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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정숙 Jul 23. 2016

미혼모와 입양

이천에서 살던 20살 미혼 여성이 석 달 전에 구미로 이사를 왔고 우리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다. 미혼모가 발생하면 바로 내게 연락이 온다.

그 여성은 입양을 해야할지 키워야할지 망설이길래 긴긴 상담끝에 남자친구와 상의를 했고 아기를 키우기로 했다고 한다.

미혼모 상담을 하다보면 내가 경찰조사원이 된것 같다 . 미혼모가 거짓말을 하다가 탄로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기를 임신한걸 알면서도 술담배를 일삼는 미성숙한, 모성본능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여성과 상담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게다가 키우겠다고 하니 제대로 키울수 있을지, 장난감처럼 애완동물 몇일 귀여워하다 내팽개쳐버릴지도 모르는 그 가정에 아기를 보내는것 조차도 고역이다.

그래서 반드시 미혼모가 아기를 키우겠다 할때는 집을 방문하고 시청희망복지지원단을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 20살 미혼모는 내가 집에 찾아가겠다고 한 전날 전화가 와서 경기도로 이사간다고 한다.
아기를 데리고 남자친구 찾아 경기도로 이사를 갔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경북 상주에 사는 35살 미혼모가 출산직전까지 임신한줄도 모른채 살다가 양수가 터지고 아기발이 자궁밖으로 밀려나와 119를 타고 우리병원으로 왔다. 다행이 응급제왕절개 수술로 산모와 아기는 무사했다. 집에서 부터 우리병원오기까지 아기발이 오랜시간 끼여있어서  다리 걱정됐는데 다행이 외관상 문제가 없었다.

어떻게 아기낳기 직전까지 임신한줄을 모를까. 보도방에서 생활했다고 하니 술담배는 당연하고 아기는 입양보낼거라며 당당하게 얘기 하는데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나서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온다.

아무리 낮은 자리 낮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일한다고 하지만 일 저지른 사람은 너무 당당하고  사후대책이나 해줘야 하는 이런 사람을 왜 도와줘야 하나 자괴감마저 든다.

아기병원비에 대한 지원은 해주겠노라 70여만원 되는 당신의 출산비는 스스로 해결해보라고 하고 상담을 끝냈다.
아무리 입양을 한다 하더라도 입양특례법이 생기면서 입양기관에서 아기를 인수하는 기간은 출생일로부터 9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35살 그 미혼모도 아기를 데려갈 곳이 없다고도 했지만 담배 뻑뻑 피워대는 보도방에 아기를 몇일 데려다 놓는것도 못할 짓이다 싶어 입양기관에서 데리고 갈 수 있는 금요일까지는 신생아실에서 돌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미혼모가 오늘 도주를 해버렸다. 자기 옷만 홀랑 갈아입고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전화도 받질 않는다.

면회시간에 아기 만나러 올라나.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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