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들도 쉽게 도전 가능한 드라이 플라워 튜토리얼
때는 지난 10월, 3개월 터울 친척언니가 결혼을 했다.
언니는 부케를 받으라며 권유했고, 나는 냉큼 받아들었다. 제법 그래도 꽃을 만진지 6개월이나 되었을 때인데다가 농장에 빠져 살때여서인지 언니는 말그대로 '믿고 맡긴' 것 같았다. 부케를 잘 말려주겠다고 했다.
그냥 말리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치 그런거였다. 다육이를 처음 키울 때 '키우기 쉬운 식물' 에 다육이가 있어 단숨에 집어들었는데 알고보니 가장 어려운 식물이었단걸 알았을 때 그 놀라움. 비슷했다.
그 말은 즉슨 무엇이든 생각보다 식물과 꽃을 만지는 일은 좀처럼 내 멋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이유는 몇가지 조건들인데, 겨울이라서 꽃을 말리기 어려운 철인데다가, 뭉치로 말린 것이 썩은 꽃 하나가 다른 꽃들을 물들이면서 마음 아프게도 나는 그 쉽다는 드라이플라워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언니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 지금은 프로젝트M을 통해 언니만을 위한 것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전에 철저하게 공부하고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라벤더 Lavender
불면증이 심하다면 사랑할 수 밖에 없을 허브 라벤더. 연보라색으로 핀 꽃은 말려서 음식에 넣어도, 포푸리 주머니에 넣어도 환상적이다. 한묶음 손에 잡고 노끈으로 돌돌 묶어서 거꾸로만 매달아놓아도 금새 바짝 마른다. 부슬부슬해진 꽃을 파슬파슬 손으로 풀어주어 그 향을 진하게- 오래 맡아보자.
장미 Rose
뜨거운 사랑을 한번쯤 경험했다면, 쉽게 받을 수 있는 장미. 영원한 사랑으로 만들어보자. 장미는 쉽게 마르는 편인데 그 색감을 유지하려면 실리카겔 (김에 들어있는 구슬같은 방부제) 속에 일주일 정도 건조하는 것을 추천한다. 색감이 빈티지스럽게 잘 빠지기 때문. 잘 으스러질 수 있는 잎을 단단하게 보존하려면 헤어스프레이를 뿌려 말리는 것도 방법.
수레국화 Cornflower
파란색이 화려한 수레국화는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 중 하나이다. 우리 농장에도 잔뜩 피는 꽃 중에 하나인데 색감이 너무 예뻐 야생화 꽃다발을 만들면 그만이다. 이런 수레국화가 드라이플라워에 적합한 꽃인 줄 알았더라면 지난 해 농사지은 것들을 전부 수확해 두어 걸어둘텐데. 아뿔싸- 나의 실수다.
유칼립투스 Ucaliptus
우리나라에서도 그 인기가 엄청난 플랜테리어의 유재석급. 유칼립투스는 드라이플라워하기에 참 좋은 식물이다. 물론 이렇게 뚝뚝- 꺾어다가 물속에 한참을 담가놔도 좋지만 어느정도 말라갈 때 즈음에는 거꾸로 자연건조 시키면 색감 변화가 많지 않게 바삭바삭 잘 마른다. 물에 오래 담궈놓는것보다는 어느정도 되었다 싶을 때는 (초록색이 유지되고 있을때) 자연건조 해서 플렌테리어를 이어가보자.
안개꽃 Baby's breath
아기 숨소리라는 영명을 가진 이녀석은 흔하디 흔한 안개꽃인데 나 어린시절엔 장미 꽃 사이사이 조연 역할을 해왔는데 긴 기다림 끝에 주연급으로 성장한 녀석이다. 지금은 안개꽃만 사도 너무 좋을 정도랄까. 이녀석도 그야말로 드라이플라워의 초보자 코스로 적합한 녀석. 생각보다 말리는 과정에서 꽃잎이 떨어지지만, 아주 쉽게 자연건조하기 좋은 녀석들 중 하나다.
미스티블루 limonium
리모늄이라는 영명을 가진 이녀석도 안개꽃과 비슷한 녀석. 아무래도 겨울에 말려두면 하얀 눈꽃송이가 핀 것마냥 모양이 예쁘다. 리모늄도 블루나 핑크 같은 계열이 많은데 아무래도 염색한 듯 하다.
