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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비스 Apr 10. 2020

From 2008 to 2020

My 20s at LJ

그때 나는

너무나 절박했고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넣었다


돌이켜 기억해보면

몇 개 기억의 조각들만 부유하지만


분명 좋았고 아름다운 시간들 속에

차라리 내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으리만큼

부끄러운 후회들이 휘감긴다


이 길밖에는 없고

이 선택 밖에는 없어 뵈던 그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흐릿한 형체로 나마

다른 길의 존재가 보이는 지금을

더 감사해야 할까


때때로

그때로 돌아간다면

세 번의 환승을

벨트로 졸라맨 청바지를 입은

스무 살 어린 나를 꽉 안아주며


괜찮다 말해 줘야지.




2008 저는, 이제는 조금 익숙한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에 교환학생을 다녀왔었어요.


호수 블레드와 수도 류블랴나


당시에는 검색해도 저 두 곳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류블랴나는 정말 아무 정보도 없었죠.

실제로 가보니 정말 작았고

작은 만큼 예쁜 도시였어요


돈은 그때도 지금도 없는데

그때 돈은 제 돈이 아닌지라

버스 한번 타는 1유로가 어찌나 아깝던지


월간으로 사는 학생용 버스 티켓을

다음 달이 되어도 며칠씩 더 타고 다니고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기억들.


기숙사에서 멀리 보이던 알프스 산맥 어느 언저리

런던에서 지갑 털리고

고슴도치처럼 숨어 지내던 류블랴나


처음 짐을 풀고 엉엉 울던 2월

어느 정도 익숙해진 4월


문뜩 떠오를 때마다 내가 정말 거기 있었구나 싶다가도

언제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하는 향수가

부끄럼처럼 떠오르는 스무 살 초반의 기억.


룸메는 아이를 가졌고

10년만 서울에 살아보자던 결심은

이제 11년을 넘기고 있는 오늘


이젠 비행기 탈 땐 무조건 츄리닝

(트레이닝복 x 정말 츄리닝o)

슬리퍼 조합만 입지만,


청바지에 벨트까지 챙겨 맸던

스무 살의 나에게

잘했어. 다 괜찮다고


꽉 안아주고 싶은 날.


Say hello to my 2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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