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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모 Jan 05. 2021

ep4. 바람 후 회복의 과정

깊은 상처를 이겨내려면 서로의 강함이 필요하다

하루 첫 연락을 건넨 후 저녁메뉴를 위한 목적성 연락만을 했다. 헤아릴 수 없는 건너편 어두운 목소리의 남자친구에게 눈치 없는 척 보내는 나의 애교는 삭막한 관계의 조미료 쯤으로 쳤다. 더군다나 우리가 세운 저녁 계획에는 구멍이 가득이어서 발생하는 상황마다 나는 불평 불만이 아닌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와 대화가 끊기지 않기 위해 말수적은 그를 위해 계속해서 화제를 던져댔고 결국 남자친구가 왜 어두운 기운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는 나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히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그럴 땐 먼저 이야기하기 전까진 굳이 캐묻지 않기로 했으니 참아본다. 애써 그의 자리로 가 그를 끌어안아본다든가 올려다보며 걱정 가득한 눈빛만 건넸다.


그가 와인 기운이 올라와 잠깐 잠든 동안 나는 이전에 썼던 브런치의 글을 읽었다. 그가 과연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과연 그와 나는 헤어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반복되는 질문에 대해 3년 전의 내가 답한 글이었다. 다른 상대와의 연애였지만 공교롭게도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상처받아 해진 나의 마음에 더이상 덧댈 천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나를 보호할수 있을까. 헤어지는 것 외엔 답이 있을까. 그 사이 잠에서 깬 남자친구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운을 뗐다. 나의 최근 다운된 기복이 올 때마다 강하게 전염되는데 앞으로도 그럴 일이 너무 무섭다고 한다. 나는 그의 곁으로 가 등을 진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최근 나는 남자친구와의 일이 있었으니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외 기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힘든 건 맞을테다. 지금 우리 관계가 위태로운 것도 알테다. 나는 이번 남자친구의 일탈과 상태에 대해 나의 의견을 주었다. 애정결핍이 일탈에 끼치는 과정과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극을 원하는 뇌는 안정감을 지루함이라고 인식하거나 곁에 있는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사랑을 사랑하는데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들만 계속될 것이라고. 그러한 부분 때문에 나의 감정기복에 지나치게 동요하며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나는 같이 부정적이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가 우리 관계가 그만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순순히 그럴 생각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미련은 없으까. 하지만 그는 이별의 생각 없이 고통만 겪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함께 강해지자고 했다. 우리가 겪었던 한번의 이별 후 한달 동안 힘들었고 그 시기를 이겨낸 다음 우리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관계에 굴곡이 많지만 그 한번을 넘으면서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단단해지는지 설명했다. 헤어질 의지만 없다면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너가 나의 결핍을 채워주었든 내가 너의 결핍을 채워주고 흔들릴 때마다 내가 잡아줄 거라고 그를 보며 말했다. 그는 말없이 나를 안았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그가 나를 붙잡아준 것이 기억났다.


가끔 부정적인 것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남자와 만나다보니 나의 부정을 부정하고 긍정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과연 이것은 긍정적인 것일까. 어쨌든 우리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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