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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이 Aug 03. 2016

도서관 안에 서점이 있다고?

[호모 인포메티쿠스 No.1] 동네서점 살리기 프로젝트, 책사랑

                                                                                                                                                                                                                                                                                                                 



정말 그랬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도서관 안에 서점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1층 현관을 들어가자마자 떡 하니 오른쪽 바로 앞,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새로 만든 간이 열람실인가 싶어 가까이 갔더니 ‘도서관’과 ‘서점’이라는 단어가 모두 쓰여 있다. 궁금해서 문을 열었다.


8평에서 10평 정도 될까? 아담하지만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좁게 느껴지진 않는 공간. 사방을 둘러싼 책장들이 보인다. A,B,C 종류별 섹션을 나눈 팻말, 추천도서와 베스트셀러를 구분해 놓은 책장도 있다. 인형이나 기념품도 놓인 걸 보면 서점 같은데…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문 옆 카운터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계시는 분에게 다가가 모기만한 소리로 물었다.

“저기요, 여기 서점 맞아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서관에 위치한 서점 맞습니다. 문화관광부에서 죽어가는 동네책방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동네서점 중에서 입찰을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책이 주로 진열돼 있어요. 이제 1년 됐습니다.” 이런 질문을 제법 들으셨는지 묻자마자 답을 술술 내놓으셨다. 김의수 책사랑 대표님은 외국어대학교 근처에서 한우리문고를 운영하며 서울서점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동네책방들이 얼마 안 남았어요. 실핏줄 같은 동네책방이 살아야 마을 문화가 사는데 큰 일이에요. 대형서점들이 전체 시장의 8-90프로를 차지해요. 한 마을에 대형서점이 들어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두세 정거장 반경 내 서점이 사라지게 돼있어요. 들어와서 계속 있으면 괜찮은데 대형서점들은 이익이 안 나면 1-2년 내에 철수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그 동네엔 서점이 사라지는 거예요.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욕심 없이 이걸 천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100만원만 이익이 나도 운영을 할 텐데 그것도 안 나서 결국 문을 닫는 거죠.”


서점 부문에서도 대기업이 약자를 흡수하는 모양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달아 많은 곳들이 이미 아사했거나 아사지경이다. 대형 서점들은 시장 점유력을 무기로  메이저 출판사들을 쥐락펴락 한다고 했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온전한 정가제가 되질 않아요. 인터넷 출판사들이 많이 사니까 싸게 달라고 메이저 출판사를 쥐고 흔들고, 그만큼 싸게 사니까 싸게 파는 거죠. 카드다, 적립이다, 뭐다 하면서 가격을 가지고 장난치는 게 여전히 있죠. 우리도 대형서점 같은 온라인홈페이지가 있지만 만 원짜리 한 권을 우체국에서 부치면 2500원씩 줘야하니까 남는 게 없어요.”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도 기대기 어려운 실정이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인터넷 책방은 20% 마진, 오프라인 서점은 40% 마진을 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딱 반대로 운영 되고 있어요.” 운영비가 덜 드는 온라인이 더 이익을 많이 보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서울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가 통과 됐는데 상위법이 통과가 안돼서 큰 실효성은 없어요. 그래도 동네책방 책을 되도록 사줘라하는 권고를 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정부에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다행이에요.” 지난 6월27일 김진철 서울시의원이 낸 ‘서울특별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 얘기였다. 완전도서정가제를 확립을 위한 방안이 없고, 지역서점위원회에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실무자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지적을 들었다.


문화를 파는 서점의 생사를 그저 권고에 그치고 시장의 논리에 맡겨서 해결이 될까. 2014년 서울시에서 초·중·고교 도서관에 1천 만원 미만의 규모로 책을 살 때는 동네책방에서 사라고 권고했지만 아직 실천하는 학교가 거의 없다.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가격차가 크면 재정을 관리해야하는 학교 입장에선 선뜻 비싼 책을 구입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동네서점 입장에선 학교가 대형서점과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 최대 마진폭인 10% 할인에 5% 간접할인까지 똑같이 해주길 바라니 그런 조건으론 입찰이 부담스러울 거다.


책사랑 개소식 때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국립중앙도서관 내 서점이 지역서점 재도약의 발판을 위한 성공모델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모두가 상생하는 도서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그저 관심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정책 고민과 실천이 뒤따라 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대학 새내기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이 학교 저 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을 순회하며 구경 다니던 기억이 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도시정가제 최대폭인 10%를 할인 받았다. 15년 전만해도 도시 곳곳에는 작지만 전문 분야를 갖고 있는 동네서점들이 즐비했다. 이제 동네 책방은 서울 전역에 400여곳밖에 남지 않았다. 심심하면 마실 가듯 나가 구경도 하고, 서로 다른 색깔에 골라가는 재미가 있던 그런 책방들이 내 곁에 좀 더 오래오래 있어주었으면.


덧글.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에서는 동네책방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동네의 작은 서점 나들이를 가고 싶을 때 유용하다.

http://lib.seoul.go.kr/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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