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선비 Mar 19. 2024

중2 사춘기 아들을 바라보며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항상 두 가지 질문을 기억하자 

독서법과 관련한 영상에서 핸드폰 제한을 해야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는 내용을 보았다. 책을 읽혀야겠다는 이유보다 점점 핸드폰에 몰입하는 첫째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동안 제한하지 않고 내버려둬서 더 심각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급해졌다. 


어제 밤, 중2 첫째와 핸드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기 위해 조율을 하다가 갈등이 생겼다. 아이는 제한 자체가 싫다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테니 제한 시간을 정하자고 말했지만 아이는 끝까지 울면서 거절했다. '제한' 자체가 너무 싫단다. 


제한하지 않는 대신에 조절이 안되는 순간 어떤 조치를 하자고 권했다. 그 조치는 너가 자유롭게 정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밤 12시 반 넘어서까지 3번 이상 하면 하루 동안 핸드폰 사용을 제한한다든지, 부모님과 시간 정해서 운동이나 산책을 간다든지 스스로 정해보자고 했다. 그래도 싫단다. 자신이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고. 


어른도 어떤 시스템이나 일이 없으면 무한정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게 현실이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의 대화가 스스로 조절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더니 조금 수긍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핸드폰 제한은 안된단다. 


완강하게 울며 불며 거절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가"

"아이를 지금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이 마음이 있었다. 예전에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강팍했고 아이를 많이 혼냈었다. 이 마음을 꺼내니 아이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약속을 정했다. 


핸드폰 제한을 하지 않는 대신에 하루 2시간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 동안 성실하고 상냥하게 집중하기로 약속했다. 12시반에는 무조건 자기로 약속했지만 어떤 날에는 일찍 잘 때도 있고 또 다른 날에는 그 시간을 넘길 수도 있단다.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2시간 동안에는 집에서 복습을 하겠다고 했다. 영어 1시간 수학 1시간. 


오늘 아침에 일어나 20분 공부를 하겠단다. 집중듣기 5분하고 영어단어 5개를 외웠다.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는 건 아니지만, 수없이 하품하며 건성으로 대충하는 아이 모습을 보면서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오늘 저녁에 더 많은 게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침에 20분이라도 써버리려고 저러는 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아이는 집에서 하는 공부가 재미가 없단다. 영어 흘려듣기로 보는 다큐멘터리만 조금 재미있단다. 그외 영어와 수학은 다 재미없다고. 학교 공부는 그런대로 괜찮다고 했다. 


집에서 하는 공부는 잠수네 흘려듣기10분, 집중듣기10분, 단어 외우기, 학교 문법 공부 10분, 수학 문제집 풀기이다. 다 재미없다는 말에, 나는 진심으로 "재미없어서 어떻하냐"고...하니 그래도 해야하니깐 하겠다고 아이는 말했다. 다 재미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일단 이렇게 해보기로 했다.  


심각한 갈등으로 치닫을 수 있었는데 나에게 던진 2가지 질문으로 인해 잘 넘어갔다. 물론 아이는 서럽게 울기도 했다. 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싫어 막 혼낸 적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핸드폰 사용 제한이라는 나의 처음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처음부터 어려울지는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행시켰고 결과는 실패이다. 스스로 조절하겠다는 아이의 말을 믿어도 될까 라는 의구심도 남는다. 그럼에도 아이를 존중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중요하다. 아이는 이런 내 마음을 알고 느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랜만에 매운 맛 육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