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jera 산티아고 순례길 Day 8
*2016년 7월 26일 일기
났다. 신문에. 누가? 우리가!
어제 사진 찍히면서 농담으로 이러다 신문에 나는 거 아냐? 했는데.. 농담이 현실이 됐다. 늘 그렇듯. 우리의 하루는 새벽에 덜 깬 잠으로 가방을 싸고 걷는 걸로 시작했다. 오늘은 지금까지의 날 중 가장 긴 거리인 30km를 걸어야 해서 왠지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 겨우 첫 번째 쉬는 지점까지 왔는데 우리와 시작부터 일정이 겹쳐 얼굴을 익힌 부녀가 호들갑을 떨며 카페로 들어와 보라고 한다. 왜 그러지? 머 사주려고 그러나? 그럼 겸허히 얻어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신문을 들춘다. 그리고 떡하니 우리 얼굴이!! 어제 사진 찍는 폼들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지역 신문에 나왔다!! 짧은 스페인어로 한국인 등등이 순례자 길을 걷는다는 내 용인 건 알겠더라. 우와.. 어제 우리가 보낸 하루는 생각보다도 더 특별했구나. 오늘 종착점에서 신문을 사 보관하기로 하고 단이랑 신이 나서 우리가 신문에 난 얘기를 하며 걸었다. 세상에나 :)
즐거움도 잠시. 오늘 정말 발바닥이 닳아 문들어져 없어지는 줄 알았다. 걷다 걷다 발바닥이 닳아 키가 한 2cm 줄어드는 기분. 초반에는 물집 잡히는 발가락이 아팠는데. 이제는 발바닥 전체가 불로 지진 듯이 아프다. 초반 4시간 정도는 걸을 만 한데 그 이후로는 한 시간에 한번 쉬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다. 가방을 왜 이렇게 무식하게 쌌을까. 혹여 장기간 트레킹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10kg 이상은 싸지 말도록.
우여곡절 끝에 오늘 걸어야 할 거리를 모두 걸었다. 길을 걸을 때 좋은 점은 느릴지언정 한발 내디딘 이상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는 거겠지. 슬프게도 사회생활은 그렇지 않지만. 한발 내디뎠다 생각했는데 그 길이 목적지가 아닐 때도 많고 후퇴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길을 잃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어쨌든 오늘은 2시가 넘어 도착한 터라 낮잠을 자고 거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단과 둘이 낮잠만이라도 같이 자자 하는 마음에 좁은 2층 침대 칸에서 껴안고 눈을 붙이는데 이놈의 파리 때문에 도저히 잠들기가 힘들었다. 결국 5시쯤 노닥거리다 밥을 먹으러 나섰다.
스페인의 시에스티는 7월 요즘 4시에서 6시쯤인 것 같다. 레스토랑이 3시나 4시쯤에 문을 닫고 7시 반에서 8시에 문을 연다. 이런 근무시간 부러운 나라 같으니라고. 결국 마땅한 레스토랑을 못 찾아서 마트로 향했다. 내일 아침거리를 사러 갔는데 마트는 또 다른 천국이다. 햄이나 소시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맥주 한 캔에 0.27유로라니!! 동남아에서 먹은 맥주보다 싸다! 마트에서 장본 후 돌아오는 길에 단과 스페임에서의 은퇴계획을 세웠다.
(결국 계속 문을 열고 있는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배가 안차서 저녁을 또 먹기로..)
단은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 그런데 기대처럼 능숙하지는 않다. 식당에서 메뉴를 받으면 우리 둘 다 노 아이디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거나 막 시키기로 합의를 봤다. 오늘도 느낌 가는 대로 마구 시켰는데 대만족!! 특히 첫 번째 요리로 나온 것은 만약 사진으로 봤다면 절대 안 시켰을 비주얼이었는데 먹어보니 정말 새롭고 맛있었다. 단과 나는 종종 싸우지만, 부정할 수 없는 베스트 여행 파트너다. 아 배부르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 중 하나는 Rioja 지역의 와인.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고 적당하게 입맛을 돋운다. 리오하 와인 마실 때마다 생각나는 추억은 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