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our Ti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묘슬 Dec 28. 2024

새벽세시의 꿈

[창작시]

새벽세시에 불쌍한 달이 뜨면

시계와 바람이 맞닿아 경계가 풀리는 이곳

이리저리 흔들리는 손가락과

손바닥의 주름까지도 너무 선명해

마주 앉은 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홍차를 마셔야 할지 커피를 마셔야 할지

나는 대답대신 숨죽인채 고요를 삼켰다

 

달이 비추는 새벽의 틈새

몇 개의 틈으로 표상들과 마주하였다

파라오의 이삭도 임신한 여인도 아닌

까무룩 잠들기 전 고통의 잔재들

심연이라 부르기엔 너무 가깝고

영원이라 믿기엔 너무 아팠던

나는 몇 개의 꿈을 꿨을까     


불완전한 나는 손가락을 꺾으며

표정 없는 자살자가 되었다

낮에 만났던 휘파람들이 모여들어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

우리의 꿈은 여기까지라서

가도 가도 막혀있고 두드려도 

아무도 보지 않아


새벽세시에 만난 달은

시려서 도려내진 심장처럼

우스꽝스러운 꿈이었다

내 흉측한 얼굴은 사람들을 살게 하고

내 악취는 사람들을 웃게 했다

추락하였고 끝도 없이 충돌하여

결국은 조각이 되어 잘게 부서졌다


새벽세시에 아픈 달이 뜨면

그곳에 조각난 시간이 머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