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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룡 Dec 19. 2018

인터뷰이

일하는 마음


  절단장애 4급으로 국가대표가 된 이준하 씨를 만났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일한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다. 의족을 차고 달리는 남자. 꿈도 없고 소망도 없이 살던 그가 매형을 따라 처음 철인3종경기를 관람했을 때, 그의 눈에는 수백 명의 슈퍼맨들이 보였다고 한다. 너무, 정말 너무 너무 멋있 어보였다고.   

  의사는 뛸 수 없다고 했지만 그는 뛰었다. 3시간 30분을 넘으면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철인3종경기를 4시간 47분 만에 완주했을 때,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은 그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는 매형과 자리에 주저앉아 오래 울었단다.  “달릴 때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당연히 “숨이 찬다.”고 말해버리는 남자. 그런데 “숨이 찰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쁘고 벅찬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 


  포항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나는 흰 담벼락 앞에 서서 실없이 그림자놀이를 했다. 구술과 작문 사이에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여름 내가 만났던 인터뷰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시각장애를 가졌는데도 영어교사가 된 이우호 씨, 손이 뒤틀려서 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경아 씨, 다리를 잃고 나서야 철인이 된 이준하 씨……. 좁은 공간에서 녹취된 이웃들의 이야기는 서 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도로록 풀어졌다가 2페이지짜리 기사가 되곤 하였다.   


  서울이 가까워올수록 나는 ‘기적의 주인공은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토록 작았으나 오늘 이렇게 기쁨의 글을 쓰는 내 자신도 어쩌면 역전의 주인공일 수 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데, 과연 이들을 만난 후 바라보는 세상은 그 전과 같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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