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Mar 31. 2019

나의 산사순례답사기 - 서산 개심사

두 번째 산사순례지, 서산 개심사로 떠나본다. 

이번에 떠나는 산사 순례지는 서산 개심사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편> 책에는 서산 개심사와 함께 예산 수덕사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이 두 산사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나도 한 번에 두 곳을 모두 다녀오기로 했다. 

허나, 두 산사를 한 번에 다루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두 편에 나누어 각각 서산 개심사와 예산 수덕사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내가 왜 산사순례를 시작했는지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 바란다. 


이번 글은 서산 개심사를 다녀온 이야기다.  

개심사 경내의 모습.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편> 책을 통해 두 산사를 접했을 때엔 개심사가 내 마음에 더 잘 들어왔다. 개심사가 뭔가 더 소박하고 아담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다. 산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개심사가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해서 개심사에 간다는 것에 한층 기대가 되었다. 



서울에서 개심사로 가는 길. 

지겨운 고속도로를 탈출해 국도를 타고 개심사로 향하다보면 마치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을 생각나게 하는 구릉 지역을 만나게 된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국적이었고 평화로운 길이 이어진다. 날씨 좋은 날 석양빛이 돌 때 이 길을 따라 차를 타고 간다면 참 멋지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심사로 가는 길도 참 예뻤다. 

개심사로 가는 길. 풍경을 감탄하다 뒤늦게 사진을 찍는 바람에 예쁜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실제는 사진보다 더 예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일주문을 지나 경내를 향해 올라간다. 

일주문에서부터 경내까지 꽤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그 길 또한 참 좋다. 

소나무 절경들이 펼쳐지고, 그 길을 올라가는 동안 속세에 때묻어 있었던 마음이 조금씩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개심사로 올라가는 길. 길을 걷다보면 세속의 걱정과 고민이 덜어진다. 


경내 앞에 다다르면, 작은 연못이 우리를 맞이하는데 그곳이 바로 포토존이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딱이다. 

겨울이어서 보진 못했지만, 여름에는 이 연못에 아름다운 수련이 활짝 피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개심사 포토존인 연못. 나무 다리 위에 서 있는 사진을 사람들이 많이 찍는다. 

 


시원하게 펼쳐진 소나무 길과 연못을 지나면 개심사를 드디어 만나게 된다. 

천년고찰답게 경내 건물 곳곳에서 수많은 세파를 맞이했을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일주문 앞에 있는 개심사 안내문을 간단히 소개해본다. 

개심사는 충남 4대사찰 중의 하나로써 백제시대에 혜감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7인의 선지식 출현으로 개원사에서 개심사로 개명하였다. 대웅전의 기단이 백제 때의 것이고 현존 건물은 1475년(성종 6년)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1484년(성종 15년)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하 생략)


범종이 있는 범종각이 특이했는데, 

무겁고 큰 지붕에 비해 그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많이 빈약해보였다. 

키 작은 소년이 큰 머릿짐을 이고 있는 모습이라 해야할까. 

어찌 그 긴 세월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대칭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범종각. 무거운 머릿짐을 이고 있는 듯한 키작은 소년이 떠오른다.


범종각의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바로 휘어진 기둥이다. 

곧장 뻗은 튼튼한 나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휘어진 나무를 기둥으로 있는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무거운 지붕을 이고 있는 기둥들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그 불균형과 위태로움이 멋이리라. 


있는 그대로의 휘어진 기둥은 개심사에 있는 건물들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휘어진 기둥들이 건물의 멋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한층 더 더한다. 

편견과 색안경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라는 불교의 진리를 담고 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의 멋의 정점에 있는 건물이 바로 심검당이다. 

보는 순간 '와!' 하는 외마디 탄성 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치 붓으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선들이 이어져 하나의 건물을 완성한 듯한 느낌이다. 

주변에 있었던 재료들을 있는 그대로 사용해 건물을 짓고, 

그 재료들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어보이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세월의 흔적 또한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어보이며, 

있는 그대로의 멋의 정점을 보여준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심검당

 

경내에 있는 심검당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본다. 

   심검당의 건립연대는 전해지는 기록이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조선 <성종실록>에 개심사의 건물이 1475년(성종 6년)에 화재로 불타 없어진 것을 1484년(성종 15년)에 중창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심검당도 이때 함께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후기에 다시 중창되었다. 원래의 크기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이나 지금은 'ㄱ' 자형의 방을 이어지게 늘려 지어 상당히 큰 요사로 남아 있다. 
   구조는 기단석위에 자연석의 주춧돌을 놓고 배흘림이 가미된 둥근 기둥을 세웠으며, 기둥 윗부분에 공포를 짜올려 지붕의 무게를 모두 기둥에 받도록 한 주심포 양식이다. 지붕의 뒷부분은 홀처마 앞은 겹처마의 맞배지붕 집이다. 평지의 사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평탄하고 안정되어 산속의 다른 건축물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사찰에 가거나 우리의 옛건물이 있는 곳에 가보면, 

안내문에 이 건물은 '주심포 양식에, 맞배 지붕의 건축물이다.' 라는 내용을 종종 보게 된다. 

