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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지 Feb 24. 2024

특별한 청개구리

너라서 다행이야




얘짠은 어엿한 초딩이 되어가고 있다.

본인의 생각을 어설프게나마 자신만의 언어로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이나

상황에 맞게 감정을 숨기거나 조절하려고 하는 모습이 얘짠이 한층 더 성장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다만, 이 따사로운 성장의 과정에서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하나의 현상(?)이 발현되었는데

이것을 뭐라 칭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싫어병’이라 적기로 했다. ‘병’이라는 수식을 붙여놓자니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얘짠에게 괜스레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싫어병’의 피해자이기도 한 내 소심한 복수 정도라 생각하니 미안함은 퉁쳐도 될 것 같다.


최근의 얘짠은 그냥 모든 걸 다 거부하고 본다. 당연한 일상의 루틴조차 그냥 싫단다. 그래서 ‘싫어병’이다.

삐딱한 그 모습마저 귀엽긴 해서 한두 번은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이런 상황이 하루라는 시간 동안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게 되는데

정색을 하고 언성을 높이면 그제서야 ‘싫어병’이 일시적으로 치료되는듯싶다가도 다음날은 역시 똑같은 루틴의 반복이다.


논리라는 게 없는 패턴이다 보니 논리를 앞세워 가며 대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랑스런 눈빛을 장착하고 다가가 회유책을 사용하다간 되려 얘짠의 생떼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되기 십상이었다.

가장 전통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이와 지위를 이용해 화를 내는 방법을 사용하여 상황을 종료시키곤 하지만 이 방법은 내가 편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최선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육아와 관련한 모 카페에서 선배님들은 이 시기의 ‘싫어병’은 리허설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당연한 과정이며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말들 한다.

이 정도는 고민조차 필요 없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상황은 해결될 것이고 이 시기 또한 지나갈 테지만

나는 지금 단순히 얘짠의 ‘싫어병’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얘짠과의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어내고 그 일상들이 모여 얘짠의 인생을 채워나갈 것인데,

나는 얘짠과 나의 그 일상들이 당연시 여겨지게 되는 순간을 경계하고 싶다.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조금 더 다채롭게 얘짠의 내외적 변화에 반응해 보고 싶다.


특별하기 때문에 특별한 인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시되지 않으면 그 인생은 특별한 인생이다.


얘짠은 내게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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