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든 시작은 부족하다. 어떻게 항해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페이스코웍에 도착했다.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도 이런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좋았다. 20분 정도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1층에는 공용 라운지와 회의 공간이 있었고, 5층에는 20여 개의 독립된 사무공간이 있었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영감은 매우 중요하다. 스페이스코웍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성남(후배)와 오랜만에 만나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스페이스코웍 이종찬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대표 : "반갑습니다. 성남이가 아주 성실하고 굳은 심지를 갖고 지내는 선배가 있다고 해서 만나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나 : "안녕하세요. 과찬입니다. 부족한 게 많아서 열심히 지낸 것 밖에 없습니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들었는데 저녁 미팅이 있다고 하셨죠? 어차피 저희가 만난 게 어떤 사람인지 알고, 앞으로 뭐할지에 대해 서로 얘기 나누고 판단해서 일을 같이 할지 말지 얘기하기 위해서 만난거잖아요. 저에 대해 잘 모르시니까, 괜찮으시다면 저부터 20살 이후에 뭐하고 지내고,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대표 : "하하. 시원시원하네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20분 정도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시간을 담백하게 전달했다(내생각) 그리고 대학원 시절에 했었던 일과 관심 분야에 대해 말했다. 대학원 1년차엔, 고용노동부 인력양성 사업인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수행한 경험, 강연문화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마이크임팩트에서 진행한 청춘페스티벌, 그랜드마스터클래스, 스타트업 네트워킹 데이 행사에 참여한 것, 전주국제영화제로 논문을 쓰며 알게된 크라우드펀딩 회사인 '텀블벅' '와디즈' 회사에 관심 있어 팔로우하고 있는 것, 창업 생태계에 관심 있어 고산 대표가 창업한 '타이트인스티튜트' 교육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 등등.
그리고, 나의 성향과 가치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의 얘기를 마친 후 이종찬 대표의 얘기를 듣는 시간이 되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랐고, 전북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기 전 우림건설의 장학생을 선발되어 첫 사회생활을 한 것. 이후에 우림건설 신사업개발 팀장을 최연소로 하며 회장 직속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 스페이스코웍을 창업하기 전 실리콘밸리에 가서 자포스를 비롯한 다양한 IT 회사의 문화와 비즈니스모델을 보고 영감을 얻었던 것, 그리고 내가 살던 고향으로 돌아와 코워킹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더 확장해 나가고 싶은 사업 영역들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렇게 1시간의 대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마쳤다.
그리고,
대표 : "창석씨, 서로의 지난날에 대해 잘 얘기 나눴어요. 저도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창석씨랑 함께 스페이스코웍에서 일해보고 싶네요. 같이 일해봅시다."
나 : "네 저도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월요일부터 출근하기로 한 곳이 있어서요. 가능하시다면 2~3일만 시간을 부탁드려요. 출근하기로 한 회사와 잘 마무리하고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나는 돌아왔다. 그리고 익산문화재단에는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정중하게 합류를 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대학원을 마치고 익산문화재단에 출근하기로 했던 아들이 갑자기 스페이스코웍에 출근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님은 난리가 났다. 사실 부모님은 익산문화재단도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셨지만, 왠지 공공기관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어서 내심 좋아하셨다.
우리 부모님이 코워킹스페이스를 알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은 또 대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부동산 임대업 하는 회사에 가서 내가 뭘 하겠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나도 부모님을 이해시킬 생각과 마음이 없었다. 정서적으로 내가 한 말과 행동이 당시 부모님에겐 아쉬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30살이 된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물론 그 전에도 단 한번도 부모님과 나의 선택을 상의한 적이 없었다. 나에겐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틀 후, 이종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 "안녕하세요. 출근하기로 했던 회사에는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표 : "우리에겐 잘됐지만, 원래 창석씨가 출근하기로 한 곳은 아쉽겠네요. 그래도 여기에서 우리가 열심히 해서 또 좋은 일로 만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봅시다. 그러면, 언제부터 출근 가능할까요? 최대한 빨리 합류하는 게 좋은데요."
나 : "네 대표님. 저에게 2주만 시간을 주세요. 미리 준비할 게 있어서요."
대표 : "네? 어떤걸 준비해요? 음... 우선 알겠습니다"
지난번 대화를 나누러 갔을 때 나는 보았다. 첫 번째 팀원을 맞이하는 회사가 준비된 것이 많을 리가 없다. 나는 내가 팀에 합류한 그 순간부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2주 동안 내가 원래 연구실에서 사용하고 있던 컴퓨터와 모니터 그리고 기초 사무용품 등 각종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페이스코웍으로 옮겼다. 물론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내가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미리 나가 청소를 하고 내 자리를 세팅했다. 이종찬 대표와 성남(후배)이는 그런 나를 신기해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봤다. 상관없었다. 그렇게 해야 빨리 일을 하고 스페이스코웍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요즘도 종종 후배나 지인들과 얘기를 나눌 때 어떤 회사의 복리후생이나 환경을 말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얘기를 나눌 때면 나는 항상 비슷하게 말한다. 준비되어 있으면 좋고 감사하고, 안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야지. 물론 회사에서 일을 하며 경제활동을 해서 생활을 영위하는데 급여와 복리후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리고 현재 우리 팀은 내가 마주한 현실이다. 서로 배려하며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합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2주 동안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나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사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 45만원짜리 옥탑방으로 이사했다. 에어컨이 없어서 2016, 2017년 여름에 고생을 좀 했지만, 전북혁신도시 옥탑방은 30살을 맞이한 나에게 새로운 출발점이자 안식처였다.
그렇게 나와 우리 팀의 항해는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항해하느냐에 대해 우리는 매일 생각하고 실행으로 생각을 옮겼으며, 수많은 시행착오의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