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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Oct 24. 2022

#34. Backpack Honeymoon

Burgos  산티아고 순례길 Day 12

*2016년 7월 30일 일기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단이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제 머문 알베르게에서 시작부터 일정이 비슷해 계속 만난 프랑스인에게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오늘 목적지인 버고스에서 8km까지는 산업단지이니 걷는 것보다는 버스를 타는 게 안전하다고. 원래 오늘 일정이 25km였는데, 이런 어쩔 수 없는 사정 덕분에 8km가 줄어든다니.. 아싸!! 오늘은 충분히 쉬면서 걸어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에 느긋이, 처음으로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만난 다른 순례자들이 우회하는 길이 있다고 알려준 것. 제길... 길이 있다면 걸어야지. 약간 실망스러운 기분으로 결국 25km를 다 걸었다.


버고스는 큰 도시다.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 늘 그렇듯 식당에서 오늘의 메뉴를 끌리는 이름으로 골라 시켜먹었다. 대성공!


식사 후 버고스에서 꼭 가보라는 버고스 교회를 방문했다. 처음으로 입장료가 있는 곳을 갔는데 순례자라 50% 할인을 받아 3.5€만 지불했다.


결론은, 3.5€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이런 건물과 조각들을 만들 수 있었는지, 신에 대한 믿음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인간 이상의 것들을 만들 수 있게 했는지, 경외감이 들었다. 믿음은 얼마나 아름답고 무서운가. 뜬금없이 테러에 대한 생각이 났다. 믿음.



종교와 예술에 대한 내 지식이 얄팍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십자가에 걸린 예수의 조각은 늘 제일 윗부분에 배치되어있고 그 밑으로 여러 조각들이 있는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많은 얘기들이 저기에 있을 텐데 무식해서 우와 예쁘다만 하고 있으니..


단은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고 나는 me before you를 마저 읽었다. 왜 눈물이 코로 나올까.. 집중해 읽느라 낮잠은 전혀 자지 못하고 눈이 퉁퉁부은 채로 리아와 함께 타파스를 먹으러 갔다. 리아는 첫날부터 우리와 일정을 같이해 걷고 있다. 동양인이라 어느나라에서 왔을까 단과 궁금해했었는데 로그로뇨에서 점심을 먹으며 런던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은 필리핀 사람. 혼자서 정말 씩씩하게 걷는다. 


점심을 먹은 곳에서 타파스를 먹었다. 리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총 맥주 5잔, 타파스 5개를 먹었다. 그런데 계산할 때 보니 4개씩 먹은 걸로 되어있었다. 어찌 제대로 카운팅 안 하는 것 같더니! 아싸!ㅎㅎ 우리에게만 있었던 행운이 아니라 종종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점심때 교회에서 결혼한 커플을 봤는데 지금까지도 춤추며 노래하며 축재를 즐기는 모양이다. 거기에 끼여 구경하다가 다시 숙소로. 



저녁을 먹고 있는 한국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 여러 명 더 있었는데 다들 어디 갔냐고 하니 일부는 버스 타고 이동하고, 일부는 히치하이킹에 맛을 들였단다. 이동하면서 포켓몬 고를 하고 있다고.. 모두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나 보다. 


잠자리에 들려고 가방을 정리하다가 단의 핸드폰과 동전들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이런 쪼잔한 도둑 같으니라고. 무척 오래된 아이폰과 동전을 훔쳐가다니.. 다행히 여권이나 다른 것들은 무사했지만 정말 조심해야겠다. 단의 말처럼 많은 행운이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불운은 감수해야겠지.


(오늘 아침에 또 하나의 불운. 커피를 사 먹으려는데 동전을 넣은 후 컵이 나오지 않아 음료를 못 받아먹었다.. 내 앞뒤로 한 사람들은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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