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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May 04. 2021

잠시만 열겠습니다. 서울 2막

어쩌다 보니 서울


계획대로라면 오늘의 나는 차를 타고 두어 시간은 더 남쪽으로 내려간 곳에서 아침 해를 보았을 것이다. 자판을 두들기는 일에서도 조금은 멀어질 것이라 생각했고, 발걸음 옮길 때 마다 거칠게 부서지는 밭고랑 사이 사이가 그간 내가 발 붙이던 책상 앞을 대신 할거라 생각했다.


사람 일은 생각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연한 명제가 나에게는 비껴가리라는 일말의 기대 따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생각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뜻하지 않음이 꼬리를 문 결과로 나는 다시 서울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



아는 누님과 함께 어르신 분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장 직함은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힘들고 머리가 아픈 일인데, 얼마의 시간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다 보니 또 사장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천착하게 된 서울 땅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선 것 아니고, 대표는 둘이고 내 돈 나갈 걱정으로 머리 아플 일도 없으니 마음에 짐을 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역시나 사람 일은 생각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난 오늘의 저녁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한 발 씩 딛는 길섶으로는 이런 저런 빚이 발자국처럼 자취를 남긴다.


생각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의 일 덕분에, 어쩌다 보니 나는 다시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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