리 보장을 위한 이 계약, 즉 정의의 원리는 강력한 강제 권력의 권한을 가진 국가의 의해 보장됩니다.
이 정의의 원리는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협력이나 연대보다는, 단순히 개인의 주관적 권리를 보장하고 적용하는 것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반성적 자유에서 도출된 정의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호네트는 반성적 자유에 관한 사고의 맥락을 따라 어떤 정의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을까요?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 Chapter 5 말미에 저는 Chapter 6. 반성적 자유로 향하기 전, 소극적 자유를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시도인 Chapter 5. 외전을 게시할 것을 약속드렸는데요. 글을 작성하던 중 반성적 자유에 관한 모든 소개가 완료된 이후 시점이 이 시도를 위해 더 적절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본래 계획을 자유에 관한 사고의 재료들이 좀 더 소개된 이후로 미루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