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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Jan 16. 2017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의 하루

농장 벤치마크라 부르고,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를 말한다.

평소 집순이인 나는 움직이는 것이 참으로 싫다. 뚜벅이인것은 더 싫다. 홍대나 이태원 같은 복잡한 곳을 가면 지하철이 편하지 않냐는 물음들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아니' 라고 대답한다. 복잡해도 여전히 차를 타고 다닐정도로 걷는 것은 정말로 싫다.

하지만 때로는 걸어야할 순간도 있다.

가령, 벤치마크. 그러니까 취미란 것이 참 무서운일이다. 그토록 싫어하는 것도 자발적으로 하게 만드니까. 걷는 것은 무엇보다 싫은데도, 벤치마크를 가야할 때면 그렇게 잘 걸어다닐 수 없다. 먹고 살아야하는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꿀꿀한 기분의 주말이었다. 그래서 제법 핫하다는 곳들을 돌아보려고 길을 나섰다.


이태원 앤틱 가구거리

오늘의 벤치마크 첫 장소. 바로 이태원 앤틱 가구거리. 벤치마크를 위함보다는, 이제 구체적인 계획들이 잡혀가다보니, 원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일요일 낮, 설렁설렁 나가본 곳이 바로 가구거리. 예전에는 플리마켓처럼 진행한것 같은데 요새는 어째 조용한듯 싶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모든 앤틱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눈누난나 신나게 출발.

첫번째 가게는 블로그들을 찾아보다가 이곳은 꼭 가야지 했는데, 역시나싶었다. 가길 정말 잘했다. 바깥에 걸린 대문짝만한 시계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얼마나 큰지, 한 층을 다 차지할정도. 모네의 정원에 걸어두면 정말 근사할 거란 생각에 눈을 떼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일요일에 이태원 앤틱가구거리가 닫는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래서 오직 이 가게만 가볼 수 있었다. 다행히 내맘에 쏙드는 것을 찾았으니 (지금은 돈이없어 못사고) 마음에 잘 담아두고 왔다.

이 가게. 진짜 완소할만한 가게이다. 어찌나 예쁜게 많은지...
이런걸 두고 보물창고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시계도 마음에 두고 말았다. 두 시계를 품고 있으니 이제 큰일났다.

오직 한 곳을 둘러보고나니...다른 가게들이 문득 더 궁금해졌다. 그런데 대부분 발을 쳐두어서 볼 수 없게 막아두었다. 하필이면 일요일에 닫는데 일요일에 오는 나는 뭐람. 내내 아쉽다.

길을 가다 문닫은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분수가...정말 멋있다. 청동색감도 사자도 다 마음에 쏙 든다. 모네의 정원에 작은 물 분수대를 놓자고 이야기했는데 이녀석정도만 제법 근사하게 모네의 정원에 어울릴거란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놓으면 멋질듯 하다.

맞은편에 있는 이녀석도 눈을 뗄수가 없다. 아무래도 모네의 정원만의 작은 '트래비분수'를 만들 수 있을 생각에 문닫은 가게앞에서 한참을 실실 거리며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다른사람들이 보면 '저녀석 수상해' 라고 의심할법도 했다.

어서 자리를 옮기자. 문닫은 가게 앞에 서성이는것은 옳지않아.


그래서 친구녀석을 불러 주차가 좀더 나은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핫하디 핫한 한남동은 언제가도 기분좋은 느낌이 한가득이다. 이태원이 좀더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아쉽게도 이태원은 주차가 너무 어려워 한남동 주민센터에 주차를 하고 한남동을 살살 돌아보는 것이 더 나은듯 하다.


핫플레이스 한남동 탐방

무작정 나와 배가 고팠는데 친구녀석이 '나 이가게 알아! 유명하데' 하는 소리에 무작정 들어갔다.
친구녀석은 이미 밥을 먹고 온터라 간단히 먹고자했는데 Bawly point 라는 새우가게로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그저 유명한 곳에서 먹으면 핫한 힙스터가 된 느낌이랄까.

나도 요새 젊은이라고

진리의 네온사인.
나도 꼭 선인장 네온사인을 넣으려고 생각중인데, 어울릴만한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해 레이아웃 구상중에 끙끙거리며 네온사인 자리를 찾아보고 있다. 막상 귀여운 네온사인을 보고나니...꼭 해야겠다 다짐했다.

애매한 시간대에 와서 다행히 자리는 한산했다.

자....뭘 먹는담. 
괜히 다 먹고 싶어서...점심 먹고 온 친구를 타박했다.

