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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Dec 21. 2018

#24. Backpack Honeymoon

Day 23 -> 스페인 Zubiri_산티아고 순례길 Day 2

일찍 출발하는 순례자들을 위해 10시면 모든 불을 소등했다. 불이 꺼짐과 동시에 나도 잠들었다. 단이 조용히 일어나라고 하는 소리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6시.. 8시간이나 잤는데도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하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며 보니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꼭 오른쪽 눈 안 실핏줄부터 충혈되더라... 침낭을 말아 집어 놓고 어제 미리 준비해 놓은 가방을 메고 두 번째 길을 나섰다.

오늘 수비리까지 거리는 20km.  

몸상태 만큼이나 우중충한 날씨

어제에 비해 거리도 짧고, 내리막 길 위주라 길도 수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두가 훨씬 쉽다고 하는 길이 나에게는 더 힘들게 느껴졌다. 분명 어제와 같은 무게의 배낭임에도 더 무겁게 느껴지고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몸이 오늘 훨씬 피곤하고 지쳤다.

스페인의 마을. 붉은색. 장미.

 배낭여행이 좋다 :)

아 단이랑 춤을 추지 말아야 하나보다. 즐거운데 늘 싸운다. 지친다 지쳐. 지겹다 정말. 꼭 자기 마음대로 해야 직성에 풀리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자기만 늘 옳고 자기 방법대로 해야 되고. 고집불통. 밉다 오늘은.

순례자 식사는 10유로 3코스! 양이 어마무지 하다. 맥주는 늘 레몬맥주(cerveza con limon)! 제일 오른쪽 붉은 음식은 삶은 레드페퍼 안에 고기! 무지 맛있다!

 


사족을 달자면, 함께 스윙댄스를 취미로 하고 있어요. 제가 예전부터 했고 단은 저로 인해 시작했죠. 잘 안 싸우는데 춤만 추면 왜 이렇게 각자 춤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지는지,,, 늘 자존심 싸움이 되더라고요. 요새는 안 싸우고 잘 춤추러 다닌답니다. 이 글을 썼던 시점은 아직 초반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서로 밑바닥까지 보여주며 많이 싸우고 견디고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다시 하라고 하면... 글쎄요... 또 그 시간을 겪고 싶지는 않네요.ㅎㅎㅎ


밑에 사진은 혐오스러울 수 있습니다...

2일만에 물집!!ㅜㅜ

2일째에 벌써 물집이 생겼다...

내 몸의 가장 연약한 곳이 어딘 자연스레 알게 됐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너였구나. 못난 것.

바늘과 실, 발가락을 소독한 후 피부 껍질에 구멍을 내고 물을 제거한 다음 실을 끼웠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물집이 생긴 자리에 계속 물이 잡혀서 다음 걸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실을 끼워두면 물이 찰 틈 없이 살점이 아물고 연약한 피부가 단단해질 것이다. 두 번째로 약한 녀석은 누구인지 두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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