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생각과 의견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2014년도 결혼했고, 신혼 1년을 보낸 후 남편과 한방에 임신에 성공해 2016년에 사랑스러운 아가를 낳았다. 난 워킹맘의 길을 가야 해 아가를 남의 손에 키우기보단 양가 어른의 사랑을 받고 자랐으면 해서 남편과 상의 끝에 시댁의 아래층으로 이사 가기로 했다. (친정은 이미 언니의 아이 둘을 돌봐주고 있었고, 더군다나 나는 싹싹한 며느리로서 격주마다 시댁을 방문해서 토, 일 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라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난 친정과 늘 동일하게 시댁에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서론이 길어지면 안 되니 이번 사달이 난 일에 대해 바로 들어간다.
시댁과 우린 위아래층 살며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 같이 함께한다. 내가 워킹맘일 때는 저녁시간을 같이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둘째 임신으로 인한 육아휴직기간이라 아주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현재 임신 8개월이다)
저녁시간이었다. 첫째는 어린이집에서 4시에 하원 해 놀이터에서 2시간 정도 놀리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왔다. (8개월 임산부가 4살 남자아이와 놀이터에서 2시간 놀고오는건 정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시어머니는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나가셨고, 아이와 시아버님을 위한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점심때 미리 끓여놓은 국과 반찬들이 있어 시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누룽지를 끓이고 계란찜 하나를 더 함으로써 저녁상 차리기가 끝났다.
내 밥 한 숟갈, 4살 아이 한 숟갈 먹이며 밥을 먹는데, 울 아들이 잘 먹다가 다음 숟가락을 거절했다. 이유는 아직 고기를 안 삼켰기 때문 (울 아들은 입이 짧은 편이고, 입안에 음식이 남아있으면 다음 숟가락을 절대 받지 않는다.) 그러자 아버님 연설이 시작되셨다. 아이를 굶기란다. 그래서 “네.” 하고 대답했다. 그런데도 한번 시작하신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난 이야기를 듣다가 “ 아버님 방금은 입에 아직 고기가 남아있어서 그런 거였어요. 이제 잘 먹어요.”라고... 하지만 나의 잘 못 이었다. 넌 얘기를 하면 딴생각하지 말고 들으라며 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참을 듣다가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아버님은 귀가 어두우신 편이라 잘 못 들으실 때가 있다. 다시 한번 좀 더 큰 소리로 “네, 그렇게 할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아버님이 숟가락을 내팽개 치셨다. “아~ 밥맛없게~”라고 말하시고는 자리에서 나가셨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말한 것이라고 고작 세 마디... “네.” “아직 입에 고기가 남아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네, 그렇게 할게요.”였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당황스럽고 서럽기 시작했다. 무거운 배를 이끌고 밥상을 차리고, 아이를 밥 먹이고, 난 최선을 다했지만 밥맛 없는 상황을 만든 며느리였다.
내가 이 집에서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우리 집에서 내가 얼마나 귀하게 자랐는데, 얼마나 사랑받고 저랐는데... 서러웠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하지만 아이는 천진하게 밥을 잘 먹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참고 아이 밥을 먹이고 들어오시면 진지 더 잡수시라고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아버님은 들어오시지 않았다. 난 어찌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아버님이 밥 남기신 것을 보면 어머님도 궁금해하실 것 같고, 남편한텐 연락해서 나 어떻게 해~하며 전전긍긍이었다. 그러다 30분쯤 후에 아버님이 들어오셨다. “상 치우고, 내려가!”
여태 전전긍긍하며 말없이 눈물 흘리던 나는 폭발했다. 갑자기 울음이 큰 소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는 깜짝 놀라 나에게 달려와 안겼고, 나는 밥상을 치우며 펑펑 소리 내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버님이 “네가 네 마음을 차분히 다스려라.” 로 시작되는 훈계가 또 시작되었다. 나도 더는 그냥 네네 하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억울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는데 어떻게 해요.” “라며 울었다. 아니 울부짖었다. 큰 소리로 울었다. 너무너무 참을 수 없이 억울했고, 그 와중에 뱃속에 있는 8개월 아가와 4살난 아들의 놀란얼굴이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내가 큰소리로 울자 아버님은 상 치우지 말고 내려가란다. 화난 목소리로..
그래도 나는 울면서 상도 다 치우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고, 아이에게 “ 할아버님,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시키고 아래층 우리 집으로 내려왔다.
(화나고 억울했지만 내 할일은 내가 다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껜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아 전화했지만 바쁘신지 전화를 받지 않으셨고 그렇게 내려온 나는 아이와 놀아주며 계속 울었다. “엄마가 미안해. 갑자기 울어서 놀랐지.” 하며...
그렇게 내려온 지 2시간쯤 지났을까...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다. 난 그때까지 계속 울고 있었기에 울먹이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은 놀라셔서 아래층으로 내려오셨고, 한참 앉아계시다 올라가셨다. 앞 뒤 전후 사정을 모르지만 아버님이 잘 못 했을꺼라며 날 위로해 주시고 윗층으로 올라가셨다.
남편은 퇴근하고 와서 데려다줄 테니 당장 친정에 가자고 하였다. 하지만 위 아래층 살면서 얼굴 안 볼 것도 아니고, 그러진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가버리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남편에게 들은 얘기, 아버님 밤에 나가셔서 들어오지 않으셨다고... 이렇게 시아버님을 가출시킨 며느리가 되어버렸다.
글을 쓰고 보니 또 서럽다. 한국에서 여자로, 좋은 며느리로 사는 건 아직도 어렵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