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behind the receipe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노 타임 투 다이]가 개봉한지 벌써 어느덧 2년이 되었네요.
아직 차기 007이 정해지지 않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누가 하던 간에 다니엘 크레이그의 후발 주자라는 점이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가장 기대를 받지 않았고 처음 선정 시 논란도 많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전임자인 피어스 브로스넌을 훨씬 능가하며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인 다니엘 크레이그이기에 [노 타임 투 다이]의 여운도 상당히 길게 남았던 것 같네요. 물론 메가폰을 잡은 거장 샘 멘데스 감독의 영향도 한 몫 했을겁니다.
개인적으로는 톰 하디가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이미 너무 top tier 배우인지라.... 규칙은 아니지만 비교적 아직 최정상급에는 다다르지 않은 배우를 선정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이기도 해서 톰 하디가 선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이긴 합니다.
여하튼, 누가 됐던 간에 멋진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나타나 주기를 바라며 이번 포스팅 주제 본격적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007 시리즈 하면 뭐 당연히 액션, 본드걸 등이 연관 주제로 떠오르지만 뭐니뭐니 해도 술이 빠질 수도 없죠.
특히 Dry Martini. 제임스 본드의 최애 술이죠.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가 유창하게 드라이 마티니 레시피를 바텐더에게 읊어 준 후 술이 제조 되자 일행들이 마셔 보고는 이거 괜찮은데 칵테일 이름이 뭐요?라고 물었을 때 베스퍼 린드 (에바 그린 누님)를 그윽히 쳐다보며 "Vesper"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정말... 희대의 끼부림 및 플러팅 폭발.
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포인트.
제임스 본드가 마티니를 주문할 때 항상 덧붙이는 옵션이 있죠.
"shaken, not stirred." 휘젓지 말고 흔들어라.
영화를 볼 때마다 궁금해서 저도 실제 두 방법 모두 마셔 보며 비교를 해보고자 했고 (하지만 입이 싸구려라 감별 및 특장점을 찾아내는데는 실패했다는) 나름의 조사를 좀 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바로 마티니는 전통적으로 흔드는 것이 아니라 저어서 제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거죠.
마티니를 저어서 만드는 것이 더 "정석"으로 취급 받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흔히 거론되는 핵심 두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로는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는 보드카 또는 진의 맛과 향을 지나치게 희석 시키지 않고 잘 보존해 준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로는 흔들 경우 얼음이 깨지고 흩어지며 칵테일이 필요 이상으로 차가워 진다는 것.
우리가 아는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까다롭고 깐깐하죠. 취향이 확고하고 고급지고 폼생폼사의 성향이 상당히 강한데... 왜 그런 그가 술의 맛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인지되는 흔들어 만드는 마티니를 고수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썰이 있는데 가장 그럴싸한 썰과 재밌는 썰 모두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유력하고 그럴싸한 썰은 바로 007 시리즈 소설의 원작자인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의 취향이 반영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안 플레밍 지인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우연히 흔들어진 마티니를 맛 보고는 상당히 맘에 들어해 이후 줄곧 이러한 방식으로만 주문했다는 건데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이 취향을 고스란히 캐릭터에 입혔다는 것이죠.
그 외 썰들을 들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마티니를 젓지 않고 흔들게 되면 base 알코올이 과하게 희석되는 효과가 있는데요.
이러한 부분을 알고 제임스 본드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주문을 한다는 거죠. 어쨌든 스파이라는 직업을 가진만큼 술을 즐기되 항상 정신이 좀 멀쩡하고 민첩해야 하기에.... 그나마 좀 덜 취하고자 술을 더 희석시키려고 흔들어 달라 주문했다는 썰...
(근데 아무리 희석된다 한들 그렇게 마셔대는데 의미가 있나...? ㅋ)
또 다른 썰은 제임스 본드가 워낙 입맛이 까다롭다 보니 전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면 항상 본인 취향에 걸맞는 진이나 보드카를 보유한 바만 다닐 수는 없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 싸구려 술이면 차라리 그 맛을 희석 시켜 버리겠다....라는 의도로 흔들어 달라는 썰도 있습니다. ㅎㅎㅎ
이건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그럴싸 하지요.
마지막 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영국 의사 세 분이서 (꼭 이런 이상한 연구는 영국이더라...) 이 수수께끼를 의학적으로 접근해서 풀어보고자 했던 건데요.
이 분들은 아예 각 잡고 007 원작 소설을 정독하면서 도대체 제임스 본드가 섭취하는 술의 양이 어느정도인지 한 번 분석을 해봤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석한 결과 상당히 심각한 알코올 중독 수준으로 밝혀졌다고 하네요.
소설에 기록된 제임스 본드의 여정 123.5일 중 술을 안 먹었거나 취해 있지 않은 일 수는 고작 48.5일이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이 48.5일 중 대부분은 36일은 제임스 본드가 자진해서 술을 안 마신 것이 아니라 어디 감금되어 있거나 해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을 "못" 먹은 일 수라고 합니다.
술을 마실때는 가장 빠르게 흡인한게 24시간 중 398.4그램의 술을 섭취한건데 이게 잔 수로 따지만 보드카 마티니를 최소 한 14잔을 마신거라고.... ㄷㄷㄷ
이걸 맥주나 와인으로 환산하면 25잔 이상은 마신 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내린 결론은 이거: 제임스 본드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불가피 하게 상당히 심한 수전증을 앓았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전증을 앓고 있기 때문에 저어서 제조한 마티니 특성상 수시로 한번씩 다시 저어줘야 하는데 이 행위를 못했을거라는 거죠.
손이 너무 떨려서 실컷 저어서 만든 마티니를 본인이 자체적으로 흔들어 버리는 효과도 있을 뿐더러....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흔들어 달라는 주문을 했을 거라는 매우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이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엉뚱한 연구와 썰이 난무할 정도로 제임스 본드는 대중 문화에서 유일무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죠.
다음 배우와 영화를 기대해 보며 주말에는 마티니나 몇 잔 때려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Till nex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