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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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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레이 May 18. 2018

내 머릿속 팽이는 누가 심었을까.

떠나야 한다는 강박





2010년 개봉한 영화 인셉션의 장면들이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한다.

그때에는 좋은 영화, 좋은 감독에 대한 자각이 별로 없을 때여서,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회사 직원들과 좀 친해져 볼 겸 신작이나 한편 보자며 영화관으로 향했을 뿐이었다.

큰 고민 없이 어릴 적 좋아했던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이라는 이유 때문에 선택한 영화였는데 

이게 웬걸,

영화 중반쯤에는 스크린에 빨려 들어가듯 앞으로 몸이 쏟아지는 날 옆사람이 붙잡았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단한 연출력에 압도당했기도 했지만,

나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건 마리옹 꼬띠아르 (극 중 '멜')를 죽음으로 몰고 간 무의식 속 깊은 믿음


'이 세계를 떠나야 한다.'


는 강력한 메시지와 그녀의 행동들이었다. 






그 이전에도 오랫동안 살아온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경험과 모험을 겪어내는 소위 '성장 영화'들은 많았었지만, 인셉션 속의 멜과 같이 몽환의 세계를 갈망하고 늘 강박에 시달리는 캐릭터를 나는 그때 처음 보았고 내가 너무 크게 공감하고 있음에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늘 내가 사는 세상을 떠나고 싶다, 떠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던 것 같다.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것이 불행하고 슬플 때도 있었고 벅차게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항상 '나는 여기를 곧 떠날 사람, 떠나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역마살'이 끼인 것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살 운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정적이며 굴 속을 파고들듯 집순이 생활이 가장 적성에 맞는 사람이기에. 


나의 이상한 강박은 늘 내가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고 여겨 왔다는 것이며, 스스로를 너무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정신이상자의 궤변이 될까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나조차도 이러한 생각들이 잠깐 떠올랐다가 곧 흩어지고 부스러져서 사라지는 시시한 망상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놀란 감독의 대단한 상상력 덕분에 '무의식의 팽이'에 갇힌 현실 도피자의 이야기가 실체를 갖고 다가오게 되었다.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 속에는 나의 유토피아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떠올리며 하게 되었다. 또 이후로 마리옹 꼬뛰아르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까지.






나의 유토피아는 내 꿈속에 존재하겠지. 매일 밤 나는 그곳에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Want better and bigger. (2018.05.04 by ur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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