낮에는 낮술. 역시 맥주사랑.
맥주가 없었다면 난 정말 슬펐을거야.

핫플레이스라 그런지 왠지 인테리어도 멋진 느낌적인 느낌.

치킨먹지마세요. 새우드세요.
요즘 딱 어울리는 말일지도...그래도 여전히 치킨을 잘 먹고 있습니다. 치느님이니까요.

나.왔.다.

내가 시킨건 갈릭쉬림프였던거 같다. 생각보다 작은 양에 당황스러웠지만....친구가 그래서 양보해줬다. 언니다드슈. 그래고마워. 

근데 생각보다 한사람이 먹기엔 충분한 양이다. 밥이 있어서 천만다행. 아래 기름이 깔려있어 조금 느글거릴것만 같았지만, 느끼한걸 잘 먹는 나에겐 정말 맛있었다. 밥을 싹싹 기름에 비벼먹을정도? 게다가 마늘 맛까지 정말 끝내줬다.

내 두손... 참으로 겸손해졌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저 마늘 크런치는 진짜...싹싹 다 긁어먹을정도. 새우는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모두 섞인 하나의 플레이트는 정말 완벽했다. 애매한 시간대에 맥주와 함께 먹은 점심은 제법 꿀맛이었다.


먹었으니 이제 디저트 배를 채워보기로.
아아. 물론 벤치마크를 하고 있는중이다.

간판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한남동 케이크 카페 PIED 
읽는 방법은 모르겠으나, 꼭 기억해야할 디저트 가게였다. 참말로.

들어가자마자 케이크가 있다. 케익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날은 정말 케잌이 너무나도 먹고 싶어서 잘 보이는 가게로 들어오게 되었다. 비쥬얼 일단 어메이징. 게다가 바깥에서 보기에 파티쉐가 직접 만들고 있는 진풍경이 보여서 왜때문인지 엄청난 신뢰감에 의해 이끌려 들어왔다.

역시나. 머신은 이미 라마르조꼬다. 
이번에 농장에는 꼭 이 머신을 놓고 싶은 생각인데, 워낙 자본금이 적어 욕심인듯 하다. 카푸어같은 느낌이랄까. 농장에 큰돈이 안들어가는데 머신을 농장 공사비만큼 쓰는...집은 없지만 차는 있는. 그런 사치스러운 느낌인 것만 같아 남의 떡이나 쳐다보는걸로 만족. 다시봐도 역시 멋진 머신.

넓지 않은 카페 공간. 그치만 대리석으로 인테리어를 해두어 진짜 고급지다. 오른쪽에 걸린 틸란드시아들이 내 맘을 사로잡네. 한남동 스타일대로 공간이 넓진 않지만 아늑한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왜 PIED 를 꼭 한남동에서 가봐야하는지.
이유는 바로 이 케이크.

그냥 무심코 들어간 카페 PIED에서 나는 인생 케이크를 만나고 말았다. 마차케익이였는데 원래 녹차계열은 뭐든 좋아하는 편인데, 꾸덕꾸덕한 케이크라 평소 디저트를 즐겨먹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인생이 뒤집힐정도로 맛있다는 느낌을 받고야 말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디저트를 먹나 싶을정도로, 이래서 꾸덕꾸덕한 케이크를 먹나 싶을정도로. 유레카. 디저트에서 처음으로 해본 유레카였던 것 같다.

커피는 역시 산미가 조금 강했다. 보통 저 머신을 쓰고 있는정도라면 산미가 있는 커피를 선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별로 놀라진 않았다.



맛집으로는 홍대보다 연남동

이태원과 한남동을 모두 돌아보고, 또다시 핫플레이스로 이동. 왠일이지 오늘따라 핫플레이스란 핫플레이스는 모두 방문해야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따라 맛난 파스타를 꼭 먹고 싶었는데, 어느 레스토랑을 갈까 고민하다가 그간 너무 가보고 싶던 연남동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가봐야겠다 싶어 방문했다. 그 이름하여 연남동 '더다이닝랩'

예전에 홍석천이 하는 어떤 올리브쇼 채널이었던 것 같다. 연남동 레스토랑을 탐방하는 거였는데, 수비드라는 특이한 조리법을 하는 젊은 쉐프가 있는 연남동 레스토랑이었다. 평소 항정살을 좋아하는 나는 방송을 보다가 꼭 먹어봐야지했는데 잘생긴 쉐프덕에 한동안 웨이팅이 너무 길어 방문을 꿈꿔보지도 못했던 더 다이닝랩. 

