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늘 어려운 일이었다. 어울리기는커녕 친구를 사귀는
것조차도 큰 숙제였다. 엄마 말로는 하교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매일 현관문 앞에서 “친구가 없어”라며 주저앉아 울더란다.
대학에 가서 신기했던 것은 나와 어울려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선후배도 생겼다. 모두 나를 좋아해 주기까지 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붙어 다니고 수다를 떨고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니.
그렇게 만난 지인들과 드라마나 시트콤의 주인공처럼 오랜 세월 결혼이나 출산 등의 삶의 관문을 함께하며 한국에서 계속 보면서 지냈더라면 좋았겠다 싶은데. 나의 야망과 유학으로 20대 후반과 30대를 통째로 외국에서 보내는 바람에 그럴 기회가 없었다. 뭐 그래도 잘 지낼 방법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그 시간과 공간에 나를 쏟아부어 몰두하기에 바빴다. (한국에 있었다고 해서 또 다 그렇게 잘 지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여하튼 10여 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20대 초반을 함께했던 이들을 천천히 십수 년 만에 만나보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제 만난 듯 자연스레 지금의 시간에 스며드는 것이 반갑다.
나도 몰랐던 무엇인가가 채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