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착오', '책임 전가'로 요약되는 윤석열 정부의 지난 9개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이 정부의 비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윤석열 정부는 ‘시대착오’, ‘책임 전가’로 상징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선 ‘자유’를 33번 언급했고, 작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자유’를 21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꾸준히 ‘자유’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한국은 단군 이래 최대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국가임이 틀림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세계 167개국 가운데 16위로, 2년 연속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됐다. 또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는 43위에 올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외치는 자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의 자유는 자신과 자기 세력만을 위한 자유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근거로 파업한 노동자를 ‘불법 세력’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혐의와 의혹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낸다. 또 지난 외교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박진·이상민 두 장관의 국회 해임건의안은 묵살했고, 여소야대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하지만 만찬 자리에 야당은 부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자기편만을 위한 자유를 외치는 사이, 국민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악화되고 있다. 경향신문의 신년맞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 자유가 축소 내지는 이전과 변함이 없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유가 축소됐다고 응답한 국민 70%는 ‘언론자유가 축소됐다’고 답했는데, 실제 올해 우리나라 세계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MBC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한 내용을 보도한 것을 놓고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기자 징계 요구 등으로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유 지수를 모른 채 자유를 부르짖는 대통령만 보면 마치 한국은 아직도 군사정부 아래 살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자유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보 시절에는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직 앱’이 생길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고, 최근 북한의 무인기 침공에 대해서는 드론 부대 창설을 지시해 또 논란이 생겼다. 드론부대는 지난 2018년에 창설돼 버젓이 훈련하고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또 지난 5일 교육부·문체부 2023년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학생들이 느낌을 적을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선생님들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교과서와 시청각 자료는 20년 전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이미 나와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키워드는 ‘책임 전가’다. 시민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하는 초유의 참사에도 책임지는 정부 인사는 없었다. 되려 “할로윈은 축제가 아닌 행사”(박희영 용산구청장),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었다.”(이상민 행안부 장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했을 것”(한덕수 총리) 등 책임져야 할 인사들은 책임회피 또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 인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책임은 일선의 경찰과 소방관에게 전가됐다.
윤 대통령 또한 북한 무인기 침공에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며 전 정권을 탓했다.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로 이번 사건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서는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라며 전쟁을 시사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행에 국민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새벽에 서울·인천·경기 고양시 일대에서 전투기 소리가 들려 SNS에는 “전쟁 날까 두렵다”라는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북한 무인기에 신경이 곤두선 공군이 풍선을 무인기로 착각하고 전투기를 출동시킨 것이었다. 9일 새벽 인천 강화 서쪽 인근 바다에 3.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재난 문자가 울렸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한밤중에 울린 재난 문자에 국민들은 전쟁 난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확전’을 언급한 대통령은 정작 당일 저녁에 한가로이 송년회를 한 것을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왜 대통령이 됐는지 의문이다. 무책임한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정작 책임지지 않고 한가로이 송년회를 여는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실제 전쟁이 나도 전 정부를 탓하면서 한가롭게 밥 먹을까 걱정이 앞선다.
끝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을 보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떠오른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예측하면서 통쾌한 복수극을 그렸지만, 마지막 회에 그 모든 것이 꿈으로 연출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윤 대통령은 마치 주인공이 된 듯 구직앱·드론부대·느낌을 적는 교과서가 미래에나 출시될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견해 국민에게 칭찬받는 뿌듯한 자신을 그렸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과거가 아닌 2023년에 살고 계신다. 그러니 제발 과거에서 그만 헤매고 꿈에서 깨어 나시기 바란다.
안녕하세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이성윤입니다.
미래당은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창당했고,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1기 공동대표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시당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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