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냉기 가운데 오셔서

무뎌진 인식을 깨워 주소서

by 책선비
차가운 계절을 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온기의 고마움을 알게 하시고 그리워하게 하신
참 감사합니다.

때로는 냉기 가운데 오셔서
무뎌진 저희 인식을 일깨워 주소서.

(...)

생기 있는 순간을 살며
탄력 있는 한 걸음을 내딛고 싶습니다.
힘없이 살아가는 저희를 구하여 주소서.

<우리 교회 공동 기도>p.30-31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이다. 추워서 몸이 저절로 움츠려 든다. 이불 속에만 있으려니 더 위축되고 무기력해진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시험과 과제, 새로운 모임을 위한 구상으로 정신없었지만 지금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 앞에서는 미루고 또 미룬다. 이런 내가 살짝 실망스럽고 야심차게 계획한 일에 대한 기대감이 툭툭 떨어지고 있다. '내가 뭘 하겠어? 지금 하던 일이나 하지 뭐.' 게으름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깍아내리며 변명과 핑계를 만들고 있다.


둘째의 기침 소리에 새벽에 잠을 깼다. 보일러를 돌이고 가습기를 틀어주었다. 잠잠해지는 기침소리. 이마를 한 번 다시 짚어보고 아이 방을 나왔다. 읽어야할 책을 꺼내들고 책상에 앉았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갈까 망설였다. 일어나서 반대 방향의 베란다로 나갔다. 우리 집에서 제일 추운 곳, 시베리아 같은 곳에 서서 냉기를 온몸으로 맞았다. '진짜 춥기는 춥구나. 근데 겨울에 추운 건 당연한 일인데,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구는 걸까' 자연스러운 일, 받아들이면 된다.


겨울을 겨울 답게 보내기 위해 교회의 숲숙기도산책 모임에 간다고 댓글을 올렸다. 한 달에 한번 있는데 그동안 한번도 가지 못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할지, 차를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 가게 되겠지. 그때 맞이할 게 될 산의 차가운 냉기와 함께 기도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온기의 조합. 그리고 예상할 수 없는 주님의 은혜가 있겠지. 생기 있는 순간을 살며 탄력 있는 한 걸음을 내딛도록 이끌어주시겠지. 게으다고 자책하는 마음도, 나는 못할 것이라는 낮은 자신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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