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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하는사람 Apr 28. 2024

개나 소

소개글

막연히 개나 소나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낙제도 없는 “지도자” 자격을 두세 달의 시간과 몇백만 원의 돈만 있으면 누구나 따낼 수 있고, 딱히 요가로 만든 것은 아닌 마른 몸매의 여자들이 자신의 몸매를 미끼 삼아 그것을 갈구하는 다른 여성들을 꾀어내는, 뭐 대단할 것이라곤 당연히 없고, 압구정역에 가득한 성형외과 광고판처럼, 거짓말을 간신히 피해 가는 미미한 사실로부터 효과를 부풀려내는 홈쇼핑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이미지를 파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남 탓을 조금 하자면 요가를 직접 해보기 전까지 마주친, 미디어 속의 요가 강사의 이미지라곤 레깅스와 브라탑, 몸매가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대충 그런 모습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지의 시간을 거쳐 요가 강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꼭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남자라 브라탑을 찰 수 없고, 레깅스 역시 아직 남자가 입기에는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에 시도해 본 적 없으며 오버사이즈 옷에 뱃살을 숨기고 있습니다. 저는 한때 개나 소나 하는 거라던 그 개나 소가 되었습니다. 아니 실은 이미지도 못 팔고 있으니 개나 소보다도 못한 놈이지요.


여전히 깜깜한 무지의 바다에 표류 중이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제가 더 나은 점은, 요가가 유연성을 겨루거나 몸매를 뽐내는 시합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점일 겁니다.

처음 요가 강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첫 수업을 하게 되기까지 삼 년 정도가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참 긴 시간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기회를 받아 첫 수업을 했던 날부터는 일 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정규 강의를 시작한 지는 곧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리고 아직도 저는 스스로를 요가 강사라고 소개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요가 강사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에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나누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요가 강사를 준비하며 지나왔던 마음들에 대해서, 강사로서의 삶에 대해서, 때로는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여러 글을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 스스로를 요가 강사라고 소개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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