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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Aug 01. 2020

#27. Backpack Honeymoon

Day 26 -> Estella 산티아고 순례길 Day 5

*저희가 순례길을 걸은 시기는 2016년도입니다 :)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길을 함께 걷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맑은 날보다는 흐린날 걷는 것이 훨씬 몸이 편하다는 사실!

새끼발가락에 잡힌 물집이 계속 아프더니 오늘은 잠잠하다. 밑에 있는 살갗이 단단해져 더 이상 아프지 않나 보다. 오늘 처음으로 몸이 적응했음을 느꼈다. 허리 부근에 배낭의 무게를 싣고 어깨에는 최대한 부담이 안 가도록 했다. 배낭끈 길이 조절하는 것 역시 어떤 모양새가 가장 내 몸에 맞는지 터득했다. 처음의 가파른 경사를 오른 것을 제외하면 수월한 길이었다.
가는 길에 들린 이름 모를 교회에서 도장을 찍었다. 이 길을 걷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어야 하나 싶다. 마찬가지로 길의 끝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필요도 없겠지. 그저, 라벤더며, 달팽이며, 걷디가 만나는 수많은 생물체들, 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의미인 것 같다.


하늘이 어둑하니 살짝씩 비가 내렸다. 차라리 해가 쨍쨍한 것보다 이편이 좋다. 슬슬 걷는 사람들의 얼굴이 익숙해진다. 매일매일 같이 걷는 사람들이라 쉴 때, 혹은 걸을 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며, 올라, 부엔까미노 인사를 나눈다. 아쉽게도 대부분 스페인어를 해서 얘기를 길게 나눈 사람은 몇 사람 없지만..


거의 다 왔는데 도시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 코너를 도니 짜잔! 꼭꼭 숨겨졌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찾아두었던 6€의 저렴한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나갔다. 단과 나름의 루틴을 정했다.
6시 기상. 6시 30분 출발. 8시 아침(라이스 크래커와 통조림). 10시 휴식 및 간식. 12시 휴식 및 간식. 목적지 도착 후 거창한 점심. 낮잠 및 샤워. 7시 간소한 저녁. 9시-10시 취침.
거창한 점심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말 장날이었다.

나는 왜 저러고 있었을까??
정말 그림같은 마을모습

오늘 무슨 축제가 있는 모양이다.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복장의 사람들이 온갖 물품들을 팔고 음악을 연주하고, 음식을 팔았다.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그냥 거리에서 파는 소시지와 베이컨을 사서 와인과 함께 먹었다. 사실 와인이 아니라 지방 고유 술인데 맛이 미묘하다. 시큼하면서 달지도 않고 맥주처럼 톡 쏘는 맛도 아닌 것이.. 내 취향은 아니다.


숙소로 돌아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오늘 하루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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