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할머니와 목욕탕에 갔다. 할머니가 목욕탕에 들어설 때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좋은 자리를 내어주셨다. 어떤 아주머니들은 할머니 등을 밀어드리겠다고 먼저 말을 걸거나, 때를 밀고 나서 흰 우유로 등 마사지까지 해주셨다. 우리 할머니를 보고 엄마 생각이 난다고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등이라도 한번 밀어드릴 걸 그랬다고, 땀인지 물인지 모를 물방울을 훔치셨다.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한 아빠에게서는 겨울 냄새가 났다. 차갑고 건조한, 먼지가 뒤섞인 냄새. 아빠는 우리를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설렁탕집으로 데려가곤 했다. 좁은 식탁에 셋이 조르르 앉아 졸린 눈을 비비며 설렁탕에 깍두기를 먹었는데, 그 맛과 그 순간의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설렁탕집은 시장이 재개발되며 사라졌다. 아빠는 단골집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에게 나눠준 추억은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