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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Mar 24. 2021

#29. Backpack Honeymoon

Logrono 산티아고 순례길 Day 7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하늘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고 행복한 사람들인지. 오늘은 내 기억 속에 반짝반짝 영원히 남을 하루였다.

오늘 하루도 트레킹을 시작한 여느 날과 같은 시작이었다. 다섯 시 반 기상하여 조용히 짐을 챙긴 다음 배낭을 둘러매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일주일 걸은 날 중 가장 긴 거리를 걷는 날이 될 테니까. 코스 대로라면 Viana라는 마을에서 쉬어야 하지만 오늘은 큰 축제가 있는 날이라 Viana보다 큰 Logrono에 머물면서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최고의 결정!)


드디어 시동이 걸린 듯 우리는 미친 듯이 걸었다. 평소라면 오전 10시 이후 기운이 빠져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쉴 텐데 어쩐 일인지 10시 반쯤에 이미 3분의 2 지점인 Viana에 도착했다.

여기서 첫 번째 Luck!
때마침 행사로 인한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자기 몸의 두 배가 넘는 인형 탈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행진을 하고 그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흰색옷에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따라 걸었다. 길 모퉁이에 서서 흥겨운 분위기를 느끼며 마침 우리가 지나갈 때 시작된 행진이라니.. 너무 기뻤다.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한 느낌

두 번째, Luck!
정말 오늘만큼 열심히 걸은 적이 없었다. 2시쯤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1시쯤 마을에 진입했고 도장을 받을 겸 여행정보센터에 들렸다.(순례길 도중에 있는 거의 모든 마을에 있음) 도장과 마을 지도를 받았는데 오늘 행사라고 순례자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준단다! 아싸!!
신나는 마음으로 알베르게에 드러 섰는데 입구에 같은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한 무리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 들어가자마자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치더니 뭔가를 마구 나눠준다. 티셔츠, 빵과 와인, 모자가 들어있는 가방. 그리고 돌아가며 우리와 사진을 찍는다. 알고 보니 1시에 문을 여는데 우리가 첫 번째로 도착한 순례자였고 특별한 날인 만큼 이것저것 많이 준비를 해서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지역신문에 나는 건 아닐지 (다음 날 조간신문에 났음!!). 허허허
뿐만 아니라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거리에 차려진 식탁이었는데 음악이 연주되고 와인이 있는 곳이었다. 식사를 준비한 단체에서 한 분이 우리를 무척 예쁘게 보셨고 건물 내부를 직접 투어 시켜주며 설명을 해 주셨다.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300년 되었다는 건물은 둘러보는 것만으로 멋졌다.

오늘 우리 몰래카메라인가? 가는 곳마다 극진한 환영을 받아서 어리둥절하다

세 번째, luck!
흥겨운 분위기에 낮잠을 자는 건 실패. 6시쯤 다시 거리로 나가 장을 보고 앞으로 2주간 사용할 돈을 인출했다. 타파스를 먹고 (너무 좋다.. 타파스 2개와 맥주 두 잔이 7.7유로라니..) 알베르게로 돌아왔는데.. 여기도 축제가 시작됐다. 단이랑 2층에 올라가 사람들이 노는 모습 노래 부르며 춤추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신이나 둘이 브르스를 추는데 밑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와인에 살짝 취기가 올라 싱글벙글 웃으며 손인사를 하고 단과 몸을 흔들며 즐겼다. 갑자기 밑에서 노래 부르던 합창단? 중 한 명이 손 짓라며 밑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우리를 오늘 안내해줬던 그분이다. 단은 대중 앞에 서는걸 좀 부끄러워해서 오우 쉣 이러고 있는데 그분이 우리 쪽으로 올라왔다. 머지 머지하고 있는 와중 단은 내버려 두고 나만 데리고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쏟아지는 환호성.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이 사람들이 나를 환영하고 좋아해 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원 중앙에서 2명의 신사와 춤을 췄다. 탱고 같기도 한, 모르는 춤이었지만 한 때 스윙댄스를 배운 덕분에 어느 정도 맞추어 춤을 출수 있었고 턴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해줘서 정말 즐거웠다. 스타가 된 기분인데!! 나중에 들으니 우리가 신혼부부라는 걸 듣고, 스페인의 풍습대로 신부가 남자 가족들과 춤을 춰야 하는 걸 우리가 경험토록 해준 모양이다. 정말 정말 즐거운 순간이었다.

거리의 악사들과 나를 초대해 준 신사 분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

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순간 스페인 노래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게 인생이지. 춤추고 노래하는 순간이 없다면 사는 의미가 반에 반에 반으로 줄지 않을까.

머물렀던 알베르게
타파스와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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