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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민 노무사 Dec 15. 2024

맥베스와 윤석열

<스불재>,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 몰락한 두 폭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멕베스>는 욕망과 권력에 대한 비극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코틀랜드의 용맹한 장군 멕베스는 반란군을 진압하고 대승을 거두어 돌아오다가 친구인 뱅코와 마녀들의 예언을 듣는다. 그 예언은 자신이 장차 왕이 될 것이고 뱅코의 자손들도 언젠가는 왕이 될 것이란 것. 


충심으로 가득한 스코틀랜드 최고의 전사 맥베스는 그의 아내에게 마녀로부터 들은 예언에 대해 실토하고, 맥베스의 부인은 그의 귓가에 탐욕의 달콤한 속삭임처럼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하라고 부추긴다. 


이로인해 멕베스는 결국 자고 있던 던컨왕을 칼로 난도질해 살해하고 그 죄를 경비병들에게 뒤집어씌우고 그 자리에서 죽여버린다. 왕의 아들들이 스코틀랜드에서 도망치자, 왕족이자 유력한 장군이었던 멕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왕위에 오른다. 


멕베스 부부는 함께 예언을 들은 뱅코와 그의 아들 플리언스를 죽이려 시도했고, 플리언스는 도망치고 뱅코도 그의 손에 살해된다. 


다만, 멕베스는 연회도중 벵코의 자손이 살아남았단 소식에 불안감에 빠지고, 갑자기 벵코의 유령을 보고 미친듯이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한다. 타인들의 눈에는 멕베스가 갑자기 허공에 소리를 질러대 미친 것으로 비춰지고, 멕베스의 부인은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으나 역부족, 연회는 중단된다. 


멕베스 부인은 다시 마녀들을 찾아가 예언을 듣는데, 그 내용은 1) 맥더프를 경계하라 2) 여인의 다리 사이로 나온 자는 결코 멕베스를 해칠 수 없다 3) 버남의 숲이 던시네인을 넘어 쳐들어오지 않는 한 멕베스는 패배하지 않는다. 란 것이었다. 


그 예언을 듣고 멕베스는 맥더프의 일가를 몰살한다. 이로 인해 잉글랜드에 가있던 맥더프는 분노하여 던컨왕의 아들 맬컴 왕자와 동맹을 맺게 된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광기어린 학살을 하며, 멕베스는 환영을 보며 광기에 미쳐가면서 점차 자신의 권력에 장애물이 될 것 같은 모든 것들을 잔혹하게 진압하며 폭군이 되어갔다. 멕베스 부인은 죄책감으로 몽유병 등 정신병에 시달리다 미쳐서 죽게 된다. 


마침내 맥더프와 맬컴이 스코틀랜드로 귀환하고 멕베스에게 반란을 일으킨다. 멕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자신만만해 했지만, 멜컴의 군대가 나뭇가지를 위장으로 사용하자, 멕베스 군은 "숲이 움직여 던시네인으로 공격해온다!" 라고 소리친다, 


마녀들이 말한 위기상황이 오자 멕베스는 스스로 전장에 나서 "여인이 낳은 자에게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란 예언을 믿고 맹렬하게 돌격해 닥치는대로  적을 쓸어버린다. 멕베스는 마침내 맥더프와 마주치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를 회피하려 하지만, 맥더프가 겁쟁이라고 욕하니, 호기롭게 "난 여인이 낳은 자에게 쓰러지지 않는다, 넌 사내가 낳기라도 했느냐?"라고 일갈한다. 


그러자 맥더프는 여지껏 그딴 예언따위에 의지하고 있었냐며 멕베스를 비웃더니, "난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 배를 가르고 나온 몸"(즉, 어머니 다리사이에서 나오지 않고, 제왕절개를 했음) 이라고 말한다. 


절망에 빠진 멕베스는 맥더프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맥더프의 칼에 목이 잘렸고, 맬컴이 새로운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입성하는 가운데 창 끝에 매달린 멕베스의 목은 백성들에게 손가락질당하며 구경거리가 된다. 


윤석열에게서 멕베스의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훌륭하고 명성 높은 장군감이었던 "劍"사, 


부인의 부추김, 


광기어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부 솎아내기" 


(이준석을 쫓아내고, 나경원을 주저 앉히고, 안철수를 겁박하고, 김기현도 보내고, 장제원도 불출마시켰다.) 


마녀와 같은 존재감을 뽐낸 건진, 천공, 무속인...


많은 문학평론가들에 의하면, <맥베스>에 나오는 "마녀"는 사실, 맥베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야망과 야심의 투영이라고 한다. 내부의 잠재된 권력욕이 표출된 환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망친 건 무속도, 건진도, 천공도, 김건희도 아니고, 사실은 윤석열 스스로의 야심과 불안 때문 아닌지. 야망이 있었기에 왕을 배신하고 왕이 되었고, 불안때문에 끊임없이 "내부총질"을 해대며 스스로의 지지연합을 해체했다. 


김건희는 최재영 목사에게 우울증에 시달린다 고백하는 카톡까지 새벽에 보낼 정도였다. 


권력을 가진 자의 불안이란 이토록 무서운 병증이다.


야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 야망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 불안이 되어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해체해버린다. 


맥베스의 비극은 대부분 종국적으로 마녀의 예언의 실현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몰락도 결국 가장 핵심적인 건 끊임없이 광증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했던 자기 눈에 거슬린 모든 지지연합의 해체요, 다른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몰아내기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준석, 안철수, 나경원 등이 해롭거나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은 지금 와서 돌아보면 모두 자기실현적 예언이었달까.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이 단어만큼 맥베스와 윤석열을 한 묶음으로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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