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의 기억
초등학교 6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나는 경주에서 서울로 전학을 갔다. 서울의 말은 낯설고 풍경도 낯설고 사람들도 낯설었다. 나는 혼자서 복도에 난 창문을 통해 학교 뒷마당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뭘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누구와 얘기를 해야할지 막연해서 그저 서 있었다. 그때 작고 검은 것이 날아와 창턱에 떨어졌다. 나는 다가가서 가만히 쳐다보았다. 검은 것은 움직임이 있었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작고 뾰족한 얼굴 아래에 검고 얇은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내 손보다 작은 검은 것은 어리둥절해 하며 당황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살며시 검지손가락을 뻗어 살짝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검은 것은 담요를 펼치더니 날아갔다. 나는 검은 것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러다가 박쥐새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이 흐른 지금도 가끔식 문뜩 기억나는데 진짜 박쥐새끼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 이후로 검은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나는 지금까지 실제로 박쥐를 본 적도 없기에 확신할 수 없다. 도대체 그 검은 것이 어떻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 나타났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그리고 검은 것이 집을 찾았는지 가족을 다시 만났는지 잘 살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