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사소한 것들이, 기억이라 부르기도 뭣한 것들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너가 편의점에서 골랐던 음료수 이름, 나보다 한 뼘이나 작은 네 머리카락에서 나던 샴푸 냄새, 너와 처음 만났던 날의 더위와 습도 같은 것들.
강의실 맨 끝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본, 의식이 흐려지기 전 반짝 하고 나타났다 사라진 무명의 여배우처럼 맥락 없는 기억은 불현듯 솟아올랐다가 이내 일상적인 풍경들 틈으로 자취를 감춘다.
너가 콜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는 콜라를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널 생각한다. 너가 빨간색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나는 고개를 숙이고 길을 걷다가 빨간색 운동화가 보이면 다시 한 번 뒤돌아본다. 비극적이지도, 희극적이지도 않은 그 장치들-너가 내 일상 속에 심어 놓은. 어쩌면 너 역시도 내가 널 잊고 지내는 어느 날 비슷한 이유로 나를 떠올리겠지.
찬란한 7월이다.
기억의 편린들은 물망초 꽃말처럼 반짝이다가 길 건너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누군가의 얼굴 너머로 사라진다.
그냥 무작정 너가 보고 싶은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