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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타르솔 Dec 03. 2019

아 어찌해야 하나요

현명한 소비란 무엇일까

수중에 적지만 많은, 많지만 적은 양의 돈이 있다. 해외여행을 갈까, 신세졌던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까,

내인생에 몇 번 없었던 내옷 쇼핑하기를 해볼까 등등 선택지는 많았다. 죽을 날을 받아두고 '리얼리얼'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Last Holiday]의 여주인공처럼 약간은 불편하면서도 들뜬 마음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후 항상 실천력이 부족한 아이(?)인 나는 겨우겨우 신세졌던 주변인들에게 데오도란트니, 향수니, 피자니 하는 것들을 사주며 돈을 야금야금 근세가 바나나 먹듯이 써오고 있었다. 


잠이 들지 않는 일요일 밤, 내 최애 향이 나는 바디샴푸가 떨어져 가는 걸 알고 온라인 마켓에서 상품을 한참 들여다봤다. 마트에서 사면 만 원 가까이 하는 놈이지만, 쿠폰에 중복 쿠폰을 더해 6개정도를 사면 배송비를 감안하고도 5천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금액대가 형성되었다. 결제 금액 2만9천 얼마... 문득 생각이 났다. 잊고 있었던 선택지 중에는 'pt'도 있었다. 로이더니, 자격미달이니 하는 트레이너들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졌지만, 운동을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늘 지녀왔던 일종의 버킷리스트 였다. 


 신기했던 것은 수상경력이 화려한 체인점 팀장급 트레이너나 여러 편의 논문을 낸 그쪽 분야 '박사님' 급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경력이 미진한 초중수 급 트레이너들간의 시간당 페이가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쯤 되니 슬슬 욕심이 붙어서 시간당 8만원 하는 '그분' 께 pt를 받는 상상을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방송도 하시고 글도 기고하는 분이라 실제로 본 적은 한번 밖에 없어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형 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심야의 지름신은 좀더 간절한 무언가에 대한 염원에 패배하고 말았다. 인어 대가리 로고 덕에 일반 네임드 제조사의 것보다 두배 쯤 비싼 스타벅스 텀블러라든가, 마트에서 파는 기성품 바디워시 치고는 조향과 발향 지속시간이 끝내주는 내 최애 바디샴푸를 참은 덕에 6만원쯤 세이빙 할 수 있었다. '이걸로 한회차 번거야' 생산적인 활동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핸드폰을 끄며 속으로 빙그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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