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 페소 Peso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뜨거움을 간직한 태양의 나라가 있다. 따뜻한 마음씨와 탱고의 여흥을 즐기는 멋이 한국인과 닮아있다. 또한 축구를 좋아하고, 이구아수 폭포라는 자연의 선물을 받은 남미에 있는 나라다. 남미 국가 중 한국인에게 익숙한 나라는 아마도 멕시코나 브라질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호에서 역사와 자연의 풍광을 담고 있는 화폐 속 이야기를 통해 아르헨티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독립전쟁의 영웅, 국부 ‘호세 데 산 마르틴’
일단 아르헨티나가 1816년 이룬 독립의 역사부터 시작해보자. 아르헨티나 독립의 핵심 단서는 5페소 앞면에 초상화가 실린 인물에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1819년에는 칠레를, 1820년에는 페루를 독립시키기도 해 남미의 국부로 불리는 ‘호세 데 산 마르틴(José de San Martín)’이다.
호세 데 산 마르틴이 생존하던 19세기 초반 당시 스페인 제국은 남미를 4개의 총독부로 통치하고 있었다. 멕시코와 주변을 포함한 중미의 ‘누에바 에스파냐 부왕령’,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 등을 포함한 북부 지역의 ‘누에바 그라나다 부왕령’, 칠레나 페루를 포함한 서부 지역의 ‘페루 부왕령’, 그리고 오늘날 아르헨티나에 해당된 지역을 ‘리오 데 라플라타 부왕령’으로 다스렸다. 산 마르틴은 아르헨티나 지역인 리오 데 라플라타 부왕령에서 태어났고, 성장한 후에는 스페인 제국의 수도인 마드리드로 유학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는 유학생 시절 스페인에서 남미 식민지 출신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며 독립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
한편, 1804년에 프랑스 황제로 즉위한 나폴레옹은 자신의 권력을 로마 제국 황제급으로 여기고 유럽 전역을 통일하려는 야욕을 품었다. 이런 나폴레옹의 야망에 유럽 국가들은 열띤 항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침략을 당한 스페인은 식민지에 있었던 군부를 항전에 동원시켰다. 그렇게 해서 산 마르틴은 ‘스페인-프랑스 전쟁’에 참전하여 활약하였고, 이 전쟁을 계기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급격히 부상했다.
스페인이 나폴레옹 세력과 항전하는 동안 남미 식민지 지역의 통치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내 남미의 부왕령들은 스페인 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자치국이 되었다. 이미 과거에 스페인의 강한 세금 정책 때문에 불만이 쌓인 식민지 귀족들은 이를 독립의 기회로 포착했다. 35년 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의 경우를 목도했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1810년 5월 25일에 아르헨티나 귀족들은 리오 데 라플라타 부왕령의 부왕을 쫓아내고 리오 데 라플라타 연합주를 선포했다. 이 사건이 바로 아르헨티나 독립전쟁의 첫걸음이었다. 그 다음 독립의 과정에서 산 마르틴은 군인으로 활약하게 된다.
미국에서 독립전쟁이 발발했을 때 의회에서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조지 워싱턴을 임명해 승리를 거뒀듯 리오 데 라플라타 연합주의 행정부인 일차 의회(First Triumvirate)는 산 마르틴을 수도의 보위군 총장으로 임명했다. 이내 산 마르틴은 스페인군을 격파했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북부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더 큰 결단을 내렸다. 바로 남미 전체에서 스페인군을 없애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산 마르틴은 일단 서부로 건너가 칠레를 정복한 이후 북진했다. 북에서는 페루를 정복하여 1년 넘게 통치자로 활동하였다. 그렇게 남미의 국부가 된 산 마르틴은 고향인 리오 데 라플라타 연합주로 돌아온 후에는 더 이상의 기득권을 바라지 않았다. 정치나 군사 분야에서 퇴직을 한 이후 그는 유럽에서 조용히 별세했다.
‘마누엘 벨그라노’, 아르헨티나 정체성을 불어넣다
산 마르틴 다음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국부처럼 여기는 인물이 있다. 바로 10페소 앞면에 초상화가 실린 마누엘 벨그라노(Manuel Belgrano)이다. 그는 독립선언 이후 수립된 첫 의회의 최고의원이었고, 아르헨티나의 국기를 디자인한 사람으로, 식민지 시대 이후 새로운 시민의식과 정체성을 아르헨티나에 불어넣으며 국부로 추앙받게 되었다.
이제 아르헨티나 여행 팁을 전달하고 글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 이후 20페소와 그 이상의 고액권에 있는 화폐 디자인을 모두 바꿨다. 아르헨티나 화폐도 베네수엘라 화폐처럼 가로뿐 아니라 세로 디자인도 있고, 모든 화폐의 앞면에는 서식지가 아르헨티나인 동물 한 마리를, 뒷면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여행하기 좋은 지역 한 곳을 소개하고 있다.
20페소의 경우 앞면에는 낙타과의 한 종인 구아나코가 보이고, 뒷면에는 구아나코의 서식지인 파타고니아가 그려져 있다. 파타고니아에 가게 되면 구아나코는 물론,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Los Glaciares National Park)에서 큰 빙하를 구경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여행지는 500페소 뒷면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서북부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500페소 앞면에 보이는 재규어가 서식하는 국립공원이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산 티아고 델 에스테로에는 1970년대 말기에 대한민국 정부가 농업 이민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한 여의도 70배 크기의 농장이 있다. 아르헨티나 서북부 지역을 여행할 때 이곳을 방문하면 당시 한국의 경제 정책과 농업 이민사의 한 장면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돈 밝히는 남자 알파고 시나씨의 아르헨티나 화폐 탐구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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