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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민주주의가 뭔가요?

Liberal Democracy not as Free Democracy

by Sui generis



윤석열 (아직은) 대통령은 취임 후, '자유'를 매우 높은 빈도로 언급했다.

그는 이 단어를 '민주주의'와 짝을 맞춰 거의 모든 연설에서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와 국가적 이념의 핵심을 이루는 수사적 장치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그리고 그가 속한 정당과 지지자들은 자신들 만이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할 유일한 세력임을 강조해 왔다.

이 주장은 타당한가? 그전에,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이들의 이해와 적용 방식은 과연 그 철학적 본질에 부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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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Liberal Democracy'를 '자유 민주주의'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번역은 Liberal Democracy가 서구 근대 정치 철학의 역사에서 그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 방식과 그 개념이 내포하는 복합적 사고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이 번역은 Liberal Democracy의 정치적 정체성 속 철학적 긴장 관계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단순히 Liberty를 Freedom이라는 윤리적 가치로 환원시킬 위험이 있다.


이 결핍은 우리를 한 가지 중요한 물음으로 인도한다: "왜 서구의 정치 철학은 '자유 민주주의'를 말할 때, 'Free democracy'가 아닌, 혹은 'Autonomous democracy'가 아닌, 'Liberal Democracy'라는 용어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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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치 철학적으로 상당량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을 메우기 위해, 존 로크(John Locke),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과 같은 철학자들의 논의도 필수적이다.

이 주제와 관련한 상세한 해설은 여러 회차를 요구하고, 비전공자들에게는 다소 간 demanding 한 독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Liberal Democracy 속 핵심적 사고들을 간략히 언급해 본다면,


기본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정치 철학적 전통에서 서로 긴장 관계에 있는 두 가지 개념을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의 결과이다.

즉, 자유 민주주의는(Liberal Democracy)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자유주의와(Liberalism) 민주주의(Democracy)를 조화시키고자 하는 하나의 정치적 이상이었던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간략히 요약해 보면,


개인주의를(Individualism) 토대로 발전한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유주의는 다수의 전횡을 늘 경계하고, 개인의 권리가 집단적 결정에 의해 침해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민주주의는 집단적 의사 결정을 통해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기반으로 하며, 대중의 의사에 따라 공적 권위를 행사한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다수의 의지에 우선순위를 두면, 개인의 권리가 (특히 소수자) 침해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자유주의가 지나치게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면,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 약화되어 민주적 정당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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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민주주의'는 이 긴장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 발전된 정치적 이상이다.

이 이상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자유주의적 원리를 기초로 하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다수 의지의 공동체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실현하는 정치 체계 확립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자유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계는 개인의 행동에 대한 외적 간섭의 부재를 의미하는 Freedom을 실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Freedom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사회적 역할과 규범적 의무, 그리고 우리의 상호 간 관계등도 설명해야 한다.

Freedom 밖에서 목격되는 이러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은 자율성(Autonomy)이라는 개념을 통해 해명된다.

Autonomy는 자율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도덕적 역량을 의미한다.

따라서, Autonomy는 우리가 사적 공간 너머 타자를 마주했을 때, 이들의 관점과 규범적 요구를 고려하여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규정하며, 공동체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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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는 정치 철학적으로 개인적 자유와(Freedom) 자율성을(Autonomy) 핵심 가치로 여기면서, 이 둘을 조화롭게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 체계이다.

이 과정에서, Liberty라는 개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도적, 법적 자유의 보장을 목적으로 발전된 이 개념은 개인이 외적 간섭 없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실행하며(Freedom), 동시에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Autonomy) 시도를 반영한다.

즉 Liberty는 Freedom과 Autonomy를 모두를 법적, 제도적 구조 안에서 조화롭게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해 발전된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자유 민주주의'는 Liberty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시민 개개인의 권리가 상호 충돌하지 않도록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동시에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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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본 개념과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그가 속한 정당, 그리고 지지자들은 지속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념(Ideology)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라는 철학적 이념적 틀과 '대의 민주주의'라는 국가 체계를(System) 혼동한다.

이는 '자유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를 (Freedom과 Autonomy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 단순히 '대의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형식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드러낸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Liberty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간과한 채, 자유라는 개념을 '시장 자유주의'와 동일한 맥락에서 사용한다.

그는 또한 스스로를 공산주의 세력에 맞선 투사로 설정하며, 자유라는 개념을 국가적 독재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수사는 자유라는 개념을 복합적인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논의하기보다, 이념적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축소시킨다).

이러한 사례 모두는 '자유'라는 개념을 '외적 간섭의 부재'라는 제한된 의미로(Negative Freedom) 환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결과, 그는 '자유 민주주의' 속 Freedom 개념만을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하면서, '자유 민주주의'의 이상이 요구하는 다원적 대화와 민주적 절차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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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거의 모든 담화 속에서는 시민들이 민주적 절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공동체의 규범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Autonomy 개념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유를 개인의 행위 영역을 보장하는 것에만 등치 시킴으로써, 그는 '자유 민주주의'의 또 다른 핵심 요소들인 다원적 담론, 시민적 책임과 역할, 민주적 의지 형성을 희석시켜 왔던 것이다.



#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Freedom의 개념조차도(주로 소극적 자유 - Negative Freedom - 로 통용되는) 적절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수 차례 '자유'를 주로 권위주의적 법치주의와 연결하며, 개인의 권리보다는 국가적 질서 유지나 반대 세력 통제에 활용해 왔다. 대통령 취임 후 총 24차례에 달하는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인 민주적 합의와 다수결 원칙을 무력화 한 사례이다. 이는 시민들이 Autonomy를 (정치 영역에서 자율적 참여) 통해 민주적 절차에 공헌할 기회를 제약하며, 권위적 법치주의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약화시킨 행위였다 #



내 판단과 예상이 정확하다면, 곧 우리는 대선을 치를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시민권과(Citizenship) 공민권(Civil Rights)을 가진 '민주적인 우리(Democratic We)' 모두는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추구하는, 그리고 사회적 평등의 실현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Freedom과 Autonomy, 그리고 Liberty를 반드시 구별해야 하고, 이 개념들과 함께 '자유 민주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나는 Freedom, Autonomy, 그리고 Liberty를 구분하는 것에 게으른 이들이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권리를 곡해하고 민주적 절차에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하면서, '자유 민주주의'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반복해서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왜곡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들 역시 우리 일상 속에서 적대적으로 배척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이상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그가 속한 정당과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결코 그런 방식으로 해석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이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 처참한 정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긴급히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서로를 향한 혐오의 언어를 걷어낸 채, 서구의 정치 철학에서 '자유 민주주의' 개념이 탄생한 배경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 이다.

서구 사회로부터 빌려다 쓴 '자유 민주주의'라는 개념.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이면의 역사적, 정치 철학적 이야기들을 생략한 채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의 소생은 결국 정치를 통한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해 필수적일 것이다.


이제 광장에서 내편과 함께 각자의 주장만 목청 높이는 대신,

우리 서로 자유 민주주의 속 Freedom, Autonomy, 그리고 Liberty 개념에 대해 논의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의, 너의, 그리고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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