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은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같은 것이다.

by 마이티북스
알라딘이 일곱 번째 난장이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서로 전혀 다른 동화 나라에서 정해진 서사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지만, 오늘 그들이 만난 건 분명 필연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모두 옥토끼 때문이다.

아직 쓴 적이 없는 소설의 도입부다. 미안하다, 그러니까 요즘말로 ‘어그로’였다. 솔직히 난 이런 어그로를 즐긴다. 실제 글의 도입으로 많이 쓰는 편이다. 일어날 수 없거나, 접점이 없어 보이는 것들과의 허무맹랑한 조합 말이다.

그렇지만 분명, 여러분들은 한번쯤 혹했을 거란 걸 난 꽤 확신하고 있다. 왜냐면, 이거야말로 프로만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필살기법 중 하나니까 말이다.


이미 나의 출간작이었던 『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에서도 밝혔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이란,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같은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굳게 믿고 있고, 실제로 잘 먹히는 방법이다. 믿거나 말거나, 심지어 매번 글쓰기 강연에 초빙 받아서 갈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렇게 알려줬었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 일단 이것부터 확신을 가지세요. A는 B다. 그리고 A와 B는 말도 되지 않는 것의 결합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까지 마음속에 곱게 담아 간직하던 작품들을 잠시 꺼내보도록 하자. 그 중에서 문학작품이 있다면, 단연 으뜸이다. 명문장은 아무래도 그런 작품 중에 많으니까. 그래서 당신의 심장을 후벼 팠던 문장을 꺼내어 소리 내서 읽어주길 바란다. 그 문장이 정말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문장인지를.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면, 그 유명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마지막 문장을 볼까?


총탄은 깊이, 보이지도 않게 들어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문장인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총알 발사음이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얼마나 유사한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심적으로> 강하게 끌려서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감히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더라도 심적인 울림은 충분히 공명하여 주변인들에게까지 전이될 정도다.


이처럼 명문장이란 건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다. 아니, 제법 문학적이다 싶은 문구는 기본적으로 죄다 말이 되지 않는다. 모두 다 모순 덩어리다. 과학적으로는 무엇 하나 맞아떨어지는 말이 없다. 그래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같은 문장이란 소리다.


전자제품 서비스센터는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보통 운영이 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보통 그 시간에 근무를 하거나 학교에서 일과를 보낸다. 그럼, 대체 서비스를 어떻게 받지? 유감스럽지만, 이게 현실이다. 매우 모순적이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의 일과 시간이 그들의 일과 시간이 동일해서 제품이 고장 나더라도 쉽게 수리를 받을 수 없다. 무리해서 하루를 쉬거나, 다른 가족에게 부탁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어렵게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좋은 문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체가 모순이어야 한다. 어딘가 왜곡되거나 이탈되어야 하고, 자체만으로는 불완전하여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비단 문장 하나에만 속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확장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법까지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다.


아 ㅡ 더 쓰려니 내 밑천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서 우선 여기서는 이 정도만 쓰도록 하겠다. 더 궁금하다면, 나의 출간작인 『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기본, 이론편』을 읽어보시길 권하며,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신다면, 곧이어 나올 『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심화편』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그럼, 다소 뻔뻔하게, 오늘은 이만 이쯤에서 떠나도록 하겠다.

한창 재미나게 쓰고 있던 글이 있어 오늘의 브런치 연재 글은 대충 이 정도로 갈무리한다.


오늘도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안녕하세요, 소설가 문수림입니다.


전작인 《장르불문 관통하는 글쓰기 기본 이론편》은

온라인 서점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을 통해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판매되고 있으며,

오프라인은 전국 교보문고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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