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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타르솔 Mar 02. 2020

2020년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한 오늘

마스크는 누구에게 가야 가장 정의로울까

 놀고 먹는 백수인 나는 집밖으로 나갈 일이 많지 않다. 운동을 하거나 필요한 생필품을 사는 때 외에는 집안에서 모든 생활을 영위하는 순도 99%쯤 되는 집돌이인 셈이다. 최근 3주동안 내 머릿속을 헤집는 생각이 하나 있다.

'하 cba 마스크 사둘걸 ' 이 바로 그 것이다. 우한발 코로나로 인해 대중의 관심이 온통 중국 상황에 집중되어 있을 무렵, 우리 동네 마트에서는 어느 날 마스크가 행사 상품으로 등장했다. 그때까지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날 영업마감 시간까지도 행사 매대에는 많은 양의 마스크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하... 로또 번호보다도 더 절실하고 생생하게 그 날 놓친 영롱한 마스크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특히나 오일쇼크때 휘발유 가격처럼 자고 나면 올라가 있던 인터넷 마스크 가격에, 나는 생전처음 공산품에도 소위 말하는 '싯가'가 부여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통장이 '텅장' 될 때까지 쓸어담고 또 쓸어담았어야 했는데, 천리안을 갖지 못한 나는 여타 대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가격비교 사이트를 전전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마스크가격에 한숨을 쉬었다. 

나의 최애 뮤지컬 가수의 해당공연날 앞자리 티켓 물량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들은 판매시간이 임박하기가 무섭게 30초만에 매진 화면을 띄우기 일수였다. 


그러다 2월 말인 지난 주말 즈음해서 정부가 공적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하고 마스크의 국외반출량 제한과 긴급수출제한 조치를 발령했다. 온갖 주류 언론에서는 마스크가 곧 마트와 약국 매대들을 그득그득 채울 것처럼 설레발 쳤다. 하지만 우체국 온라인 판매는 아직도 물량확보중인 상태이고, 오프라인 판매도 거동이 불편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골 어르신들을 위해 읍면 단위 우체국에서만 판매가 되는 상황이다. 쌀독에 쌀 떨어진 심정으로 어머니와 나는 그렇게 '공적 물량'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조사와 인맥동원, 발품의 삼박자로 오늘 마침내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마스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요며칠간 마스크 때문에 울고 웃었던(?) 짧은 단편의 에세이다. 


 


2월 28일 금요일. 

지인 찬스로 아침 7시에 30장 수량을 개당 550원에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함. 6시에 기상. 의복 정제하고 수강신청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음. 6시 55분부터 인터넷 서버 시계를 켜놓고, 대기중.

5..4..3.2.1 땡! 

왕년에 수강신청좀 해본 솜씨로 온갖 단축키를 건반 삼아 하농 연습하듯 신나게 인터넷창을 늘려나감. 이럴 때는 물량공세로 링크 따라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한개라도 걸리라는 심정으로 기도를 해야함. 

어디보자 [접속불가].[접속불가] .. [접속불가].... 오옷! 

드디어 '열린' 창 발견! 갯수를 지정하려고 신이 난 마음으로 마우스를 드래그 하는 순간, [품절]....

그렇게 상처받은 마음만 안고 실패. 


2월 28일 밤.

우체국에서 정부가 푼 [공적 물량 마스크] (이름도 어렵다) 를 판매한다는 소식 입수. 열심히 주변에 알리고 인터넷 우체국 홈페이지에 접속함. 

공지사항 왈 : 응 아니야 돌아가. 

(* 우체국 쇼핑몰을 통한 공적 마스크는 3월2일 월요일 기준, 현재도 원활한 판매를 위한 물량 수급중에 있다.)


2월 29일 아침.

또다시 열린 저렴한 마스크(개당 600원에서 1천원대) 를 구매하려고 광클의 행진! 

결과는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3월 1일 낮. 

지인 찬스로 '공영홈쇼핑'이 [공적물량마스크] 담당 판매처인 것을 발견. 해당시간대 방송 시작 전부터 전화기 2대로 ARS 광클. 10분동안 계속 걸어봤지만 결과는 [주문 폭주로 연결 불가]


3월 1일 저녁. 주말/야간에도 여는 집근처 약국들 전화 문의. 

Q) 공적 마스크 물량 있나요?

A) 저희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아 뉍....


3월 1일 밤. 주변 [읍면 소재지 우체국] 위치 파악. 아버지는 우체국으로. 어머니와 나는 동네 약국으로 파견 계획 짬.


3월 2일 아침. 8시부터 대기중. 한산하던 거리에 8시 20분부터 슬렁슬렁 썬캡에 목도리에, 필터달린 마스크까지 중무장한 아주머니들 등장(별표). 엄마가 추워하시길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사왔더니 우리가 제일 먼저 왔음에도 우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 아지메들 4팀이나 존재. 8시 반쯤 되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들 등장. 우리 뒤로 약 50명쯤 되는 인원이 줄을 섬. 8시 50분 약사분 출근. 사람이 너무 많아 놀라신 듯 하였음. 원래 계획은 인당 5매 구매제한이었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분배하기 위한 공적목적을 준수하기 위해서, 당국과 약사분들이 협의해서 인당 2매로 구매제한갯수를 축소시킴. 우리 앞 아줌마들 표정 안좋아짐. 그래도 구한게 어디냐며 귀하디 귀한 마스크 영접함. 약국은 최소 유통마진을 생각해서 좀더 비쌈. 매당 1500원. 엄마와 나 두사람이서 4장을 구할 수 있었다. 