더다이닝랩을 찾아보니 최근에 확장을 해 제법 넓어져 웨이팅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었다.

와보니, 이미 분위기에 취함. 역시 더다이닝랩. 그래 너무 와보고싶었다고!

전화예약을 하고 왔는데...글쎄 웨이팅시간이 너무 긴것이 아닌가. 이유는 즉슨, 두명이 아닌 세명이 와버리는 바람에. 두명이 온 사람들이 우선 배정되고 나는데. 우리 뒤에 온 두명 예약들까지 모두 빠지고 난 후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세명이 빠질것 같은 자리는 조금 기다려주지, 두명 위주 먼저 들여보내는 시스템인지 우린 결국 한시간정도 기다리고 말았다. 조금 화가 나고 말았다. 
하지만 꼭 와보고 싶던 더다이닝랩이니깐. 끝까지 기다렸다.

분위기는 아주 좋다. 그래서 연인들이 오기 좋았고, 그래서 두명 테이블이 많은 듯 했다. 두명에 한이 맺힐것 같은 기분. 왠지 유럽의 어느 분위기있는 멋진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랄까.

분명 많이 먹었는데 대기시간이 있어서인지 다시 배고파졌다. 기다리는동안 이미 매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아 무엇을 먹을지 결정을 해버렸었다. 

그 예전부터 먹고 싶던 수비드 항정살!!! 이거 너무 먹고싶었다 진짜로. 주변을 둘러보니 관자를 다들 먹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도 시켰다. 마지막은 오늘은 파스타를 꼭 먹어야했으니 파스타 주문.

캬. 비쥬얼보소. 
항정살 킬러인 나에게는 항정살 스테이크를 만나고나니 절로 고개숙여 리스펙트.

사람들이 다 먹고 있다는 관자의 정체는 바로 리조토. 

파스타는 매운 링귀니 파스타인인데 수란을 비벼비벼먹는 것이었다.
일단 세가지 모두 맛있다. 아주 맛있다. 대기시간이고 뭐고 다 까먹었다. 화나는 것도 다 까먹었다. 그정도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던 듯 하다. 항정살은 너무 맛있어서 서로 급히 먹다가 정말 5분도 안되서 사라진 듯 했다. 나는 먹은 것이 두조각뿐이었는데 이것만 두 접시 시켜도 혼자 다 먹을 수 있었을거야.

그래서 조금 아쉬운점은 양이 작다는 것. 나처럼 많이 먹는 자에게는 조금 모자랄 수 있다. 하지만 데이트 중에 먹을만한 분위기니까 1인 1메뉴 시키면 딱 적당히 먹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듯 싶다.

맥주까지 아주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나니, 정말 데이트 장소로 왜 좋을지 알겠다. 앞에 주차가 가능한데 2대만 가능해서 아주 운이 좋아야 댈 수 있다. 나는 운이 좋아서 주차를 했다. 


그냥 가기 아쉬워 또 먹는다. 또 디저트.
다시 말하지만 나는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치만 이날은 그냥 미쳤던거 같다.


근처에 있는 카페 아상. 이름이 특이하고 반지하에 있어서 기웃기웃거리다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오늘 무슨날인가? 여기도 인생케이크다. 물론 나는 너무 배불러 다 먹진 못했지만 티라미슈는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비스테카를 사다가 퍼먹을때가 있는데, 그와 비슷할정도로 아주 맛있었다. 어~메이징.


특히 tea 가 잘 되어있는 카페랄까. 생각보다 큰 티를 주셔서 정말 티를 여유롭게 즐기기엔 최고였다. 분위기는 정말 감성 깡패. 진짜 감성 풍부한 공간이다. 함께 했던 친구녀석들은 인생카페라며 와우를 연신 외쳤다. 심지어 내 자전거인 스트라이다가 세워져 있어 왠지 더....나와 너의 연결고리. 아무튼 진짜 맛있고 환상적인 카페. 연남동 핫플레이스가 많다지만, 최고의 레스토랑과 최고의 카페에서 마무리 지은것 같은 하루였다. 꿀꿀한 기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모두 하루만에 갔던 나의 핫플레이스 벤치마크 탐방기.
벤치마크라기엔 조금 너무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뭘 벤치마크하러 간건지 잘 기억이 안난다.
그저 핫플레이스에서 맛난 음식 잘 먹고 왠지 힙스터 젊은이가 된 것 같은 기억밖에는. 

뭐, 이런게 행복이지.

나를 위한 하루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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