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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건호 Oct 10. 2019

#40 동 루이스 다리 위에서

동 루이스 다리 위에서 바라본 포르투의 모습

상 프란시스쿠 성당 바로 옆에는 볼사 궁전이 있었는데, 오늘은 투어 가이드 일정이 끝났고 내일 아침시간 예약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미리 표를 끊어두고서 다시 도우루 강을 향해 걷는다.


살짝 경사진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제법 탁 트인 광장이 나타났고 자리 한쪽에는 하얀 캐노피 천막 아래 노상 테이블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시끌벅적 활기가 넘치는 테이블, 길거리 음악가의 피아노를 연주 소리, 시원하게 두 뺨을 스치는 강바람. 포르투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히베이라 광장이었다.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나기 전, 사진을 통해 바라본 포르투의 모습이 바로 히베이라 광장과 도우루 강 그리고 동 루이스 다리였는데 그곳에 서서 직접 그곳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바로 동 루이스 1세 다리인데 에펠 타워를 눕혀 놓은 듯한 커다란 몸집의 철골 구조물이 위아래 두 개의 통행로로 양쪽 지역을 잇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리 상층 통행로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상당한 높이 때문인지 조금은 아찔함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저곳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마침 다리 밑에서 위로 이어지는 계단길이 보여 그곳을 따라 올라가 동 루이스 1세 다리의 높이를 실감해보기로 한다.


다리의 높이만큼이나 계단길은 쉽게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높아지는 도우루 강 전망, 주인이 없을 것만 같은 오래된 집, 벽을 수놓은 알록달록한 그래피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올라가니 지루함이 느껴질 틈이 없다.


계단길을 따라 내려오는 한 여행객이 계단을 오르는 내 모습이 힘들어 보였는지 거의 다 올라왔다며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나라에서 등산객들 사이에서 주고받을 법한 매너가 이곳에서도 오가는 것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더욱 친근감이 생기는 듯하다.


그의 말대로 곧 계단의 끝이 보였고 그곳에 도달한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전망은 말로 이루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동 루이스 다리에서 바라본 포르투 전망

압도적이면서도 평온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다리의 높이는 아래에서 올려다봤던 것보다 훨씬

높게 느껴지고, 양옆에는 디자인을 생각해서인지 철조망처럼 외관을 가리는 것 하나 없어 개방감이 상당하다. 다리 위를 걸으며 한 번씩 아래를 내려다볼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렇지만 매운맛에도 계속 당겨서 먹게 되는 떡볶이처럼, 무서운데도 호기심에 자꾸 보게 되는 공포영화처럼 이곳에서의 멋진 전망은 중독적으로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껏 건너 본 다리 중 가장 생동감 있고 긴장감 넘치는 곳이 아닐까 한다.


건너편까지 건너고서는 도우루 강이 흘러오는 반대편 전망을 바라보기 위해 다시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온다. 이전의 전망이 주황빛 지붕으로 물들어 있는 포르투 도심의 모습이라면 반대편은 마치 거대한 계곡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양쪽 모두 놓칠 것 하나 없는 최고의 전망이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전망은 예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고 이대로 포르투 여행이 끝나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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