다른 약국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거란 직감이 후두부를 강타했다. 마스크를 들고 흐뭇해하는 표정을 짓는 엄마 손을 잡고 맞은 편 약국으로 이끌었다. 역시나 우리 뒤에 다시 한번 긴 줄이 만들어졌다. 거리를 일자 테트리스마냥 막는 모습이 보기 안좋아 쑥쓰러웠지만 사람들에게 ㄱ자로 줄을 설 것을 제안했고 아무도 군말없이 대열을 바꿨다.(흐-뭇) 9시가 좀 넘어서, 직원분들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많은 인원수에 놀람. 앞집과 다르게 그곳은 아직 마스크가 도착 안함. 기약이 없으므로 번호표 발급 시작. 앞에서부터 한정수량 내 인원까지 연락처와 성함 적고 귀가시킴. 그렇게 해서 9시 5분에 이미 그날의 공적물량 마스크는 매진. 


 어렵게 구한 마스크 4장을 들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려는 찰나, 옆단지 아파트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옴. '공적 물량.... 마스크...판매... ...처로 방문하시어... 구매 바람' 이럴수가! 제일 중요한 정보인 판매처를 듣지 못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킹시국을 의식한 뛰어난 선견을 가진 관리소장님이 아파트 단지 세대별로 배부하기 위해서 마스크 물량을 준비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우엔 단지 주민이 아니면 구매 자체가 불가능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래도 물어나보자 라는 심정으로 이봉주 아저씨처럼 열심히 거구의 몸을 움직이며 뛰었다. '관리사무소의 위치는?' 어딜까 하고 두리번 대다가 경비아저씨 한 분을 마주쳤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을 칭할 때는 무조건 '선생님'이라 하라. '아저씨' 보다 훨씬 듣기도 좋고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 없이 피드백이 좋았음. ) '선생님, 마스크 혹시 여기서 팖?' 'ㄴㄴ 주민센터에서 판다는 말 못들었슈? 9시부터 판다잖아.' 

이럴수가!! 이미 9시하고도 10분이 지난 상황이었다. ' 과연 지금 살 수 있을까? 헛걸음 하게 되면 어쩌지? 

워킹데드처럼 좀비처럼 많은 수의 사람들과 마주쳤다간 코로나바이러스19에 걸릴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걸음은 이미 주민센터로 향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재촉해가며 주민센터 앞에 당도하자 100여명 쯤 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체국이나 약국 한 스팟에 배분되는 [공적물량마스크]의 양이 30~80매 정도로 소량이라면, 주민센터에서는 1000장을 준비해 둬서 늦게 간 우리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었다. (단 현금으로 결제해야 함) 가격은 5장에 6500원이었으니 장당 1300원 꼴이다. 가격비교 사이트에 아직도 대다수의 인기 거래 마스크들이 4000원~3000원 선인걸 보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두시간여에 걸쳐 약국 4장, 주민센터(동사무소 a.k.a 복지센터) 10장까지 총 14장을 구한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간접경험(secondhand experience)은
직접경험(firsthand experience)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며칠간에 걸쳐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한 사람으로서 피드백을 내놓고 싶다. 


1. 분명 이시국에 국가(혹은 공공기관)은 잘 작동하고 있다. 

2.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지만, 시민의식 역시 아직까지도 잘 작동하고 있다. 

3. 당신이 만약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분명히 마스크를 구하기 무척 힘들 것이란 걸 잘 안다. 직접 경험해봤으니까. 

4. <거동이 불편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당뇨나 고혈압등의 기저질환을 앓는>, <중장년층에서 고령의>, 

<최일선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마주쳐야 하는> 이들에게 제일 먼저 마스크가 돌아가게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40~50대 중장년층 노동자], [의사와 간호사], [고위험군 노약자]에게 제일 먼저 주기적으로 최소한의 필요한 분량의 마스크가 시급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는 정부차원에서 손소독제와 알콜등을 공매해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인구가 밀집되는 시설에 배분해야 하고, 언론에서도 매일매일 쓸데없이 세세하게 확진자가 몇명이니 하는 기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보다 [손씻기] 와 [눈코입 안 만지는 것]의 중요성을 더 알려야 한다고 느꼈다. 

5. 물리적 접근성 외에도 [시간], [정보의접근성],[구매력]의 차이에 따라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체감상 몇배나 힘든 계층이 존재한다. 4번이 해결된다면, 5번도 신경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보 제공 : 

구입처 예시 ) 

1. 우체국 - 온라인 - 물량확보중(우체국쇼핑)

1'. 우체국 - 오프라인 - 읍면단위 우체국서 판매(홈페이지 참조)

2. 각 지역별 약국 - 우리동네는 오후 7시에 일인당 2매씩 매일 판매함.  

3. 각 지역별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 -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늦게 가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고 가격도 좀더 저렴하다. 단 카드결제가 안되므로 현금을 준비한다. 많은 인원이 몰리므로 마스크는 꼭 착용한다. (나는 손소독제도 가져감) 

4. 공영홈쇼핑 - (공정성을 위해 직원들도 방영직전까지 방송시간 비공개함) - 5000셋트씩 팔았다.물론 수만명이 한번에 주문을 하므로 난자를 찾아가는 정자처럼 극히 낮은 확률에 도전해야 함. 


오프라인 상에서 판매되는 공적물량 마스크는 [매일] 판매된다. 

월차를 내거나 가족들을 동원해 최대한 많은 마스크를 확보하시길. 

당신과 당신의 가족, 친지들이 안녕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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