허브 herbs
향기로는 허브를 이길자가 없다. 라벤더도 그렇지만 초록잎이 무성한 허브들도 드라이플라워로는 최고다. 나는 로즈마리를 라벤더 다음으로 좋아하는데 그 향기가 너무 좋아 취할 정도다. 이런 로즈마리 또한 뚝뚝 잘라내어 묶음을 해 거꾸로 매달아두면 아주 빠싹 잘 마른다. 음식에 넣어먹어도 좋고, 화장실에 두어 향기까지 솔솔 풍겨내는 신박한 녀석. 민트도 마찬가지. 어느 허브던간에 향기가 좋으면 일단 말리고 본다. 대부분 성공했다.
(심지어 묶어서 방바닥에 두었는데 따뜻한 바닥효과로 아주 잘 건조 된 적도 있어 놀랬다)
그밖에 여러 꽃들?
사실 어느 꽃이나 다 할만하다고 한다. 그치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게 우리네 인생사- 그래서인지 드라이플라워도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수국 Hydrangea, 천일홍 Globe amaranth, 델피늄 Larkspur 도 모두 드라이플라워로 제법 유명한 꽃들. 실제로는 수국은 말리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저렇게 뭉치로 놓는 것보다는 가닥가닥 나누어놓는 것이 보다 안전하게 말릴 수 있는 방법. 천일홍이나 골든볼billy balls 은 동글동글 예쁜것이 빠짝 말려 디퓨저 스틱으로 쓰면 좋다.
일반 건조
일반 드라이 방법으로 가장 게으르기도 하지만 가장 일반적이기도 한 방법이다. 안개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인데 (원채 쉽게 잘 마르는편인지라) 물을 자작하게 깔아놓고 까먹는 것이 좋은 방법. 시간이 흘러 물이 증발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말릴 수 있다.
전자렌지
세상에 마상에. 전자렌지는 정말 만능이다. 페이퍼 타올 위에 말릴 꽃잎들을 올리고 덮어준다. 전자렌지 세이프 용기 (가령 유리그릇) 에 담아 바삭한 느낌이 날때까지 약 1~2분 사이 돌려준다. 확인을 해보고 이상하게 마른 느낌이 든다면 살짝 조금 더 돌려본다. 오븐에서 말리는 것보다는 전자렌지가 더 나은듯 하다.
프레스
쉽게 말하면 꾹 누른다. 좋아하는 아무 꽃 특히 야생화들도 잘 되는 방법 중 하나인데 무거운 책이나 물건들을 올려놓고 7~10일 정도 뭉개 놓는다면 바싹하게 잘 마른다. 올드한 느낌이지만 책갈피로 쓴다면 너무 좋을 프레스 방식. 옛 추억에 잠기며 코팅해 보관해볼까나-
실리카겔
아까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김속에, 가방 살때 들어있는 방부제 (동글동글 투명한 것)을 실리카겔이라고 한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더니, 방부제를 잘 모아두었다가 선물받은 장미꽃을 폭- 담궈놓자. 몇 주 후에 꺼내보면 색감이 빈티지스럽게 잘 마른 드라이플라워를 만날 수 있다. 색감이 예쁜 천일홍이나 장미가 이런 방법에 어울리는 듯 하다.
행잉 부케
한 줌 쥐어 거꾸로 매다는 방법이다. 사실 라벤더 같은 허브들에게 좋은 방법인데, 일반 꽃들에게는 부케처럼 묶지 말고 한올한올 따로따로 묶어 말리는 것이 더 좋은 방법. 같이 묶여있다가 내 부케처럼 서로에게 옮아가는 일이 없도록 안전하게 따로따로 묶어 거꾸로 말리자. 라벤더나 천일홍은 괜찮다. 안개꽃도 괜찮다. 대신 직사광선은 괜찮지 않으니 어두운 곳에서 바짝 말려주자.
한번뿐인 웨딩인데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운전도 3개월째에 제일 거만해진다더니 꽃농부도 6개월째에 거만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지금은 미안함을 없애려 언니 부케에 들어있는 꽃들로 캔들을 만들어줄 예정이다. 행복한 그 추억을 다시 담아주려고.
꽃을 받는 순간은 참 행복하다. 그게 화려한 꽃다발이던, 웨딩 부케던, 혹은 길거리에 있는 야생화 꽃다발이든간에 꽃을 받는 순간은 늘 똑같이 행복하다.
우리,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pinterest 에서 담아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