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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쭝 브런치 Nov 07. 2019

[서평] 어둠을 뚫고 시를 만나러 간다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김현균 지음, 21세기북스) 서평 

  라틴아메리카는 미국 바로 밑에서 일어난 쿠바 혁명이 성공하면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 그전에는 개별 국가로 바라보던 이 지역을 하나의 거대한 대륙의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바 혁명에 대한 외부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이 문학에서도 소위 라틴아메리카 붐(Boom)을 일으키고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은 주변부 문학의 한계를 넘어서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라틴아메리카 근대시의 출발점인 루벤 다리오(Rubén Darío). 그의 문학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스페인 문단에까지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문학적 차원에서 식민 모국의 일방적 헤게모니가 종언을 고했음을 알렸다. 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의 주인공으로 친숙한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라틴아메리카의 시를 썼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통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Cesar Vallejo). “나는 신(神)이 아픈 날 태어났다”라는 시구처럼 그는 평생 고통과 더불어 살았고, 고통은 그의 문학의 뿌리요 자양분이었다. 단 세 권의 시집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최정상에 섰으며 시인이기 이전에 진정성을 갖춘 한 인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시에 대한 통념과 편견을 철저하게 부정한 시인 니카노르 파라(Nicanor Parra). 반시(反詩)라는 개념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강의를 녹취해 책으로 펴낸 것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부담 없이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네 명의 시인들의 시 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문학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 시인들을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당시 시인이 처했던 상황과 신뢰할 만한 사람들의 평가를 가지고 이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신뢰하게 된 이유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라틴아메리카 시를 다 알 수는 없다. 저자가 돌멩이만 들면 시인이 나온다는 그곳에서 단 네 명의 시인만 꼽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독서의 지평을 넓히고 싶지만 호기심보다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는 독자들에게는 어떨까. 이 책은 그 시작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우연히 라틴아메리카 시가 내게로 왔고 이제는 내가 어둠을 뚫고 라틴 아메리카 시를 만나러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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