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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Aug 01. 2020

임신 & 출산 in 몬트리올

2. 의사 선택과 첫 검진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은 무상이다. "무상"이라는 단어가 좋기만 할 것 같지만, 글쎄...


임신 소식을 알고 단이 처음으로 한 일은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고 예약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처럼 산부인과가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클리닉 내에 여러 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고 클리닉을 통해 예약을 진행한다. 아니면, 패밀리 닥터가 있는 종합 병원을 통해서 예약을 할 수도 있고, 패밀리 닥터가 산부인과 전문의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 아쉽게도 우리 패밀리 닥터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니어서 함께 팔로업을 할 수 없었다.


원하는 의사에게 검진을 받으려면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재빨리 의사를 물색해야 한다.

단은  Ratemds.com 사이트에서 며칠간 평이 좋은 의사들 리스트를 만들었다. 영어와 불어 둘 다 사용하는 몬트리올에 살다 보니 영어를 쓰는 의사 중 평이 좋은 의사들 위주로 찾았고 또 생 마리 병원과 연계된 의사 위주로 찾았다. 시스템이 참 복잡한 게, 팔로업을 클리닉에서 해도 거기서 출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은 연계된 종합병원에서 한다. 또, 무상으로 하는 초음파, 피검사, 소변검사는 종합병원에서 해야 한다. 어쨌든 리스트를 만들고 단이 제일 맘에 들어했던 클리닉에 전화하여 예약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제일 빨리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임신 11주 차! 여기서는 보통 아무리 빨리 검진을 잡아도 10주 전에는 예약을 안 잡아 준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한국이었으면 하는 생각...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한 친구가 있어서 참 많이 비교하게 된다. 물론 여기도 장점이 많지만, 내가 원할 때 병원을 못 가는 점이랑 의사와 컨택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게 앞으로 나의 임신기간 내내 나를 무척 힘들게 했다.


11주까지 정말 조심하며 드디어 의사와 처음 만나는 날!

그녀는 다정하지는 않지만 무척 빠릿빠릿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다. 첫 검진 때는 단과 함께 들어가서 우리 가족력이나 건강상태 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임신 1분기 때 하는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무상으로 하는 검사는 정말 기본적인 것만 포함되어 있고 한국에서 흔히 하는 기형아 검사와 초기 초음파 검사는 불포함이었다. 다행히 단 회사 보험이 적용되어서 우리는 초음파와 1분기에 하는 검사 패키지를 하기로 했다. 초음파가 100불에 검사 패키지가 400불... 그중 80%가 보험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 검사는 의사가 있는 클리닉에서 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클리닉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아야 한다. 우리 담당의도 9개월 동안 팔로업을 하지만 출산할 때는 그 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출산을 돕게 된다. 나는 단이 옆에서 도와주니 괜찮지만 부부 모두 이민을 온 경우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을 것 같다.

원래 팝 테스트 (자궁경부검사)를 패밀리 닥터와 하기로 했으나 임신 확인 후 산부인과 전문의와 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해서 사정을 얘기 했더니, 얼떨결에 바로 테스트를 하게되었다. 검사 자체는 질 입구에 면봉을 슥 문지르기만 하면 끝나서 무척 간단했다. 의사가 팝 테스트 하자마자 바로 아기 심장소리 듣겠냐고 묻더니 대답을 하자마자 배에 젤을 발랐다. 얼떨결에 나는 바지가 벗겨진 채로, 단은 커튼 너머에서 아기 심장소리를 듣게 됐다.


"두근 두근"


태아의 심장소리는 익숙한 내 심장소리보다 훨씬 빠르고 힘찼다. 커튼 너머에서 단이 오!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의사와 면담이 끝난 우리 머릿속에는 아기 심장소리가 주는 행복감이 가득차 있었다. 

13주 차 첫 초음파.

역시 사설 클리닉이라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시설이 무척 좋았다. 캐나다에서 3D 초음파 기대도 안 했는데.. 초음파를 해주는 테크니션을 따라간 방은 무척 세련됐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단과 손을 꼭 잡고 자세를 잡자마자 들리는 우리 아기의 심장소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단은 손에서 땀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테크니션이 무척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고 우리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아기를 쳐다보았다. 자고 있는지 큰 움직임이 없었는데,  테크니션 분이 중요한 체크를 다 하고 마지막에 애기를 깨우겠다고 내 배를 꾹꾹 눌렀다.  그러자 잠에서 깨어 활발하게 움직이는 울 애기! 너무너무 신기하다.

클리닉에서 잘 나온 사진을 인화해 주고, 나머지 사진과 비디오는 이메일을 통해서 받았다.


태명은 못나게 지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어서, 우리 아기 태명은 부, 일명 코딱지다ㅎㅎㅎ엄마 배속에서 편안히 건강하게만 자라줘 딱지야!

From dude to dad!
술은 당분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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