위 심검당 설명문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슬프게도 보더라도 이게 무슨 말인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또한 잘 알지 못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편> 책의 서산 개심사 & 예산 수덕사 편에서는 한옥 건축물의 양식에 대해서도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우리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책에 소개된 내용에 개인적으로 조사한 것을 덧붙여, 한옥이나 사찰과 같은 건축물을 소개할 때 자주 나오는 개념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개념을 알고 건축물을 본다면, 지금까지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보이게 되고, 앎으로써 그리고 보임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재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먼저 지붕 모양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옥 건축물에서는 지붕 모양에 따라 그 양식을 구분짓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요 지붕 모양에 대해서만 다뤄보고자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 

각 지붕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말만 어렵지, 실제 보면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다. 

지붕의 양측면의 모양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다양한 지붕의 모양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91823&cid=40942&categoryId=32337)


다양한 지붕의 모양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895264&cid=42642&categoryId=42642)


맞배 지붕 : 가장 간단한 지붕 모양으로, 지붕의 양면이 서로 인사하듯 마주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한자 사람 인(人)자와 비슷한 모습이다. 

우진각 지붕 : 맞배 지붕의 양측면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 모양으로 양측면을 채우는 모습을 하고 있다. 

팔작 지붕 : 우진각 지붕의 양측면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 모양의 윗 삼각형 부분을 톡 떼어내고 마치 숫자 팔(八) 모양으로 측면을 꾸미고 있다. 



두 번째는 공포의 설치 방법에 따라 한옥의 양식을 구분 짓는다. 

'공포란 무엇인가?' 부터 알 필요가 있다. 

나도 공포가 무엇인지 몰랐다. 

공포를 모른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 


공포 :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주두(柱頭), 소로(小擄), 살미[山彌], 첨차(檐遮) 등으로 짜 맞추어 댄 부재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간단히 포(包)라고도 한다. 공포는 그 위에 올려진 보, 도리, 장혀 등으로 지붕의 무게를 합리적으로 기둥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통 건축 부재 - 공포 (한국 미의 재발견 - 궁궐 · 유교건축, 2004. 11. 30., 이상해)


이것도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래 그림처럼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이것저것 얽히고 설켜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를 통틀어 공포라 하는 것이다. 

한옥의 공포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632310&cid=42665&categoryId=42667)


이러한 공포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건축 양식을 구분 짓는다. 

주심포 양식 : 공포를 기둥 위에만 배치한다. 

다포 양식 : 공포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배치한다. 


그림을 보면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공포를 놓는 방법에 따른 한옥의 분류 (출처 : https://blog.naver.com/nodlecha/221186008303)



지붕의 모양과 공포의 배열에 따른 구분을 알아봤는데, 

이 내용을 가지고 개심사에 있는 심검당 건물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심검당의 측면. 맞배 지붕을 하고 있다.


심검당의 앞면. 기둥 위에만 공포가 올라가 있다. 주심포 양식이다. 


심검당에 대한 안내문에 심검당 건물은 주심포 양식에 맞배 지붕을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개심사의 대웅전은 경내에 있는 다른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단아하면서도 아담함을 뽐낸다. 

대웅전 앞 마당에 긴 쇠기둥을 박아두었는데, 이것이 경내의 조화로움을 깨는 듯 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심사 대웅전. 쇠 기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산신각으로 가는 길에 큰 청벚꽃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벚꽃 필 무렵에 온다면 참 아름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벚꽃 나무. 벚꽃이 만개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다른 사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개심사는 봄에 그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많아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으로 가득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봄에 한 번 그 꽃을 보러 와야겠다. 


스님의 공부를 멀리서 응원해본다. 

"그대 발길을 돌리는 곳."

멋진 표현이다. 스님의 공부에 행운이 깃들기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순례편> 책에서 산신각에 올라 경내를 바라보는 경치가 참 아릅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서 산신각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신각은 경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으나, 그렇다고 그렇게 멀지는 않다.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갔을까, 기왓장으로 만든 벽이 보였고, 그 가운데 산신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산신각에서 바라본 개심사 경내


산신각에서 바라본 경내의 모습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산신각 건물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눈 앞에 펼쳐진 소나무 밭이 더 고요하고 또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곳은 비와 참 잘 어울리는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오는 날 산신각에 앉아 소나무 밭으로 추적 추적 흘러 내리는비를 보고 있자면 마음까지 깨끗이 씻겨내려가는 느낌일지라. 

산신각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비오는 날이면 분위기가 한 층 더 진해지리라.



아담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개심사. 

긴 세월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하게 지나쳐왔을 그 시간의 아련한 흔적을 고즈넉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산사순례답사기 - 영주 부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