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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아쓰 Jan 23. 2020

작은 차 큰 기쁨, 다마스

지금 좋은 것을 계속 좋은 것으로 여길 수 있도록


“바람 불면 넘어진대.”

 결국 다마스일 것 같다고 하자 사람들은 가감 없이 우려를 표했다.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에어백이나 ABS도 없고, 수동이라 조작도 어렵고, 폭에 비해 차고가 높아 잘못하다간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는 거였다. 그런 말들이 이제 너무나도 지겹지만 인정할 건 인정한다. 다마스, 그래, 위험하다. 하지만 다마스가 그렇게 위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마스가 ‘소상공인의 희망’이기 때문이고, 나는 소상공인이기에 다마스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다마스로부터 도망쳐보고자(?) 많이 노력했다.


이미지출처 : 포스텍 학술정보매거진


 아마 다들 한번쯤 이동도서관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이동책방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이동도서관처럼 ‘버스’의 형태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버스는 너무 부담스럽지(비싸지) 않은가.. 하고 망설였던 날들이 반복되며 시간은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링을 하다 ‘도쿄 북트럭’을 발견하곤 이때부터 이동책방에 대한 작은 희망이 피어났다. 꼭 버스가 아니어도 이동책방을 할 수 있다는 희망. 처음엔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마스를 떠올렸는데, 주변에 반대가 극심한데다가 알아보니 고속 주행과 안전, 적은 적재량 등 단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 도쿄 북트럭처럼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걸어 다닐 수 있을만한 크기의 차가 좋겠다 싶어 이때부터 나는 우리나라에서 이동책방을 할 수 있을만한 차종이 뭐가 있을지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의정부의 어느 중고차 업체에서 구매 직전까지 갔던 봉고 워크스루밴.


 그렇게 찾은 게 바로 ‘워크스루밴’. 택배나 이사에 쓰는 탑차와 비슷한 차종으로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나와 관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 차였지만, 사람이 차량 내부로 드나들만큼 차고가 높고 적재중량이 넉넉하며 중고차 매물도 넉넉히 나와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오토미션으로 2종보통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는 등 조금만 꾸민다면 이동책방 운영에 꽤 적절했다. 우선 차를 실제로 보고 결정해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중고차 거래를 위해 때로는 인천으로, 때로는 수원으로 용인으로 뽈뽈거리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몇 군데를 둘러보다 계약금까지 송금하고 거래 직전에 도래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어처구니없는, 너무도 당연히 고려해야했던 문제에 부딪혀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바로 ‘주차’문제다.


공영주차장은 이미 만차, 사설 주차장에서는 돈을 떠나 관리의 문제로 주차 자체를 거절당했다.


 대강 짐작은 했었으나 주차공간을 찾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게다가 차에 실으려고 하는 물건은 책이 아니던가. 그러다보니 실외보단 실내 주차장을 원했는데, 차고가 높아 웬만한 실내 주차장에 들어갈 리 만무했다. 타협안으로 실외 주차장 몇 곳을 알아보았으나 헛걸음이었다. 이 외에도, 보험료라든지 유지비가 예상보다 비싸다는 것도 함께 자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라는 세 글자로 편의상 요약하지만 실상은 굉장히 많은 고민과 우여곡절을 겪은 뒤)

워크스루밴과의 인연은 끝, 다시 다마스로 돌아갔다.



이상 (도쿄 북트럭) vs 현실 (다마스)


과연 사라질까 : 종이책과 다마스

유튜브에 ‘다마스’를 검색하면 옛스러움이 철철 묻어나는 광고가 뜬다.


 ‘작은차 큰기쁨’이라는 광고 카피를 가진 다마스는 30년째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생산되며 소상공인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배달 등 사업에 필요한 물품들을 이것저것 넣고 이동하기 수월하고 차폭이 좁아 복잡한 골목길을 쉽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외모도 (내 기준에서) 꽤 귀엽다. 신차로 공급되는 차 중에서 이토록 클래식한 미를 뽐내는 차가 또 있을까? 현실적인 문제로 선택한 거 치곤, 나름의 장점도 많고 알아가다 보니 ‘이게 딱이네’ 싶었다. (정신승리?)


 하지만 다마스는 2021년부터 생산이 중단된다. 그때 되면 또 모를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리고 책. 혹자들은 종이책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 예견한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책이라는 물성을 함께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앞으로의 종이책의 생존 여부를 단정 짓기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라질 것 같았지만 누군가의 애정 속에 계속 우리 곁에 있는 다마스. 종이책과 다마스는 그런 점에서 잘 어울리는 친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분석과 예측을 떠나, 나는 지금 좋은 것을 계속 좋은 것으로 여길 수 있도록 조금은 고집스럽게 붙잡고 싶다.


사람을 찾아가는 책방 : 북다마스

 결국 다마스로 차종을 정하고 나니 이동책방의 이름이 쉽게 정해졌다. 바로 ‘북다마스’. ‘책+다마스’라는 기본 뜻과, ‘책+담았다’라는 뜻이 함께 느껴지길 바랐다. 북다마스는 이동책방인 만큼 책을 만나고 고르는 ‘큰 기쁨’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동하는 장소에 어울리는 책을 선별해 소개하며, 장소와 책이 어우러지는 경험도 전달하고 싶다. 이와 관련해 너무 정확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을 책에서 발견했는데, 아래와 같다.


사람들이 서점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책을 가지고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을 한다.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세상에서 몰랐던 책과 우연히 만나는 기회를 일상 속 여기저기에 흩뿌리고 싶어서다.
- 하바 요시타카,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그간 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오며 뭔가 해명(?)이 필요하다고 느껴서일까. 쓰다보니 설명이 조금 길어졌는데... 다마스 얘기는 이 정도면 될 것 같다.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다마스에 ‘책’을 ‘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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