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자란 나의 짐의 무게를 아는 것.

짐과의 사투

by 수수




세계 여행을 시작할 때 우리는 80L 백팩과 캐리어를 하나씩 가지고 떠났다.
‘이건 다 여행하면서 필요한 것들이야!! 단 하나도 버릴 게 없지!’
하면서 말이다.



이걸 다 가지고 다녔다니.. 미쳤다 미쳤어.





나는 어떤 블로그에서 빨래세제를 빨대에 담아 다니며 유용하게 썻다는 글을 보고 (빨때 입구는 다리미의 열로 녹여 막았다.)

‘아 이렇게 센스있게 다 가져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많은 것을 챙겼다.


그런데 여행한 지 한 달도 안되어 우린 짐을 버리기 시작했다.
첫 여행지였던 러시아에서 겨울옷을 버렸다. 핀란드 여행에서도 담요, 신발, 잡동사니들을 버렸다.
독일에서는 우리는 약 10킬로의 짐을 10만 원이나 내고 한국으로 붙였다. 그러고도 캐리어 한 개 정도의 양의 짐을 독일의 한 마트 주차장에 버리고 왔었다(근처에 쓰레기장이 있었다). 그 캐리어 안에는 내가 아끼는 스웨터도, 치마도, 신발도, 구두들이 있었다.
일하며 돈을 모아 샀던 옷들이었다. 버릴 땐 정말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약 10분도 안되어 가벼워진 나의 어깨와 몸뚱이에 감동을 받아 비로소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고,
여행지를 그제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가 들고 다녔던 짐은
옷 2벌과 운동화 하나 슬리퍼 하나, 모자 하나, 화장품 (로션 하나, 립스틱 하나, 눈썹 그리기 하나) 속옷 3개 양말 3개, 노트북 하나 이어폰, 핸드폰 하나였다.


짐을 정리하고 다른 세계여행하시는 분들을 위해 정리해본 세계여행 준비물 리스트




여행 시작하고 4개월 차에 우리는 조금 여행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들어가 1년을 살기로 했다.
캐나다라면 평생 정착해도 너무 행복할 수 있을 꺼란 우리의 기대가 있었고, 이민까지 생각을 해보았었다.
집도 계약하고, 풀타임 직장도 구했다. 정착을 위해 하나하나 이루고 나니,
아이맥 컴퓨터도 가지고 싶고, 아이패드도 가지고 싶고, 인테리어 용품도 가지고 싶고,
이쁘게 꾸미고 나가야 하니까 옷도 화장품도 가지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 집엔 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1년 뒤, 우리는 다시 여행병이 도졌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 졌다. 아직 안 가본 세계의 여러 나라가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2차 세계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과 나는 또다시 짐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1년 전, 분명 가방 두 개의 짐으로 시작했던 우리가 1년이 지났다고 엄청나게 많은 짐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짐들은 어딜 가든 문제고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우린 하는 수없이 중고 사이트에 우리의 짐들을 팔기 시작했다. 화장품부터, 책상, 의자, 마스크팩, 선풍기, 밥솥, 심지어 인테리어 포스터까지. 아무리 싸게 팔아도 팔리지 않는 것들은 교회에 기부를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2개의 백팩이 5박스의 짐으로 늘어날 수 있다니 말이다.
그리고 우린 또 2개의 소형 캐리어만 끌고 캐나다 집을 나왔다.
‘이 21인치 캐리어만 있다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고 불편함이 없는데, 짐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하며 말이다.


2차 세계여행을 떠나는 우리의 짐.







오늘 아침 뉴스 하나를 보았다.
우주에 최초로 간 영국의 한 여성 우주비행사가 외계인에 대한 언급을 했다.

그녀는우주에는 없이 많은 별이 있고, 각각의 별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면서그들은 당신이나 나와 닮아있을 수도 있고, 탄소나 질소의 형태로 이뤄져 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아마 외계 생명체들은 이미 이곳(지구)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우리가 그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뿐”




이렇게 외계인도 지구에 여행을 온다는 생각을 하니,
우리도 지구에 잠깐 여행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지구에 왔을 때 캐리어를 끌고 오진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하며 말이다.

여행할 때의 욕심만큼 필요한 만큼의 옷들과 화장품만 있다면 이 세상 살기 불편함이 없을 텐데 말이다.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 나는 잠깐 여행 온 것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