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정: 23년 4월 25일 - 5월 2일
목적지: 멕시코, 칸쿤 (옆 플라야 델 카르멘)
가서 할 일: 프리다이빙 자격증 Lv.2 획득 및 멕시코 맥도날드 먹기
여행자: 나. 혼자.
차 렌트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아직 출발도 안 했다. 불과 지난주만 하더라도 칸쿤을, 멕시코를, 남미를 가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봄이 오는 둥 마는 둥 게으른 캐나다 안에서 나와 털복숭이 쿠생키는 행복했다.
대나무와 고양이가 있는 정물
언제나 그렇듯 결심은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의 산수.
가면 좋나?
안 가면 뭐 하지?
우연히 주어진 한 달이라는 시간은 결국 '뭐 하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뭐 하고 살지
뭐 하고 놀지
뭐 하지.. 뭐 하지.. 으악. 이제 그만 물어봐줘 나 자신.
결심하지 못하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왜 그래?"
"무서워"
"뭐가?"
"여기 있음 안전한데 남미는 위험하다잖아"
"그래서 그냥 한 달을 게임만 하다 보내겠다고?"
"그건 아니지"
질문은 바뀐다. '여기 있음 뭐 하지?'에서
'거기 가면 뭐 하지?'
'너 다이빙 좋아하면 거기 가봐'
마침 쿠도 누가 봐주겠다고 한다.
누군가의 한마디와
누군가의 호의가 겹치자
COVID-19에 갇혀있었던 프리다이빙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어느새 비행기와 호텔예약을 마쳤다.
*다이빙?
나의 다이빙은 절벽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 더 깊은 물로 들어가는 잠수. 해루질.
오해 마시길
매일 아침 들여다보던 실시간 비행기 티켓 사이트도
칸쿤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 까지 가는 버스 티켓 사이트도 이제 안녕.
흥미로운 정보 탐색도 길어지면 그건 재미가 아닌 고통이다.
결정하고 나니 이렇게 개운한 것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자정이 넘은 시간 도착하는 비행 편과 최근 유튜브에서 본 미국 필라델피아 마약 거리의 참혹한 현실과 겹치며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역시 아는 게 병이다.
70달러를 내면 공항에서 호텔까지 아마도 안전하게 나를 운반시켜 주겠지만
10달러짜리 일반 버스를 놔두고 저걸 예약한다는 건 어쩐지 OK 하기 쉽지 않다.
북극해, 남극해, 인도양 빼고 지구 바다에 한 번씩 몸 담가 봤는데 7배는 좀 아니잖아? (교만인가?)
호텔에 물어본다.
"거기 midnight 넘어서 걸어도 안전하니?"
You shouldn't have any problem.
이렇게 안도되는 말이 또 있을까!
그래도 마음 한편에 남은 나의 불안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키보드에 내려 앉혀본다.
싱글 여행객의 마음은 이렇듯 불안하고, 그 불안함을 세상에 따지고 싶다가도 어떻게 해결해 볼까 고민한다.
멕시코보다 더 남쪽으로 꼭 가보고 싶은데, 내전이니 인플레이션이니 무섭다. 스페인에서 처럼 짐벌을 들고 다니며 이동길 안전을 셀프 CCTV로 지켜봐야 하나?
세부를 고민할때도 그랬다. 도저히 혼자서 다이빙 센터 까지 갈 자신이 없어. 공항에서 목적지 까지만이라도 같이 이동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이제는 결심 해야한다.
안전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인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 볼 것인지.
아! 역시 이래서 데미안이 명작이지.
래미안은 좋은 아파트고. (feat. 더글로리)
다녀오면 그곳은 다녀간 여행지 중 최고의 찬사를 보낼 '내가 죽으면 묻힐 곳 -지금까진 하와이였다-'이 되거나 혹은 '한번 다녀와본 곳'으로 기억되겠고 오늘의 이 불안도 코웃음으로 넘기게 되겠지만 출발하기 전, 작고 소중한 싱글 여행객의 두려움은 부디 그곳이 이전 여행지처럼 친절한 곳이길
간절한 바람으로 남겨둔다.
무운武運을 빌며.
+
여행자로서 나는,
유명 관광지는 딱히 시간을 들여 가지 않는 편. 절대로 안 가!라는 철저한 배척은 아니지만
사람 많고 복잡하고 뭐 하나를 해도 돈돈돈을 요구하는 관광지는 아무래도 가지 않게 되는 편.
거기 가면 이걸 꼭 해야 해!라는 것도 없는 편. 오히려 로컬 의 가게를돌아다니고 현지인의 일상을 경험하는 걸 훨씬 좋아하는 편.
다만, 바다와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워서 펀다이빙을 하거나 자격증 레벨업을 하는 것이 여행의 주목적일 때가 많은 편.
이런 여행 스타일을 스스로 파악하기 까지도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험이
++
정돈되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두렵지만, 저는 내 삶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매우 강력한 집착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유언장도 써놨음)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혹. 시. 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글이 제 마지막이 되겠죠. 불안과 걱정을 글로 흘려보내는 것은 저의 오래된 습관이라는 걸 이걸 쓰면서 깨달았네요.
제 의식의 흐름에 함께 해 주셔 감사합니다.
+++
최근 사하라 사막투어 흥정하는 글이 꾸준히 읽히고 있더라구요. 코로롱이 끝나며 확실히 여행자들의 움직임이 살아나기 시작한것 같아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안전하길.
진심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